#. 1

 

바닥을 두드렸다. 울림도, 진동도 없는 대리석의 단단함이 손가락 마디로 느껴졌다. 나는 석공처럼 바닥에 엎드려 돌 틈에 낀 때를 날로 갈아냈다. 날이 모든 모서리를 긁어내는데 한 나절이 걸렸고, 바닥은 무결해졌다. 다만, 오래 된 사이를 정돈하고 싶었다.

 

이사한 첫 날, 창틀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 냉기를 탐색했다. 아르곤 가스를 꽉 채운 창틈으로는 차가운 기운이 끼쳐오지 않았다. 비를 온전히 막아주는 사이 없는 천장, 기온이 치고 들어올 틈 없는 사방이 고맙다.

 

 

#. 2

 

전에 살던 대저택은 비가 샜다. 봄에 옥상에 올라가 크랙을 메꾸고 우레탄을 발라 방수작업을 해 놓고도 여름을 노심초사했다. 침대에 누울 때 마다 천장 합판이 삭아 뚫린 작은 틈이 심난했다.

 

균열은 불안을 자극한다. 그 날, 사고는 내 의식의 빈틈을 노렸고, 이후로 나는 학대당한 개처럼 틈을 두려워한다. 시간의 틈, 언어의 틈, 공간의 틈. 새카맣게 입을 벌린 불가해성 앞에서 내 땀구멍은 축축하게 젖는다.

 

의식의 공백이 불안해 술을 먹지 않게 되었고, 행간을 방황할 의미가 걱정스러워 글을 쓰지 않게 된 것은 오래 된 일. 문을 잠가 나의 영역과 세계의 틈을 봉인하고, 이어플러그를 꽃아 귀와 공간의 틈을 없애고, 안대를 써 시선과 세계의 틈을 닫은 뒤에야 나는 잔다.

 

 

#. 3

 

의사가 뭐래?

 

.

 

.

 

아버지는 입술을 닫아 소리를 두 갈래로 나눴다. 몸 바깥으로 퍼져나간 음성이 휑한 거실을 빽빽한 밀도로 채웠다. 미음으로 끝나는 울림소리의 일부는 그의 안쪽으로 무겁게 파고들었을 것이다. 나는 울림소리를 다시 울림소리로 받았고, 두 울림소리는 거의 간격 없이 공명했다. 과묵한 자들의 가히 수다스러운 침묵이 이어졌다.

 

절제하고 방사선 치료 몇 번 하면 돼.

 

이후의 말들은 꽉 막힌 공간을 빠져나가지 못한 채, 안으로 침잠했다. 나는 속에 더께처럼 내려앉은 말들이 답답해 내 방으로 돌아왔다. 비는 안에서 내렸다. 단단한 벽과 아르곤 창 내부로 우물처럼 고였다. 무결한 사방이, 안대와 이어플러그가 막아주지 못하는 빗물에, 나는 밤새 젖었다.

 

 

#. 4

 

열세 번인가, 열네 번째 이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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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http://sports.khan.co.kr/news/sk_index.html?cat=view&art_id=201512281545243&sec_id=562901&pt=nv

 

위안부 문제가 타결됐다. 아베는 사과했다. 전례 없이 일본 정부는 책임을 언급했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에 10억 엔을 출연하기로 했다. 결단을 내린 일본정부와, 타협을 이끌어 낸 한국 정부 모두에게 박수라도 쳐 주고 싶은 기분, 이었는데


셈이 좀 이상하다.

 


#. 1

 

먼저, 불필요한 오해를 예방하기 위해 정치적 입장을 명확히 하자. 나는 친일파다. 매년 일본의 각종 신사를 참배하고 있으며, 일제강점기에 태어났으면 훌륭한 일제 앞잡이가 되었을 거라는 얘기를, 루리로부터 자주 듣는다. 겸허히 동의하는 바이며, 이후 전개할 계산은 다소 일본의 국익에 편향되었을 가능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내가 추정하거나 가치 판단한 내용에 대해서는 양심적으로 밝히도록 하겠다.

 

하는 김에 용어도. ‘위안부’, ‘섹스 슬레이브’, ‘정신대중에서 위안부를 선택한다. 정신대는 틀린 말이고, 섹스 슬레이브는 폭력적이다. 위안부는 가치중립적이지 않으나 나는 폭력적인 언어를 싫어한다. 폭력은 이 모든 사태의 시작이며 핵심이기도 하므로.



#. 2

 

팩트는 간단하다.

 

일본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사과하며 10억 엔을 위안부 재단에 출연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을 인용하자면 "1993년 일본이 고노담화에서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명했으나 한국은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 지원을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일본 정부의 출연은 피해자에 대한 직접 지원의 성격이라고 나는 받아들였다. (언론은 디테일을 보도 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20161228일 기준, ‘10억 엔은 한화로 966,990만 원이다.

 

‘10억 엔이 아니라, 10조 엔을 잘못 썼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위안부 강제 동원자들의 임금을 따져보자.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하루에 30명에서 100명 이상의 일본군을 상대했다. 물론, 증언일 뿐, 증거는 없다. 하긴, 사람이 어떻게 하루에 30100번의 행위를 할 수 있겠나. 합리적인 선에서 5번으로 보자.

 

2. 회당 비용은 싯가를 고려해 10만원으로 본다. (물론 회당 10만원을 받고 지속적으로 특수강간을 당하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어쨌든.)

 

3. 날을 가리지 않고 행위가 지속되었다는 증언도 있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없으므로 기각한다. 인간의 휴머니즘에 걸고, 일본군이 인간으로서 일말의 양심은 지녔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위안부의 노동은 주 5, 각종 공휴일과 연차휴가를 포함하여 월 20일로 산정한다.

 

4. 계산.

1* 10만원 * 5= 1, 50만원.

50만원 * 20= 1,000만원.

1000만원 * 3(36개월) = 36천만 원.

 

5. 일본 정부는 임금을 체납했다. 얼마나? 1945년에서 2015년까지 70년간. 840개월이다. (피해자들이 각각 위안부에서 풀려난 날 부터가 맞는 계산이지만, 나는 친일파니까 일본에 우호적으로 추정한다.)

 

6. 연이율은 약소하게 5%로 보자. 고성장 시기, 10퍼센트 대의 고금리가 판치던 시대도 있었고,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했다면 더 큰 돈을 벌었겠으나, 대상자들이 자산운용에 무능하다고, 그래서 주구장창 은행에만 돈을 넣어놨다고 가정하자.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참고하려 했으나, 2001년부터나 통계를 제공한다. 사실 무능은 이게 무능이다.)

 

36천만 원에 복리이자 5%를 적용해 70년간 묵힌다면, 세후이자는(물론 세금은 떼야지.) 인당 9,708,010,544. 만기 지급액은 10,068,010,544원이다.


여기에 집계된 위안부 피해자의 수 237명을 곱하면.


=2386118498928


이것이 약소하나마 일본 정부가 한국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금전적으로 보상해야 할 최소한의 액수다.

 

그런데, 96억 원이라. 그럼 나머지는 어디 간 거지? 10조 엔의 오타라는 나의 가설이 맞다고 해도 무려 23770억 원이 빈다. , 역시 10조 엔이 아니라 ‘100'엔의 오타였던 걸까.



#. 3


위안부를 키워드로 놓고 뉴스를 검색하면, ‘위안부 타결이라는 제목이 뜬다. '타결'위안부’, 이용수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 위하는 생각 없는 것 같다."



#. 4


마침, 1228일이다. 연말에 졸속으로 타결을 이끌어 낸 꼴을 보니 올해, 이룬 업적이 변변치 않으신가. 내년에도 정치권엔 별 다른 희망을 갖지 않으려 한다. 희망은 늘 그만한 절망을 동시에 내재하므로.


병신년(丙申年)이다.



#.


연합뉴스 기사를 인용한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oid=001&aid=0008081281&isYeonhapFlash=Y

 

기시다 외상은 회견 후 청와대를 방문, 박 대통령을 예방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또 공동회견 후 일본 취재진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법적책임 문제에 대해 "법적입장(최종 해결됐다)는 과거와 아무런 변함이 없다"면서 일본 정부 예산 출연에 대해서도 "배상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물론 배상이 아니다. 어쩐지 금액이 말도 안 되게 작더라니. 그런데 그렇다면, 타결도 아니다.


관련된 외교부 공무원들과 행정부 고위공직자들과, 함부로 나불거리는 기레기들 임금을 몽땅 차압하고, 매일 가혹하게 3년간 고문을 가한 뒤, 70년 후 1000분의 1쯤 되는 액수를 기금인가 뭔가를 조성해 생색내면서, ", 이제 타결되었다." 라고 말하면 유희남 할머니처럼 정부가 하신대로 따라가겠다.”고 할 수 있을까. 7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도를 닦아 해탈에 이르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모든 외교적 자산을 동원해 노력을 경주했다"면서 "책임 인정, 사죄, 일본의 책임조치라는 3대 요소에서 큰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에서 일본 측이 제시했던 이른바 '사사에 안'보다 진전된 결과라는 평가로 해석된다.


늘 궁금했는데, 이런 기사에서 평가로 해석하는 주체는 과연 누구일까?

 

이제, 두려운 것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지극히 당연한 반발을 돈독 오른 노인네들이라고 평가로 해석하려는 발상이다.

 

마음껏 평가와 해석의 자유를 누리시라. , 책임을 다 한 후에 말이다. 그것이 자유에 대한 도의라고 배우지 않았던가2조 3770 남았다. 그리고 일본 정부가 늘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순간에도 물가는 오르고 있으며, 복리이자는 꼬박꼬박 붙고 있다는 사실이다. 숨 쉴때 마다 세계경제의 저성장 기조와 역사적 저금리에 감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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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12-28 2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내 골치아픈 이 문제를 털어버리려는 심산이었겠죠. 누구라도 알겠지만.
박정희 정권 때도 그렇고 왜 이 문제가 박근혜 정부 때 또 이런 식으로 타결될 수밖에 없는가 참...

뷰리풀말미잘 2015-12-29 09:31   좋아요 1 | URL
다 털고, 업적입네 하겠죠. 아무리 털어버리려 해도 털어지지 않는 사람들이, 결코 털지 말아야 할 것을 너무 쉽게 털어버리고 있어요.

Mephistopheles 2015-12-29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병신년이 안왔건만...벌써부터 병신년스럽네요. 리허설인가요..??

병신년을 쭉 살펴보면......그때의 국가 원수가 이승만, 선조가 있더군요...아하하...

이분들은 국가원수의 자리에서 나라와 국민을 버리고 ˝토˝끼셨던 분들이죠..

뷰리풀말미잘 2015-12-29 13:10   좋아요 0 | URL
네, 이름처럼 험한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무식하군 2016-04-06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친일파시군요. 그럼 님은 쪽바리인가요?

뷰리풀말미잘 2016-04-06 17:37   좋아요 0 | URL
.. 친일파는 맞는데 쪽바리는 아니에요. 쪽바리면 굳이 친일파일 필요가 있나요. 대체로 디폴트가 친일일텐데.

세뇨리따 2016-05-13 09:5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네요, 쪽바리면 디폴트가 친일이겠네요 ㅋㅋㅋㅋ, 하 이다지도 신랄한... 이분 자주좀 오셧으면 좋겠네요. 우문 현답은 언제봐도 전율돋는 레파토리니까요

뷰리풀말미잘 2016-05-13 10:19   좋아요 0 | URL
일부러 어그로 끄시는 것 같아요. ㅎㅎ
 


특급 호쿠토는 곡선레일에서 원심력에 순응해 한쪽 바퀴가 들리는 기차다. 삿포로에서 하코다테까지는 구불구불한 해안선 구간. 호쿠토의 틸팅방식은 속력의 손실을 최소화 해 그 거리를 세시간 반 만에 주파한다.


곡선마다 몸이 둥실 떠오른다. 신난다. 철덕후가 왜 생기는지 알겠다.   



화요일의 하코다테는 햇빛만 고요하게 고이고 있었다. 사실, 수요일이나 목요일의 하코다테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간간히 태평양의 청량함만, 푸른 기운으로 끼쳐왔다. 멀리 보이는 산이 하코다테 야마. 저기서 세계 3대(ㅋ..)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그 유명한 라멘집'아지사이'의 시오(소금)라멘이다. 맑고 향기로운 육수에 푸짐한 고명. 

 




하코다테의 흔한 교회. 항구를 돌아다니다 발견함. 




하코다테의 흔한 교회. 2 


해가 저물고 날은 어둑어둑. 교회 뒷 편으로 돌아갔을 때, 나는 문득 스릴러 영화의 각본이 떠올라 루리에게 하이라이트 부분만 얘기해줬다. 

 

"주교님, 이 시간에 여기는 무슨 일이시죠? 꺄아아악-!" 


두둥, 하코다테, 프랑스 정교회의 비밀! 어때? 루리는 어쩐 일인지 조금 인상을 썼던 것 같다.


 

프랑스 정교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영국 정교회 예배당이 있었다. 


"신부님, 이 시간에 여기는 무슨 일이시죠? 꺄아아악-!" 

 

하코다테, 영국 정교회의 비밀!

 

"고만해라."


"응.."

 


레스토랑.

 

"쉐프님. 이 시간에.."

 

"그만하라고." 



여기서 케이블카를 타고 하코다테 야마(山)에 올라갔다. 우르르 탄 한 무리의 한국 관광객들이 좋은 자리를 낼름 선점하고 시끄럽게 떠든다. 아, 야마돌아. 



하코다테의 야경은 나폴리, 홍콩과 더불어 세계 삼대 야경이라고 불린다. 말 만들어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이겠지만, 근거가 없진 않다. 


루리와 하코다테 산을 걸어 내려왔다. 한 시간 반이나 걸렸고, 산에는 불빛이 하나도 없어서 목숨을 걸다시피 해야 했다. 사진으로 찍은 것들은 먹색으로만 남았으니, 아아, 정녕 아름다운 것들은 보이지 않는 것인가. 영혼을 압도할 듯 솟은 삼나무 군락, 산을 휘감아 끊임없이 뻗은 좁은 길, 장엄한 그믐 밤의 적막. 



아홉시 하코다테에는 차도, 인적도 없다. 


"와 체감시간이 새벽 두시야." 루리가 말했다. 




"저, 점장님 이 시간에 여기는 무슨 일로.. 꺄아아.."


"...."


"..." 





그 유명하다는 '마루카츠 수산'의 스시. 누구는 인생 스시라고 극찬을 하던데 내 입맛에는 별로..




혼마구로 일점 시식하신 루리. 




폭풍 먹방. 붉은 멜론. 이걸 뭐라고 하더라.. 





홋카이도 명물인 대게, 털게. 성게. 


소금냄새 짭짤한 시장의 풍경. 우리는 아무 가게에나 들러 카이센동을 시켰다. 



(본 포스팅은 김늘보의 후원과 허가로 제작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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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7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8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붉은돼지 2015-12-27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루리님 ^^ 이제는 먹방 연기까지 ㅋㅋㅋㅋ

2010년인가 여름에 홋카이도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하고다테 야경은 똑 같군요...사람들 엄청 많았던 기억도 나구요... 무슨 해자로 둘러싸인 별모양의 성도 있었던 것 같구요...<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치히로의 엄마아빠가 꾸역꾸역 처묵처묵하다가 결국 돼지가 되어버렸던 그런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었던 기억도 나구요..그 곳에서 라멘을 먹었던가...

김늘보님의 후원과 허가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뷰리풀말미잘 2015-12-28 13:09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아름다운 야경이죠. 저 야경을 온전히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산에 가로등 하나 켜 놓지를 않더군요. 역시 꼼꼼한 자들입니다. 해자로 둘러싸인 별모양의 성ㅋㅋ은 `고료카쿠`인 것 같습니다. 저도 가 볼까 하고 역에 내려봤는데 너무 늦은 시간(7시)이라.. 가는 버스도 없고 가 봤자 볼 것도 없다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하코다테 시장 안쪽 아지사이 라멘집인듯 한데. 바로, 위에 올린 사진이 거기에요.

김늘보님의 은총이 함께하시길.



Mephistopheles 2015-12-28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말미잘님 아주 간만에 어인 일로 페이퍼를 꺄아아악~

뷰리풀말미잘 2015-12-28 13:09   좋아요 0 | URL
그렇게 하는 거 아니거든요!

Mephistopheles 2015-12-28 13:10   좋아요 0 | URL
쳇. 알게 뭔가요~!
 

#. 1

 

태평양의 햇살이 쏟아지는 오오누마의 호수, 낙엽에 적층되는 가을의 빛깔 사이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귓가로 스치는 바람 한 결 한 결이 상쾌하다. 한적한 긴 도로의 옆으로 세상에서 가장 투명하다는 호수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몇 번이고 풍경을 찍으려 뷰파인더에 눈을 가져다 댔으나. 그 선뜻한 아름다움에 자꾸만 카메라를 내려놓게 된다.

 

Thanx to 그믐날, 칠흑같이 어둡던 하코다테 산의 적막. 영혼을 압도할 듯 솟은 삼나무 군락. 유황냄새 가득했던 태풍 속 노보리베츠의 협곡. 그 웅장한 홋카이도의 자연과 자연을 닮은 사람들.

 

벤 스틸러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주인공은 잃어버린 필름을 찾으러 오만 세상을 뒤지다가 마침내 히말라야에서 눈 표범을 찍고 있는 사진작가 숀을 만난다. 망원렌즈를 설치해 놓은 채 눈밭에서 며칠을 기다리던 그는 정작 표범이 나타났을 때 셔터를 누르지 않는다.

 

왜죠?”

 

"어떤 때는 찍지 않아. 아름다운 순간이 오면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지. 그래 바로 저기. 그리고 여기.“

 

"아름다운 것은 관심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지.“

 

 

#. 2

 

관심을 바라는 못생긴 것만 내 카메라에 잔뜩 들어 있는 이유다.

 

    

 

삿포로 시내.

 

서울보다 조금 서늘하다. 여자들은 숄을 두르고 다닌다.  

 

 

그 유명한 '칭기스칸'. 양고기 집. 늦은 시간에도 어찌나 북적거리던지.  

 

 

 

 

 

 

 

 

 

 

 

 

 

 

아사히 팩토리. 얼음판에 볶아(?)주는 아이스크림을 먹은 루리. 온 몸으로 맛을 표현하는 중.

 

 

 

오타루로 가는 길.

 

 

 

 

예쁜 버스를 탐.

 

 

오타루 그 유명한 '오르골당'

 

 

잠깐만 넋을 놓고 있으면 지갑은 금새 앵꼬..

 

 

그 유명한 '카이센동'

 

걍 해물덮밥인데 보통 세 종류 고명이 올라간다. 오타루 인심은 후한 편. 새우, 연어알, 날치알, 키조개 관자, 연어, 한치, 참치에 계란말이와 일본 깻잎. 2000엔 정도의 가격이었고 매우 만족.

 

 

역시, 매우 만족.    

 

메르헨 교차로에서 오타루 운하까지. 이런 오래된 가게가 많다. 대부분 유리공예 전문점이다. 정말 수준 높은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점포다. 여행전문가 김늘보의 추천으로 들어가보게 되었다.

 

 

삼만엔정도 하는 듯.

 

 

 

 

저 구루마에 타고 베일 촥 내려오는 햇을 쓰면 되게 신여성처럼 보이겠지?

 

 

그 유명한 '오타루 운하'

 

 

 

 

"간지나게 찍어봐." 라고 했다.

 

너 화보촬영 온 거 아니잖아.

 

"간지나게!"

 

 

그럭저럭 묵을만 했던 삿포로, 호텔 레솔.



(본 포스팅는 김늘보의 허가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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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5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16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붉은돼지 2015-11-16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리님의 표정연기 좋습니다. ㅋㅋ
2편도 기대할게요^^

뷰리풀말미잘 2015-11-16 14:16   좋아요 0 | URL
네, 다음 편에서는 메소드 연기 폭발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15-11-16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지나게 안찍어도 간지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립다 삿포로 올해 한번 나도 가볼까나~

뷰리풀말미잘 2015-11-16 14:17   좋아요 0 | URL

아, 홋카이도 가 보셨군요 저도 홋카이도가 참 좋아요. 광막하게 펼쳐진 지평선도, 곰 나오는 자연도, 길 물어보면 목적지까지 같이 가주는 착하고 순한 사람들도. 다들 그 지역의 겨울을 얘기하지만 저는 여유 넘치는 가을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요새 유가도 싸졌고, 저가항공사 많아져서 티켓 저렴하게 구하기 쉬워요. 비수기 20만원 정도면 홋카이도 왕복티켓 나옵니다. 간사이 같은덴 부산 가는 거나 비슷하고, 15년 전에 큐수 왕복이 60여 만원 했는데 그 때에 비하면 많이 싸진 거죠.

무해한모리군 2015-11-17 10:42   좋아요 0 | URL
저는 봄에 캠핑하러 가봤어요. 아주 아름다웠어요. 우리랑 기후가 비슷하니까 봄가을이 좋은데 4계절 고르게 관광수입을 유지하려고 겨울이 좋다고 홍보한다는 소문이 있는 지역이지요 ㅋㄷㅋㄷㅋㄷ 걸으러 가야겠어요.

뷰리풀말미잘 2015-11-17 13:40   좋아요 0 | URL
헉, 일본놈들. 역시 그런 음모를 꾸미고 있었군요. 캠핑, 정말 좋겠네요!

세뇨리따 2015-11-22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뷰말님 글이 관심을 바라지 않는건 같은 이치군요. 제가 셀카를 찍지 않는것과 같은 이치겠네요.

월터 미티는 참 촌스러울 법도 했는데, 어쩜 그렇게 사랑스러운 영화로 남았는지.. 전처음에 심술궂은 숀이 싫었고, 히말라야에선 고작 말 몇마디로 영혼을 관통시키는 재치가 뻔뻔하게 느껴져서 더 싫었어요. 그런 예술성이라니.. 반칙이잖아요! 부아가 치밀죠. 마치... 말미잘 같달까요?

같은 아시아 문화권이라 해도, 일본은 뭔가 분명히 독특한 자기만의 색깔이 있고, 문화성이 뚜렷하고 개성이 넘치는데도 정작 한번 가본일도 없이, 괜시리 사진이든 드라마든 볼때마다 아련한 이유를 아직 모르겠어요. 마치 당연한 듯이 언젠가 거기로 `돌아가야` 한다는 느낌. 아직도 상상만 하는 나라입니다만..

슬슬 뷰말님이 후지산 중턱에 삼각대를 놓고 흰담비를 위한 셔터를 기다리면서, 문학적 영감을 제게 주입함으로서 일본으로 초대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은데 말이죠. 취한 헬기 운전사와 참칫배 하나를 구해놓지 않으면 안되겠네요. <Space oddity> 를 흥얼거리면서 날아가도록 하죠.

/ 이번 포스팅은 요약하자면 `루리 루리 하다` 싶달까.. 무슨 느낌인지 아시겠죠?
이러다 루리의 팬덤이 형성되는거 아닌가요? 특히 저 아름다운..매우만족 이라던지 콧구멍이라던지 ㅋㅋ
작가의 기량인지, 모델의 역량인지 `오타루 의 여인`은 작품이네요. 아름답지 않은 것만 담는다더니.. 이래서 예술가들의 능청이란..

뷰리풀말미잘 2015-11-25 11:29   좋아요 0 | URL
관심은 받지 못할 뿐. ㅎㅎ 종종 글을 올리고 혼자서라도 쓰고 지우고 했는데 요새는 글 쓰는 재미가 없네요. 어차피 검색해 보면 남들도 다 한 말, 한 마디 더 보태고 싶지도 않고, 개념을 가공하고 끼워맞추고 하는 작업들이 지루해졌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조립식 장난감에 질리듯 말이죠. 그렇다고 일기장에 쓸 법한 일들로 사이버 공해를 만드는 것도 그닥.

어제는 수면제를 먹지 않았고, 꿈을 많이 꿨어요. 사교적인 편은 아닌데 회사 직원들이랑 모여서 신나게 수다를 떨었죠. 진하고 달착지근한 일본 우유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회사에서 하루에 몇 마디 하지 않는 게 보통인데 그런 꿈을 꾸다니. 혹시 무의식에는 그런 욕망이 내재된 것이 아닐까. 뭐, 그런 생각도 듭니다.

굳이 취한 헬기운전사를 부르실 건 없어요. 멀쩡한 제가 운전을 한다면 비슷한 효과일테니까. Space oddity는 모르는 곡이로군요. 제목으로 봤을 땐 매우 어울리는 곳일 듯. 저는 비 흩날리는 아침에 Marie Digby의 Spell을 들으면서 걸어왔어요. 화음을 넣어가면서 조용히 따라 불렀는데, 아무도 못 들었겠죠. 얼마나 많은, 좋은 노래가 이렇게 허공으로 흩어졌을까요. 세뇨리따님의 찍지 않은 셀카처럼.

세뇨리따 2015-11-30 11:21   좋아요 0 | URL
어디서 들어봤는데.. 한참 고민하다 검색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한때 재밌게 보다 말았던 스몰빌의 삽입곡이었군요. 크리스틴 크룩이라는 여주인공이 어마어마하게 이뻐서 봤더렜죠.

월터가 헬기를 타기 직전 망상에서, 여주인공이 기타를 치면서 불렀던 곡이 space oddity 였어요. 너무 인상적인 노래라 굳이 찾아서 들었는데 원곡의 가사와 느낌이 너무 좋더군요. 특히 가사 내용은 말미잘님이 굉장히 좋아하실것 같다는.. 영화 한편같은 노래였어요.

전 사실 그 비밀일기장이 가장 들춰 보고 싶었달까요? 옜날에 어딘가에 적었던 말미잘의 글과 비슷할까요? 가령 헌책방의 노인이나, 혈관처럼 얽힌 시장길이나, 무게감 넘치는 눈물에 대한 얘기들처럼.. 베껴서 사본으로 만들어 놓고 개인소장 한뒤에 꼭꼭 숨겨 나만 볼수 있게 해놓지 못한것은 천추의 한입니다만, 교양인으로서 차마 요구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참고로 저는 공해사업의 상당수를 지지합니다.

사색이 깊고 식견이 넓으니 혀는 그 신랄한 생각을 따라가지 못하죠. 말미잘은 잡담이라 하지만 명연설 하나가 나왔겠죠. 진하고 달착지근한 일본 우유에 대해서. 늘 잡담하지만 귀로한번쯤 들어보고 싶기도 하네요. 말미잘의 잡담이란..

LAYLA 2015-12-25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봐도 루리는 예쁘네요. 진정 미인입니다.

뷰리풀말미잘 2015-12-27 20:50   좋아요 0 | URL
친척 중 한 분은 부모님의 미모 유전자는 제게, 성격 유전자는 루리에게 몰빵되었다고 증언하셨답니다. (아니, 그 반대던가..) 흥, 아무튼 저와 미적 취향이 다르신 듯..
 

http://star.mt.co.kr/view/stview.php?no=2015110513400709330&type=1&outlink=1



-아이유 동녘 사태 봤나요? [오전 10:03]


-, 뭐 제제가 어쩌고? [오전 10:05]


-네 엄청나네요;; [오전 10:08]

-출판사 페북이 기사화되고 [오전 10:08]

 

-출판사 페북 글 봤엉. [오후 14:21]

-봤엉? ㅋㅋ [오후 14:21]

-물론 아이유와 그녀의 노래가 맘에 들지 않을 수 있엉. [오후 14:21]

-얌전하게 책 읽기 좋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봤을 때 도발적일 수 있다는 거 알앙. [오후 14:21]

-하지만 난 뮤비보다 더 불온한 것은 해석을 독점하려는 태도라고 생각행. [오후 14:21]

-비트겐슈타인이 그랬죠. 책은 쓰인 부분과 쓰이지 않은 부분으로 나뉜다. 컨텍스트에 기대 제제가 어떤 애라고 해석하는 게 반칙은 아니지. [오후 14:22]

-상업적이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는 상업적 목적을 가진 소설이 아닌가[오후 14:22]

-일기인가? [오후 14:22]

-동녁출판사는 그 책 팔아서 돈 안 벌었나? [오후 14:22]

-모르긴 몰라도 저 포스팅, 돈 조금 더 벌기 위한 수단이 1%도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나? [오후 14:23]

-저는 로리타 취향 아니에요. 하지만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는 불타 없어져야 될 책인가요? [오후 14:23]

-최초의 영화로 꼽히는 영화는 100년도 더 된 뤼미에르 형제의 기차의 도착이라고 하죠. 그 영화 첨 나왔을 때 사람들이 진짜 기차가 덮쳐온다고 착각하고 난동을 부렸대요. 그 노이즈 자글자글한 저해상도 그래픽을 현실로 여긴 거죠. 같은 일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네요못난 해석도 해석이라고 생각해요. [오후 14:23]

-어줍잖게 해석을 독점하는 건 박근혜로 충분하다! [오후 14:23]

-이것이 그 쪼꼬만 미시 파시스트들에게 전하고 싶은 나의 입장입니다. [오후 14:23]

 

-그러고보니 나는 저 책을 안읽었네. 제일 친한 친구 이름이 제제이면서도 안읽었어 [오후 14:30]

 

-대박이네. [오후 14:35]

-말미잘일줄 알았는데 제제였다니 [오후 14:35]

-아이유 죽여버려. [오후 14:35]

-생각 바뀜. [오후 14:3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큰잘못했다 내가 [오후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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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뇨리따 2015-11-09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재밌는 모순은
로리타 컴플렉스는 사회적으로 아주 심각한 문제인 반면에, 그 어원이 된
<로리타>의 문학적 가치와 비중은 `아동 포르노 소설 이라는 고약한 그림자를 달고 다니는데도 문학계기 인정한다는 부분이죠.

예술에 선악관과 지고한 도덕적 관념이라는 기준을 내세운다는 것이 참 미련스럽다고도 생각했죠. 늘 건강한 것만 먹을수 없는 법이고, 건강한 것만 볼수 없는 법인데. 온천지에 중이요 비구니요, 형제 자매님들 뿐, 토픽은 늘 신이요 믿음이요 사랑이요 옳은 것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세상이라니.. 저는 1주일을 못살고 목을 메달았겠죠. 수급은 원초적 욕망이 난무하는 사파리의 어느 한 곳에..

전 예술에 대한 기대치가 많아서, 외설과 반항과 파격은 예술의 의무라고 늘 생각해 왔거든요. 사실 아이유의 작사는 소식을 들었을때의 기대치만큼 선정적이지도, 파격적이지도, 썩 대담할것도 없다는 감상이었어요. 제 기준에서 그녀는 좀 더 선구적일 필요도 있는데, 대중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더군요.

기호를 대는것은 대중의 몫이 맞지만, 그들은 늘 비판할 권리와 심판할 권리를 착각해요.
예술에 대한 가치의 판단은 대대로 시대의 몫이었는데 말이죠.

잠깐 이 세상에 왔다갈 뿐인 인생이
평생 세상에 남을 예술에 낙인을 찍는다니,
인간의 몫은 그저 창작할 뿐 인데요.

뷰리풀말미잘 2015-11-09 21:56   좋아요 0 | URL
#. 1
세뇨리따님♥

#. 2
‘금지를 금지한다’ 다시 피맺힌 절규라도 해야 할 판인가요. 도대체 어디서 온 애들인가 했는데 예전 아이유 꿀벅지 논쟁, 아이유-은혁 사태 당시 활약했던 역전의 용사들인 듯. 제가 이 분야를 잘 모르긴 하는데, 아이유는 가부장적 사회관습의 해악에 희생되는 대표적 아이돌이 아닌가 싶어요. ‘국민’ ‘여동생’이라니. 누구 맘대로? 그런 이유로 그녀의 허벅지와, 순결함(?)은 전 ‘국민 오빠’들의 집착에서 벗어나기 힘들었겠죠. 오늘날의 이 논란은 그런 시시껍쩍한 소동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겠네요.

요컨대, 아이유 사태의 본질은 대중들의 삐뚤어진 욕망입니다. 그러나 아이유는, 우리가 회사에 우리의 영혼을 갖다 바치고 돈을 받아오듯, 자신의 성이건 뭐건 상품화 할 권리가 있는 성인입니다. 어설픈 예술이라도 마음껏 전개할 권리도 물론, 있고요. 음원 폐기 서명을 한다니. 세상에. 이러다 정말 음원이 폐기되기라도 하면, 사회학 연구자들이 좋아하겠네요.

#. 3
아주 웃기고들 계시더군요. 소재원이던가요. 요약하자면, ‘으윽.. 로리, 로리만은 안돼.’ 네, 물론 로리는 안 되죠. 최소한 현실에서는. 그들의 성은 어른들의 돈과 권력과 잔머리에 희생당할 소지가 너무나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로리에 대한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것은 반칙이겠죠 (하지만 반대로 로리들의 성적 욕망은 어떻게 해야 되나, 걍 나 몰라라 하면서 그들에 대한 성적-사회적 억압기제가 계속 작동하도록 둬야 하는가. 또 하나의 은폐된 전선은 그들, 로리들의 파이팅에 걸어볼 수밖에요.)

무식한 순수함이랄까요, 아니면 순수한 무식함이랄까요. 말씀하셨듯, 대중들은 문학작품으로서 ‘로리타’를 용인하면서 아이유의 쑈를 용인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제가 보기엔 전자가 훨씬 노골적이고 야한데 말입니다. 왜? 영상이 더 강렬하기 때문에? 다만 그들이 활자에 관심 없기 때문겠죠. 아마 그들이 옹알옹알 글을 읽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그 분야에서 국방부 말고 또 하나의 강력한 적을 갖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얼마나 많은 책들이 금서로 지정될까요. 얼마나 많은 장정일이 양산될까요. 로리타나 로리타가 성립하기 위해서 선행됐던 치열한 문화예술논쟁은 그들에게 아무 의미도 없을 겁니다.

#. 4
평론가 흉내 내면서 소품들이 어떻게 배치됐고, 핀업걸 자세가 어떻고 주절대는 모습이 징그럽습니다. 그들이 정말 흉내 내고 싶어 하는 것은 평론이 아니라 평론가들의 권위주의겠지요.

십년도 더 전에 김어준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주요한 두 개의 코드는 레드 콤플렉스와 핑크 콤플렉스라고 떠들고 다녔는데, 맞는 말인 듯. 그리고 그 분석이 적용되던 그 시절보다 한 치도 나아진 게 없네요. 성부는 이 땅에 다시 육화하셔서 빨갱이와 아닌자를 심판하고 계시고, 핑크 콤플렉스로 대표되는 문화적 보수주의는 뭐, 아시다시피.

레이디 가가? 걔가 대한민국 국민이었으면 안 됐을 거에요. 아마.. 그게 우리나라 텔레비전이 이토록 재미가 없는 이유겠죠.

#. 5
잘 지내고 계세요?

2015-11-10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15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8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9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