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태평양의 햇살이 쏟아지는 오오누마의 호수, 낙엽에 적층되는 가을의 빛깔 사이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귓가로 스치는 바람 한 결 한 결이 상쾌하다. 한적한 긴 도로의 옆으로 세상에서 가장 투명하다는 호수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몇 번이고 풍경을 찍으려 뷰파인더에 눈을 가져다 댔으나. 그 선뜻한 아름다움에 자꾸만 카메라를 내려놓게 된다.

 

Thanx to 그믐날, 칠흑같이 어둡던 하코다테 산의 적막. 영혼을 압도할 듯 솟은 삼나무 군락. 유황냄새 가득했던 태풍 속 노보리베츠의 협곡. 그 웅장한 홋카이도의 자연과 자연을 닮은 사람들.

 

벤 스틸러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주인공은 잃어버린 필름을 찾으러 오만 세상을 뒤지다가 마침내 히말라야에서 눈 표범을 찍고 있는 사진작가 숀을 만난다. 망원렌즈를 설치해 놓은 채 눈밭에서 며칠을 기다리던 그는 정작 표범이 나타났을 때 셔터를 누르지 않는다.

 

왜죠?”

 

"어떤 때는 찍지 않아. 아름다운 순간이 오면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지. 그래 바로 저기. 그리고 여기.“

 

"아름다운 것은 관심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지.“

 

 

#. 2

 

관심을 바라는 못생긴 것만 내 카메라에 잔뜩 들어 있는 이유다.

 

    

 

삿포로 시내.

 

서울보다 조금 서늘하다. 여자들은 숄을 두르고 다닌다.  

 

 

그 유명한 '칭기스칸'. 양고기 집. 늦은 시간에도 어찌나 북적거리던지.  

 

 

 

 

 

 

 

 

 

 

 

 

 

 

아사히 팩토리. 얼음판에 볶아(?)주는 아이스크림을 먹은 루리. 온 몸으로 맛을 표현하는 중.

 

 

 

오타루로 가는 길.

 

 

 

 

예쁜 버스를 탐.

 

 

오타루 그 유명한 '오르골당'

 

 

잠깐만 넋을 놓고 있으면 지갑은 금새 앵꼬..

 

 

그 유명한 '카이센동'

 

걍 해물덮밥인데 보통 세 종류 고명이 올라간다. 오타루 인심은 후한 편. 새우, 연어알, 날치알, 키조개 관자, 연어, 한치, 참치에 계란말이와 일본 깻잎. 2000엔 정도의 가격이었고 매우 만족.

 

 

역시, 매우 만족.    

 

메르헨 교차로에서 오타루 운하까지. 이런 오래된 가게가 많다. 대부분 유리공예 전문점이다. 정말 수준 높은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점포다. 여행전문가 김늘보의 추천으로 들어가보게 되었다.

 

 

삼만엔정도 하는 듯.

 

 

 

 

저 구루마에 타고 베일 촥 내려오는 햇을 쓰면 되게 신여성처럼 보이겠지?

 

 

그 유명한 '오타루 운하'

 

 

 

 

"간지나게 찍어봐." 라고 했다.

 

너 화보촬영 온 거 아니잖아.

 

"간지나게!"

 

 

그럭저럭 묵을만 했던 삿포로, 호텔 레솔.



(본 포스팅는 김늘보의 허가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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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5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16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붉은돼지 2015-11-16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리님의 표정연기 좋습니다. ㅋㅋ
2편도 기대할게요^^

뷰리풀말미잘 2015-11-16 14:16   좋아요 0 | URL
네, 다음 편에서는 메소드 연기 폭발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15-11-16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지나게 안찍어도 간지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립다 삿포로 올해 한번 나도 가볼까나~

뷰리풀말미잘 2015-11-16 14:17   좋아요 0 | URL

아, 홋카이도 가 보셨군요 저도 홋카이도가 참 좋아요. 광막하게 펼쳐진 지평선도, 곰 나오는 자연도, 길 물어보면 목적지까지 같이 가주는 착하고 순한 사람들도. 다들 그 지역의 겨울을 얘기하지만 저는 여유 넘치는 가을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요새 유가도 싸졌고, 저가항공사 많아져서 티켓 저렴하게 구하기 쉬워요. 비수기 20만원 정도면 홋카이도 왕복티켓 나옵니다. 간사이 같은덴 부산 가는 거나 비슷하고, 15년 전에 큐수 왕복이 60여 만원 했는데 그 때에 비하면 많이 싸진 거죠.

무해한모리군 2015-11-17 10:42   좋아요 0 | URL
저는 봄에 캠핑하러 가봤어요. 아주 아름다웠어요. 우리랑 기후가 비슷하니까 봄가을이 좋은데 4계절 고르게 관광수입을 유지하려고 겨울이 좋다고 홍보한다는 소문이 있는 지역이지요 ㅋㄷㅋㄷㅋㄷ 걸으러 가야겠어요.

뷰리풀말미잘 2015-11-17 13:40   좋아요 0 | URL
헉, 일본놈들. 역시 그런 음모를 꾸미고 있었군요. 캠핑, 정말 좋겠네요!

세뇨리따 2015-11-22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뷰말님 글이 관심을 바라지 않는건 같은 이치군요. 제가 셀카를 찍지 않는것과 같은 이치겠네요.

월터 미티는 참 촌스러울 법도 했는데, 어쩜 그렇게 사랑스러운 영화로 남았는지.. 전처음에 심술궂은 숀이 싫었고, 히말라야에선 고작 말 몇마디로 영혼을 관통시키는 재치가 뻔뻔하게 느껴져서 더 싫었어요. 그런 예술성이라니.. 반칙이잖아요! 부아가 치밀죠. 마치... 말미잘 같달까요?

같은 아시아 문화권이라 해도, 일본은 뭔가 분명히 독특한 자기만의 색깔이 있고, 문화성이 뚜렷하고 개성이 넘치는데도 정작 한번 가본일도 없이, 괜시리 사진이든 드라마든 볼때마다 아련한 이유를 아직 모르겠어요. 마치 당연한 듯이 언젠가 거기로 `돌아가야` 한다는 느낌. 아직도 상상만 하는 나라입니다만..

슬슬 뷰말님이 후지산 중턱에 삼각대를 놓고 흰담비를 위한 셔터를 기다리면서, 문학적 영감을 제게 주입함으로서 일본으로 초대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은데 말이죠. 취한 헬기 운전사와 참칫배 하나를 구해놓지 않으면 안되겠네요. <Space oddity> 를 흥얼거리면서 날아가도록 하죠.

/ 이번 포스팅은 요약하자면 `루리 루리 하다` 싶달까.. 무슨 느낌인지 아시겠죠?
이러다 루리의 팬덤이 형성되는거 아닌가요? 특히 저 아름다운..매우만족 이라던지 콧구멍이라던지 ㅋㅋ
작가의 기량인지, 모델의 역량인지 `오타루 의 여인`은 작품이네요. 아름답지 않은 것만 담는다더니.. 이래서 예술가들의 능청이란..

뷰리풀말미잘 2015-11-25 11:29   좋아요 0 | URL
관심은 받지 못할 뿐. ㅎㅎ 종종 글을 올리고 혼자서라도 쓰고 지우고 했는데 요새는 글 쓰는 재미가 없네요. 어차피 검색해 보면 남들도 다 한 말, 한 마디 더 보태고 싶지도 않고, 개념을 가공하고 끼워맞추고 하는 작업들이 지루해졌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조립식 장난감에 질리듯 말이죠. 그렇다고 일기장에 쓸 법한 일들로 사이버 공해를 만드는 것도 그닥.

어제는 수면제를 먹지 않았고, 꿈을 많이 꿨어요. 사교적인 편은 아닌데 회사 직원들이랑 모여서 신나게 수다를 떨었죠. 진하고 달착지근한 일본 우유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회사에서 하루에 몇 마디 하지 않는 게 보통인데 그런 꿈을 꾸다니. 혹시 무의식에는 그런 욕망이 내재된 것이 아닐까. 뭐, 그런 생각도 듭니다.

굳이 취한 헬기운전사를 부르실 건 없어요. 멀쩡한 제가 운전을 한다면 비슷한 효과일테니까. Space oddity는 모르는 곡이로군요. 제목으로 봤을 땐 매우 어울리는 곳일 듯. 저는 비 흩날리는 아침에 Marie Digby의 Spell을 들으면서 걸어왔어요. 화음을 넣어가면서 조용히 따라 불렀는데, 아무도 못 들었겠죠. 얼마나 많은, 좋은 노래가 이렇게 허공으로 흩어졌을까요. 세뇨리따님의 찍지 않은 셀카처럼.

세뇨리따 2015-11-30 11:21   좋아요 0 | URL
어디서 들어봤는데.. 한참 고민하다 검색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한때 재밌게 보다 말았던 스몰빌의 삽입곡이었군요. 크리스틴 크룩이라는 여주인공이 어마어마하게 이뻐서 봤더렜죠.

월터가 헬기를 타기 직전 망상에서, 여주인공이 기타를 치면서 불렀던 곡이 space oddity 였어요. 너무 인상적인 노래라 굳이 찾아서 들었는데 원곡의 가사와 느낌이 너무 좋더군요. 특히 가사 내용은 말미잘님이 굉장히 좋아하실것 같다는.. 영화 한편같은 노래였어요.

전 사실 그 비밀일기장이 가장 들춰 보고 싶었달까요? 옜날에 어딘가에 적었던 말미잘의 글과 비슷할까요? 가령 헌책방의 노인이나, 혈관처럼 얽힌 시장길이나, 무게감 넘치는 눈물에 대한 얘기들처럼.. 베껴서 사본으로 만들어 놓고 개인소장 한뒤에 꼭꼭 숨겨 나만 볼수 있게 해놓지 못한것은 천추의 한입니다만, 교양인으로서 차마 요구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참고로 저는 공해사업의 상당수를 지지합니다.

사색이 깊고 식견이 넓으니 혀는 그 신랄한 생각을 따라가지 못하죠. 말미잘은 잡담이라 하지만 명연설 하나가 나왔겠죠. 진하고 달착지근한 일본 우유에 대해서. 늘 잡담하지만 귀로한번쯤 들어보고 싶기도 하네요. 말미잘의 잡담이란..

LAYLA 2015-12-25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봐도 루리는 예쁘네요. 진정 미인입니다.

뷰리풀말미잘 2015-12-27 20:50   좋아요 0 | URL
친척 중 한 분은 부모님의 미모 유전자는 제게, 성격 유전자는 루리에게 몰빵되었다고 증언하셨답니다. (아니, 그 반대던가..) 흥, 아무튼 저와 미적 취향이 다르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