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애 낳는 꿈을 꿨다. 번화가에 있는 상가 2층의 허름한 산부인과였고, 접수실과 진료실과 수술실이 같았다. 나는 출산용 의자에 앉았다. 뱃속의 아이는 시기를 놓쳐 18개월이나 컸다. 의사는 낳을 수도, 그대로 둘 수도 있다고 했다. 그가 건네준 엑스레이 필름으로 본 아이의 윤곽은 생각보다 또렷했다. 휴.  

 

아이는 수월하게 나왔고, 나는 강보에 쌓인 애를 안고 병원에서 나왔다. 출산한 몸을 이렇게 휘둘러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발이 막 가벼웠다. 아이의 눈은 물기를 엄청나게 머금었는데, 울지는 않았다. 보고 있으려니 가슴 속에 뭐가 막 뿌듯하게 차올랐다.

 

무릇 애기란 똥 만드는 기계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이상한 꿈이다.

 

 

#. 2

 

‘잼 라이브’는 라이브 퀴즈쇼 애플리케이션이다. 12문제를 맞추면 위너들이 상금을 나눠갖는다. 거의 다 맞추는 편인데, 꼭 한 문제쯤 틀린다. 하. 언제 모아서 재벌이 된담. 대단한 빨갱이인 척 하는 나는 솔까말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고 있다. 말이 좋아 경제적 자유지, 돈 되는 거라면 뭐든지 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비록 더러운 일이라도 말이다.

 

 

#. 3 

 

나는 사실 바이섹슈얼이다. 어느 쪽으로도, 상당히 문란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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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철 2018-04-17 22: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다가 문득 떠올랐는데, 예전에 형수님이 아이 앞에서 아이를 대상으로 삼지는 않은 채, 전에 없이 누구라도 들으라는 듯 과도하게 화를 내던 모습을 목도한 기억이 나네요. 왜 그러느냐고 묻지 않았는데- 뭔가 알 것 같았습니다. 이게 좋은 예인 것 같지는 않은데 이를테면 저는 며칠 전에 여느 때처럼 설거지를 하는데 갑자기 재채기가 계속 나와서 결국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에서 혼자 누구라도 들었으면 좋겠다는 듯 화를 낸 적이 있었거든요? 뭐, 그런 종류의, 급격히 외부로 흩뿌려져야만 하는 어떤 감정이 아니었을까, 이제나마 늦었지만 생각해 봅니다.

써 놓고 보니 생뚱한 댓글이네요.

아무튼 글 잘 읽었습니다.

일전에 댓글 싹퉁머리 없게 달고(농담이었지만), 그렇게 달지 말걸 이내 후회했는데 글을 수정하는 타입이 아니라서 일말의 물의를 빚은 게 아닐까 생각한 후 로그아웃했던 기억이 나네요.

헤아려 주시길 바랄게요. (꾸벅)

뷰리풀말미잘 2018-04-18 12:42   좋아요 1 | URL
음.. 급격히 외부로 흩뿌려야 했던 감정의 종류라기 보단 무심했던 스스로에 대한 일말의 관심이랄까요. ㅎㅎ

왕래한지가 몇 년인데 수철님 글의 뒷면을 못 보겠습니까. 물의는 무슨. 더욱 날뛰어 주세요. 덕분에 좀 길게 쓰긴 했음.

AgalmA 2018-04-18 0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슬프고 웃겨요ㅜㅋㅜ....
돈 되는 거라면 뭐든지 한다에 엮여 사랑받는 거라면 뭐든지 하기 때문에 바이섹슈얼이 된 듯한 연결.... 슬푸다(일부러 맞춤법 틀리게 쓴 거임. 내 맘입니다).

뷰리풀말미잘 2018-04-18 12:46   좋아요 1 | URL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기 때문은 아니지만..

뷰리풀말미잘 2018-04-18 12:46   좋아요 1 | URL
괜찮습니다. 아무도 아갈마님의 맞춤법을 지적하지 않아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