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호쿠토는 곡선레일에서 원심력에 순응해 한쪽 바퀴가 들리는 기차다. 삿포로에서 하코다테까지는 구불구불한 해안선 구간. 호쿠토의 틸팅방식은 속력의 손실을 최소화 해 그 거리를 세시간 반 만에 주파한다.
곡선마다 몸이 둥실 떠오른다. 신난다. 철덕후가 왜 생기는지 알겠다.
화요일의 하코다테는 햇빛만 고요하게 고이고 있었다. 사실, 수요일이나 목요일의 하코다테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간간히 태평양의 청량함만, 푸른 기운으로 끼쳐왔다. 멀리 보이는 산이 하코다테 야마. 저기서 세계 3대(ㅋ..)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그 유명한 라멘집'아지사이'의 시오(소금)라멘이다. 맑고 향기로운 육수에 푸짐한 고명.
하코다테의 흔한 교회. 항구를 돌아다니다 발견함.
하코다테의 흔한 교회. 2
해가 저물고 날은 어둑어둑. 교회 뒷 편으로 돌아갔을 때, 나는 문득 스릴러 영화의 각본이 떠올라 루리에게 하이라이트 부분만 얘기해줬다.
"주교님, 이 시간에 여기는 무슨 일이시죠? 꺄아아악-!"
두둥, 하코다테, 프랑스 정교회의 비밀! 어때? 루리는 어쩐 일인지 조금 인상을 썼던 것 같다.
프랑스 정교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영국 정교회 예배당이 있었다.
"신부님, 이 시간에 여기는 무슨 일이시죠? 꺄아아악-!"
하코다테, 영국 정교회의 비밀!
"고만해라."
"응.."
레스토랑.
"쉐프님. 이 시간에.."
"그만하라고."
여기서 케이블카를 타고 하코다테 야마(山)에 올라갔다. 우르르 탄 한 무리의 한국 관광객들이 좋은 자리를 낼름 선점하고 시끄럽게 떠든다. 아, 야마돌아.
하코다테의 야경은 나폴리, 홍콩과 더불어 세계 삼대 야경이라고 불린다. 말 만들어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이겠지만, 근거가 없진 않다.
루리와 하코다테 산을 걸어 내려왔다. 한 시간 반이나 걸렸고, 산에는 불빛이 하나도 없어서 목숨을 걸다시피 해야 했다. 사진으로 찍은 것들은 먹색으로만 남았으니, 아아, 정녕 아름다운 것들은 보이지 않는 것인가. 영혼을 압도할 듯 솟은 삼나무 군락, 산을 휘감아 끊임없이 뻗은 좁은 길, 장엄한 그믐 밤의 적막.
아홉시 하코다테에는 차도, 인적도 없다.
"와 체감시간이 새벽 두시야." 루리가 말했다.
"저, 점장님 이 시간에 여기는 무슨 일로.. 꺄아아.."
"...."
"..."
그 유명하다는 '마루카츠 수산'의 스시. 누구는 인생 스시라고 극찬을 하던데 내 입맛에는 별로..
혼마구로 일점 시식하신 루리.
폭풍 먹방. 붉은 멜론. 이걸 뭐라고 하더라..
홋카이도 명물인 대게, 털게. 성게.
소금냄새 짭짤한 시장의 풍경. 우리는 아무 가게에나 들러 카이센동을 시켰다.
(본 포스팅은 김늘보의 후원과 허가로 제작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