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로쟈님의 댓글

‘가치이론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http://blog.aladin.co.kr/mramor/2778876)이라는 로쟈님의 글이 포스팅 되자 노이에자이트님이 이런 댓글을 달았다.

에밀 뒤르카임은 사회주의자와 사귀면서도 사회주의에 대해 거리를 두었는데 그 제자인 마르셀 모스도 그랬군요.두 사람의 사회주의관을 비교하는 것도 흥미롭겠네요. 그레이버 책은 모스 연구서로 읽으면 좋겠군요.  

놀라운 노이에자이트님, 그의 내공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근현대사와 원숭이학을 아우르며 심오한 내공의 깊이를 보여준 그의 박학은 이제 사회학사까지 종횡무진하고 있었다. 평소 노이에자이트님을 흠모했던지라 댓글을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에 달린 로쟈님의 댓글을 발견하고 만 것이다.

'뒤르켐'이라고 보통 읽지요(전공자인 김종엽 교수를 따라서). '뒤르카임'은 영미식이고, 보통 '뒤르껭'이라고 많이 읽었었지요.

나는 쿵 하고 떨어지는 심장 소리를 들었다. 공포와 전율. 아아, 다시 강호에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인가. 순간 내 머릿속에는 지난 40여년 한국 사회과학계의 역사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그 부침의 세월들.. 그리고 그 역사와 함께 시작하여 오늘날까지 풀리지 않는 오랜 숙제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뒤르켐과 뒤르껭의 문제. 로쟈님은 오늘 역사의 컴컴한 우물 속에서 다시 그 문제를 길어올린 것이다. 


#. 2 한국 사회과학의 역사

조금 과장하면 한국 사회과학의 역사는 'Emile Durkheim'(정확하게는 그 이름에 대한 정확한 음역)에 대한 해석의 역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문제를 놓고 전국의 120만 사회과학도는 사분오열했다. 곳곳에서 과열된 토론이 벌어졌고 토론의 끝엔 버릇처럼 주먹다짐이 오고갔다. 언젠가부터 사회과학도들은 사회과학을 연마하기보다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다루는 법을 연마하기에 이르렀고, 이것은 크고 작은 규모의 학생운동에서 약간의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으나, 결국 한국의 사회과학계 전체의 관점에서는 어둠의 시기로 향하는 급행열차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 시절 사회과학계의 분파는 크게 '뒤르켐' 파와 '뒤르껭'파, 그리고 뒤르켐파에서 갈라져 나온 '뒤르케임'파, 비교적 소수파였던 '뒤르카임'파와 뒤르카임파에서 갈라져 나온 '뒤르크하임'파로 나뉘었다. 이들은 무섭게 대립했고, 그 결과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난무하는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이 시절 칼침이 무서워서 뱃속에 자본론 하나쯤 안 쑤셔넣고 다니는 사람이 없었고, 시절을 한탄하며 자살론을 발 받침삼아 목 매다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그러고 보면 오늘날 이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녀석들은 죄다 군주론 같은걸 냄비받침 삼아 라면이나 열심히 끓여먹던 자들뿐이다.

어쨌거나 Durkheim문제는 점점 깊어져 학회는 열리기만 하면 이 문제로 격론을 벌이다 와해되기를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나온 사상자 수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80년대 NL(National Liberation)과 PD(People Democracy)가 분열한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재벌-국가 연합을 극복하기 위해 태동한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 (National liberation-people democracy Revolution :NLPDR)의 노선투쟁이었지만 사실은 곪고 곪은 Durkheim의 문제에 다름아니라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어떤 사가는 이 논쟁의 끝물에 등장한 청년고수 이진경과 그를 따르는 무리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 사사방(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이 이 모든 사태의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기록하지만, 실상 사사방이 나올 즈음해서는 양 측은 모두 더 싸울 기력이 없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사사방은 그냥 시대를 잘 타고난 책이었을 뿐이었다. 

이 시기에 사회과학도의 해외유학이 빈번해 진 이유도 Durkheim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세외무림에서 찾아오려는 시도에 불과했다. 어쨌거나 사사방 이후 Durkheim문제를 둘러싼 사회과학계의 대립양상은 점차 소강상태를 보이기 시작했고 이 전쟁의 양대 축이었던 뒤르켐파와 뒤르껭파가 암묵적인 합의를 맺으면서 오늘날의 침묵의 시대로 접어 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로쟈님의 한 마디.

'뒤르켐'이라고 보통 읽지요(전공자인 김종엽 교수를 따라서). '뒤르카임'은 영미식이고, 보통 '뒤르껭'이라고 많이 읽었었지요...” 는 케케묵은, 그러나 충격적인 회고인 것이다.

도대체 로쟈님의 정체는 뭘까? 아마도 격동의 80년대, 로쟈님은 김종엽 교수(‘고수’를 잘못 표기한 것 같다)와 함께했던 뒤르켐파의 일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는 도대체, 왜, 이 어수선한 시기에 다시 이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일까? 나는 그의 의중을 알 길이 없어 아연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달린 노이에자이트님의 댓글

알사스 로렌 출신이라서 독일발음처럼 읽는다고 해서 뒤르카임이 아닌가 하고 적었어요. 거기가 수천년 독일문화권이라서... 물론 프랑스 사람으로 통합니다만. 그런데 영어발음은 뒤르켐이 아닌가요? 전에 이 문제로 참고한 책이 있었는데 기억이 잘 안나네요. 저는 그동안 뒤르켕으로 표기했어요.
   
아아, 나는 그의 댓글을 두려움과 떨림으로 바라보았다. 노이에자이트님은 80년대 일당백으로 사회과학강호를 휘젓던 뒤르켕파의 초절정은둔고수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는 지난 20 여년간 은둔하며 독문무공을 갈고닦아 알라딘에 출수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가 언급한 '전에 이 문제로 참고한 책'이라면 전설의 고수 독고구패가 남겼다는 비전서 '규화Durkheim음역의진실보전' 일 터.. 아, 그는 이미 화경의 경지에 접어들었구나. 이제 강호는 뒤르카임의 이름 아래 통일되는 것이구나..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스크로를 내렸다. 

앗, 그런데 이게 왠 걸. '제레카폴'이라는 닉네임을 달고 또 하나의 고수가 등장했으니, 그는 절륜한 상승무공(常勝武功)을 펼쳐가며 로쟈님을 압박하기 시작 한 것이다.  

노자(역주*노이에자이트)님 말씀하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불어식으로 뒤르껭이 아니라 절충적인 뒤르케임 혹은 뒤르켐(상식 수준에서 볼 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불어는 이어진 두 모음을 하나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더욱이 불어에서 h는 거의 음가가 없으므로 자음 kh도 k로 수렴되기 십상이겠죠)으로 발음하는 것으로 압니다. 독어나 영어 사용자의 발음은 직접 들어보지 못했구요.
 
두둥.. 그 옛날 세외무림으로 Durkheim문제를 해결하러 떠났던 고수들, 아아.. 그들마저 돌아온 것인가. 
 

#. 3 그리고..

노이에자이트님은 키보드를 치켜 올리며 짧게 화답했다. 

그렇군요.  

강호에는 다시 피바람이 불겠구나.. 
 

#. 5 사족

"이름이란 뭐지? 장미라 부르는 꽃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아름다운 그 향기는 변함이 없는 것을”  
     


#. 4 젠장

내가 원래 남기려던 댓글은 이런거였다.

우연찮게 지금 컴터 앞에서 읽고 있는 잡문서가 2008년에 나온 한국사회학 42집 5호인데 '근대사회이론에서 공동체 의미에 대한 비판적 연구'라는 논문에는 '뒤르케임'으로 나오는군요. ㅎㅎ 이것 말고도 좀 비주류이긴 하지만 '뒤르크 하임'이라는 학설도 있는데요 학문사에서 나온 21세기의 직업윤리라는 책에는 그렇게 표기되더군요. 뒤르켐, 뒤르껭, 뒤르카임, 뒤르케임, 뒤르크하임. 도대체 이 기표들의 본질은 뭘까요? ㅋㅋㅋ

썅! 재미도 없었는데 그냥 저걸로 할 걸. 
 

 

#. 6 그냥 지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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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04-13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밀 뒤르켐(?)은 모르지만, durkheim 이라는 이름은 독일이름 같네요. 왠지 앞에 움라우트도 붙어있을것만 같다는; 독일발음으로 읽으면 두르크하임 정도일래나요? ㅎㅎ 앞에 움라우트가 있다면 뒤르크하임..

그러나 찾아보니, 움라우트가 아니라 에밀에 악상때귀가 붙어 있는 불어 이름;;이군요. 에밀 뒤르껭 http://forvo.com/word/%C3%A9mile_durkheim/
에밀 뒤르껭도 아니고;; 에밀 뒤르켐에 가깝네요.

아, 자전거 고치러 가야지

뷰리풀말미잘 2009-04-13 23:29   좋아요 0 | URL
프랑스 발음으로는 처음 들어봤습니다. 정말 '뒤르껭'이라기엔 문제가 있네요. 하지만 뒤르케임이라고 당장 결론을 내리기에 이 문제는 너무나도 심오한 것이에요. ㅎㅎ

Arch 2009-04-13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운 미잘!

뷰리풀말미잘 2009-04-13 23:30   좋아요 0 | URL
제가 좀 귀엽죠. ㅎㅎㅎ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04-15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나 글도 맛깔나게 쓰시는지.

뷰리풀말미잘 2009-04-16 16:45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Forgettable. 2009-11-19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낯익은 사족이 이곳에-

뷰리풀말미잘 2009-11-19 12:44   좋아요 0 | URL
ㅋㅋㅋ 뽀님 점심시간이신듯?

종이달 2021-10-11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