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5
앙드레 브르통 지음, 오생근 옮김 / 민음사 / 200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에 대한 나의 소양이 짧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나자는 경계선 인격장애, 화자인 나는 자기애성 인격장애인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나자라는 여성을 이상화하고 그런 여성에게 반해 있는 자기 스스로가 너무나 자랑스럽고 뿌듯하게 느껴지는 화자는 유아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학업을 중퇴한 것도 결국 어떤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머무른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이렇게 말한다면 내가 너무 잔인한 건지. 냉소적인 건지.

 

p. 138~140 나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나자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여태껏 단 한 번도, 적어도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을 생각하는 방식에 있어서 우리의 의견이 일치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녀는 이런 문제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약속 시간에 무관심해지고, 그녀가 말하는 쓸데없는 이야기와 내게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야기를 전혀 구별할 줄도 모르고, 나의 일시적인 기분의 변화에는 신경도 안 쓰고, 자기가 저지른 아주 나쁜 잘못은 묵인하면서 내가 얼마나 어려움을 겪는지 따위는 무시하기로 단단히 작정이라도 한 듯한 태도였다. 그녀는 살아오면서 겪었던 아주 비참한 우여곡절들을 나에게 미주알고주알 모두 털어놓는 것에 대해서도, 이곳저곳에서 보내 오는 무례한 추파에 정신을 파는 것에도, 그녀가 관심을 돌릴 때까지 눈살을 찌푸리면서 내가 지루하게 기다려야만 하는 것에도, 앞서 말한것처럼 미안해하는 기색 하나 없었는데, 그 이유는 물론 그녀가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그녀가 절망에 빠져 있지 않고 본인이 자기의 진짜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상태로 돌아왔을 때, 내가 엄격하게 대한 일을 후회하고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게 되더라도, 그녀에게 자신의 진가를 일깨우는 것이 소용없음을 알고 절망하거나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어, 나는 얼마나 여러 번 그녀로부터 달아나려고 했던가? 이런 괴로운 점들에 덧붙여서 어쩄든 그녀가 갈수록 나를 배려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격렬한 말다툼을 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간 적이 없었으며, 게다가 그녀가 있지도 않는 하찮은 이유들을 끌어들여 우리의 말다툼을 더욱더 심각한 지경으로 몰아갔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로부터 그 사람이 주는 것 이상을 기대하는 욕심을 부리진 않더라도 그의 삶에 기대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 그 사람이 움직이거나 가만히 있거나, 말하거나 침묵하거나, 깨어 있거나 잠자거나,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여유 있고 충만한 삶이 되게 하는 것, 그런 것이 현재의 나에게는 있지도 않았고, 과거에도 절대로 없었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외양적으로 감정의 기복이 너무 심한 나자의 정신세계를 고려하면, 이런 내 사정이 달라질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사후적인 것이므로 내 사정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은 오해의 위험을 무릅쓰고 하는 말이다. 내가 어떤 욕망을 가졌거나 어떤 환상을 품었다고 할지라도, 나는 어쩌면 그녀가 제시한 높이에 이를 만한 사람이 못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나에게 제시한 못브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것이 무엇이건 상관없다. 사랑이란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만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런 의미의 사랑만이-그러니까 불가사의하고, 있음직하지 낳고, 유일한 것이고, 당황스러운 것이고,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랑만이-이 세상에서 기적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몇 달 전에, 누군가 나를 찾아와서 나자가 미쳤다고 말했다. 그녀는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이상한 행동들을 한 끝에 투숙하고 있던 호텔 복도에서 붙들려 보클뤼스 정신병원에 수용되었던 것 같다.

 

p.144. 내가 정신의학에 대해, 그 학문의 과장된 의식과 성과에 대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경멸감 떄문에 나자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알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p.161. 내 말에 귀 기울이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관념적 존재가 아닌 한 여자로 보일 당신, 키메라 같은 존재로 보일 만큼 나를 압도해 왔고, 지금도 계속 압도하고 있는 그 모든 속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도 한 사람의 여자일 뿐인 당신, 하는 일마다 사리에 어긋나는 것이 없고 뛰어난 논리가 벼락처럼 번득이다가 치명적으로 내리꽂힐 만큼 모든 일을 수월하게 처리하는 당신, 내 삶의 길에서 당신도 깨닫지 못하는 힘을 내가 정확하게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려고 나타난, 그야말로 생기 발랄한 당신, 악이라는 것을 소문으로만 알고 있는 당신, 물론 이상적이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당신, 모든 것을 새벽의 시간으로

 

 

이 책의 첫 문장은 기억하지 못해도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기억할 것 같다.

 

0.165. 아름다움은 발작적인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아름다움이 아닐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로 독파하는 군주론 만화세계문학 (독서논술 만화 필독선) 18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버라이어티 아트워크스 만화, 이기선 옮김, 서정임 해설 / 신원문화사 / 201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겉핧기일지언정 그래도 군주론 내용은 보고 싶으려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튼, 뜨개 - 첫 코부터 마지막 코까지 통째로 이야기가 되는 일 아무튼 시리즈 37
서라미 지음 / 제철소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읽고 한림수직 찾아봤다. 오늘은 니트 입었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쥐덫 동서 미스터리 북스 3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황종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쥐덫 three blind mice

특별한 장난 strange jest

줄자 살인 사건 tape-measure murder

나무랄 데 없는 하녀 the case of the perfect maid

관리인 노파 the case of the caretaker

4층 방 the third floor flat

조니 웨이버리의 모험 the adventure of johnnie wavrely

스물네 마리의 검은 티티새 four and twenty blackbirds

연애를 탐정한다 the love detectives

두 번째 징소리 the second gong

 

이 책의 원제는 three blind mice and other stories 이다. 황금가지판으로 읽었을 때는 마지막 단편이 빠지고 9편만 실려 있었다.

쥐덫에는 푸아로도 마플도 증장하지 않는다.

이후 네 작품에는 연이어 마플이 등장한다.

이후 세 작품에는 푸아로가 등장한다.

연애를 탐정한다에는 연애 탐정 할리 퀸과 새터스웨이트가 등장한다.

마지막 두 번째 징소리에는 다시 푸아로가 등장한다.

그러니까 마플 단편 4, 푸아로 단편 4, 할리 퀸 1, 그리고 쥐덫.

 

쥐덫은 크리스티가 영국 메리 여왕의 80세 생일을 맞아 방송극으로 처음 만든 작품인 어린 쥐의 복수를 후에 각색한 것이다. 아마 이 한 작품만으로는 책 한 권을 엮기 어려워서 other stories 를 포함 시킨 것 같은데 원래 징 소리 이야기가 원본에 포함된 것인지, 빠져 있는 것인데 동서 측에서 포함시킨 것인지는 알수 없다.

쥐덫은 1952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개막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유행으로 무대 공연이 중단되어야 했던 2020316일까지 계속 운영되었다고 하며, 웨스트엔드 쇼 최장기간 공연 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소설로만 읽었을 때는 연극 무대로 올리면 그렇게 재미있을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이미 결말도 알려져 있고, 대사나 볼거리가 화려한 편도 아니어서. 그래서 연극 공연이 더 궁금했다.

여기 나오는 거의 모든 단편은 itv의 마플 시리즈나 푸아로 시리즈에서 영상화한 것이다. 당연히 원본 소설도 훌륭하지만 영상화도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단편을 40분 정도의 분량으로 만들어내면서 촘촘함을 잃지 않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었을 텐데.

특히 마지막 작품인 두번째 징소리는 트릭처럼 생각되었던 것이 트릭이 아니었고, 인물과의 관계도 한번의 반전이 있는 등 단편으로는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정도의 장치를 장편이 아니라 단편으로 써버린다니 역시 크리스티는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 - 처방전은 약치기 그림
양경수 지음 / 오우아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삽화와 내용이 찰떡궁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