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살인 2 - 내 안의 살인 파트너
카르스텐 두세 지음, 전은경 옮김 / 세계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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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살인 1을 읽고나서 리뷰에 나는 이렇게 썼다.

 

현지에서는 명상 살인 3권까지 나왔다고 하고 우리 나라에는 2권까지 번역되었다. 평을 살펴보면 2편이 1편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도 있는 것 같다. 그래도 1편은 2편을 읽을 이유가 되기에 충분한 것 같다. 3편은 2편을 읽고 나서 결정해야지.

 

라고...

 

개인적으로는 2편이 1편보다 더 나은 것 같다. 물론 1편에서 등장인물들에 대한 소개와 배경이 완벽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잘 깔아놓은 판에서 작가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놓는 느낌.

 

실제 명상 수업도 이렇게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 현실에서 악다구니하며 살아가는 나 자신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기가 분명히 있는데,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그야말로 내면 속 깊이 도사리고 있던 아이와 만나게 된다.

그때부터는 내면 아이와 대화하고 소통하고 오해를 풀고...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

1편은 2편을 읽을 이유가 되기에 충분했다. 2편은 3편을 읽을 이유가 무조건 된다. 그러고보니 3편이 최근에 번역되었구나. 기대된다.

 

 

P.94~96

다른 사람들의 싸움질에 끼어들어야 한다는 점 자체가 짜증났다. 나는 싸움에 아무 관심도 없었다.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10년이나 지나서야 이걸 느끼다니 어쩌면 너무 늦었는지도 모른다. 변호사의 존재 근거는 직무 특성상 타인들의 싸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삶에 대한 태도와 직업을 서로 맞추기에 늦은 때란 없지 않을까.

내가 맡은 의뢰인은 모두 이른바 '그런 척 의뢰인'이었다. 이들은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인 척했고, 나는 그들의 일에 관심이 있는 척했다.

상담 시간에 의뢰인들에게 정신이 살짝 나갔느냐고 고함지르며 묻고 싶었던 적도 여러 번이었다. 크고 둥글고 빨간 테를 두른 표지판에 검은 글씨로 80이라고 쓰여 있는데 왜 시속 180킬로미터로 달린단 말인가? 관리비를 제외한 월세가 2,200 유로인 집에 살면서 관리비가 36유로 차이 난다고 불평하며 변호사가 써주는 편지 한 통에 120유로를 지출하려는 생각은 도대체 어떤 머리에서 나올까?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폭발하는 분노는 소리가 전혀 없었다. 나는 의뢰인들을 그냥 실패하게 내버려두고는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했다. 내가 음험하게 빈둥거리는 바람에 의뢰인의 운전면허가 취소되긴 했지만 나는 도저히 피할 길 없는 상황에서 최소 형벌을 이끌어냈다고, 내가 없었더라면 운전면허 취소 기간이 훨씬 길었을 거라고 무척 설득력있게 설명했다. 그건 사실 틀린 말이었지만 두 자리 숫자가 쓰인 교통 표지판의 간단한 공고에도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은 이런 논거로도 쉽게 설득됐다.

이것은 내 내면아이와 관련이 있었다. 싸우기를 원하는 모든 의뢰인 때문에 평화롭게 살려는 내 소망이 무시당했으므로.

 

P.213

어른이 되어서 좋은 점은 다른 이유 외에도 청소년기에 유치하다고 간주했던 일들이 나이 들면서 상당히 세련되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랑을 주제로 한 소프트 록 컴필레이션 음반 노래들도 그중 하나다.

오래된 소프트 록 음반을 전축에 넣자 80년대의 아름다운 발라드가 방을 가득 채웠다. 아름다웠던 그 시절 가수들이 부르는 사랑 노래들을 들으면 매우 현실적인 핵전쟁의 위험이 감정적으로 상쇄되었고 그때마다 그 노래들의 표현이 얼마나 강력한지 느끼며 감탄했다. 이와 비교해 치약에 포함된 미세 플라스틱 같은 위험은 자신의 무의미함에 대한 노래를 넘어서는 경우에는 창의적인 세계 고통의 기반으로 그리 적절하지 않았다.

 

P.414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죠?" 내가 물었다. 프라우케는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눈에 띌 만큼 확연히 긴장을 늦췄다.

", 우리 지구와 거기 사는 사람들의 미래가 제게는 무척 중요하답니다."

"아주 훌륭하군요. 저도 당사자로서 높이 평가합니다." 나는 그녀를 칭찬했다. "니모반 두 살에서 다섯 살 아이들에게 과일 스무디와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설명하셨죠. 맞습니까?"

"!" 프라우케가 자신의 열정을 남들이 알게 되어 무척 자랑스럽다는 듯 대답했다. 이 자부심을 딛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어린이들도 세상을 구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범적인 생각입니다." 나는 칭찬하듯 한 손을 그녀 어깨에 얹었다. 어린이들도 정치적 이념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독일에서 이미 두 번의 세계대전과 한 번의 제국과 두 번의 독재 정치에서 전통으로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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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9
카를로스 푸엔테스 지음, 송상기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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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만 봐서는 아우라가 아니라 페르소나가 답이 아닌가 싶었다. 

로렌초 리피의 가면을 든 여인.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썼다가 벗었다가 하는 가면을 말하는데 만약 페르소나라는 소설이 있다면 그 소설의 표지로 딱인 그림이었다.

내친 김에 아우라 라는 그림이 있는지 찾아봤는데 찾기가 어렵다.


은은하면서도 독창적인 분위기. 그 자체를 표현하기 위해 아예 등장인물의 이름을 아우라라고 지은 모양이다.


펠리페가 아우라에게 첫눈에 반했듯이, 이 책을 펼치고 읽으면서 첫눈에 책에 반하게 되었다. 2인칭으로 이어지는 문장들을 읽으면서 단숨에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어디까지고 환상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아니 그 두 가지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는 있는지. 구태여 여기까지는 현실이 아니었다고 단정지을 필요가 있는지.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 삶 자체가 거대한 환상의 덩어리가 아닐지.


젊음, 영생, 집착... 이런 것들을 그냥 굳이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가며 이 책을 바라볼 필요가 있을까. 그냥 책을 읽으면 되지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의 실타리가 엉켜 있는데, 그 엉켜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색도 오묘하고 실의 모양이 아름다워 풀지 않고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 바로 그런 느낌이었다.


그냥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그 분위기만 더듬어도 정말 좋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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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신장판 1~6 세트 - 전6권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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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 홀린 듯 전집구매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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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없이 떠나는 제주 여행 코스북 - 버스.자전거.도보로 제주를 여행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
정은주 지음 / 길벗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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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차게 도움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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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인생일력
민음사 편집부 지음 / 민음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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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달력 느낌도 나고 귀엽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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