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인턴 X
닥터 X 지음, 양정현 옮김 / 김영사 / 200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삶과 죽음의 현장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언젠가는 병원을 찾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의사가 자신의 질병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기술을 갖고 있어 틀림없이 건강을 되찾아주는 생명의 구원자가 될 수 있으리라는 어리석은 기대를 한다. 병이 중하고 어려울수록 이러한 확신의 강도는 높아간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의사의 능력이 전적으로 신뢰받게 되었을까? 


 

2. 그레이스톤 기념병원

인턴은 어느 때 어느 곳에라도 있어야 하고 무슨 일이든 해야 했다. 인턴만큼 힘이 들고 많은 시간 노동을 하며 많은 책임을 짊어진 직업이 또 있을까?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제때에 잠도 못 자면서 권위의 가면을 쓰고 뛰어야 했다. 머리가 아니라 피부와 발로 지식을 흡수해야 하고 고통스런 교훈을 통해 직업의 앞날을 설계하고 거기에 자기 삶의 꿈을 가꿔야 하는 참혹한 아이러니.


 

3. 생명의 구원자
인턴 그 첫날 | 어둠 속에서 | 가혹한 침묵

오늘 오후에 새로 입원할 환자가 6명 정도 될 것이라고 귀띔해주었다. 내가 지레 겁을 먹자 그는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히죽 웃으며 말했다. "모름지기 의사는 환자가 많은 걸 기뻐해야 되지 않겠소? 따지고 보면 의사라는 직업은 퍽 아이러니하지. 남의 불행에 기대 먹고 사니까 말이요. 그런 의미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생이야말로 악당 중의 악당이라고나 할까?"


 

4. 죽음의 벼랑

의사들이 어떻게 죽어가는 환자들을 옆에 놔두고 바로 그들 얘기를 하면서 히히덕거릴 수가 있는가 하고 의아해할 것이다. 이런 것이 의사들의 비인간적이고 야비한 일면을 전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힐난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로 괴롭고 두려운 문제에 직면하면 그 벽을 허물기 위해 오히려 소름끼치는 농담을 해대는 것, 극히 평범한 자기 최면적 심리요법일 뿐인 것이다. 


 

5. 별은 어디서 떠오르는가?
질병의 사슬 | 별은 어디서 떠오르는가? | 의사의 실수

이 어린 소년에게 죽음의 의미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이것은 신의 횡포다. 숱한 인간들이 이렇게 순순히 죽어가고 있다. 별처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없이 사라져 간다. 남은 사람들의 안타까움도, 가슴 찢어지는 아픔도, 목이 터지는 통곡도 뒤로 한 채 어디로 그렇게 의미 없이 사라지는가? 밤이 되면 죽어간 사람들은 별처럼 그렇게 떠오른 것일까? 


 

6. 생명의 불꽃
생명의 불꽃 | 의사들의 세계 | 운명의 덫

아무리 죽음의 늪에 빠져 가망이 없는 환자라 해도 의사는 최후의 순간까지 그에게 죽음 그것을 처방할 수는 없지 않을까? 의사는 신을 희롱할 수 없고, 결코 생을 포기해서는 안 되며 방관해서도 안 된다고 나는 믿는다. 그것은 배신인 것이다. 슬레터 박사가 신을 희롱했는지 아니면 신이 해야 할 참담한 작업을 대신했는지 정말 모르겠다. 이 모든 것을 오직 신만이 아시리라.


 

7. 생존의 바다
빈곤과 풍요의 악순환 | 분만실의 관람자 | 가슴 아픈 에피소드

인턴의 역살이라는 게 고작 분만장의 파수꾼이 되어 피나 닦아주고 잔심부름이나 하는 소모품에 불과했다. 산모가 전신마취로 의식을 잃고 있고 남편은 대기실 어딘가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야말로 인턴이 분만을 직접 실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누가 분만을 시켰는지 산모나 보호자나 알 수가 없으므로 분만이 끝나면 그들은 특진의사에게 달려가 땡큐를 연발한다.


 

8. 유치한 연극
유치한 연극 | 진료과오 | No-Information

이런 경우가 바로 의사들에게는 치욕적인, 확진을 내리지 못하는 케이스이다. 결국 손으로 이곳저곳 더듬기만 하다가 환자는 저절로 회복되고 그걸 모르는 환자는 의사에게 병을 고쳐줘 고맙다고 머리를 조아리는 그런 경우다. 반 베르트 선생은 환자를 침대에서 휴식시키고 클로로마이신을 주라는 처방 이외엔 별다른 처치를 하지 않았다.


 

9. 암, 그리고 무無
놀라운 스케줄 | 암의 계곡 | 그레이스톤의 소피스트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사의 진단이 꾸준한 자기 연마와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그저 쉽게 얻어지는 것인 줄 알고 있다. 여기서 비롯된 오해와 분쟁이 곧잘 사회적인 큰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의사 전체를 시궁창에 처박는 모멸을 뒤집어씌우기도 한다. 의사가 권위를 앞세우던 시대는 분명 지났으나 의사의 인간적 한계를 이해하고 포용해야 할 문제는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다. 


 

10. 질병의 권모술수
잔인한 과오 | 비극적인 희극 | 간교한 질병

의사라는 직업이 일반에게는 제법 고급직업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건 나 같은 햇병아리 인턴에겐 어울리지 않는 면류관인 셈이다. 희다고 전부가 다 백로가 아니듯이 흰 가운을 입었다고 모두 의사는 아니다.


 

11. 축복 있는 성원
의사만의 딜레마 | 축복 있는 성원 | 직업윤리

의료윤리, 의료윤리 하지만 과연 누구에게 편리하라고 만든 의료윤리란 말인가? 그녀의 이 처참한 운명을 책임지는 것은 고사하고라도 적어도 그녀의 정신적 육체적 그리고 물질적 파산을 떠맡을 의료윤리란 없는가? 그녀가 만약 자기 운명을 한탄하며 스스로 목숨을 끓는다면 그 죽음은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12. 어린 왕자들
길을 잃은 어린 왕자 | 끝없는 미로 | 또 하나의 비극

많은 아이들이 그 비극의 강물에 휩쓸려 힘없이 쓰러졌으나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아이들이 비정한 질병에 맞서 싸우고 참고 견뎌냈다는 사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치료에 종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용기와 교훈을 주고 있다. 어린 왕자들의 진정한 용기는 우리 모두에게 짙은 감동의 뿌리를 내려주었던 것이다.


 

13. 내던져 불사르리라
악몽의 들판에서 | 작은 물방울 | 그대 병은 영혼의 안식을 위해

인턴을 처음 시작할 때는 사실 실수에 대한 두려움과 일 자체에 대한 능력 부족으로 내 자신이 지금 생각해봐도 부끄러울 정도로 일을 제대로 못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 두 시간을 헤매도 다 하지 못했던 것을 불과 반 시간 정도면 더 깊이 있게 알아서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 경험의 차이일 것이다. 경험이라는 것은 시간과 비례하는 것이고 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몸에 와 닿는 것인가 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