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 아웃케이스 없음
루버트 와이어트 감독, 앤디 서키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영화가 아주 오래 전에 나온 SF 영화이고, 최근에 리메이크 되었다는 정도는 알았지만 딱히 볼 마음은 나지 않았다. 원래 SF 영화나 괴수(?)가 나오는 영화를 잘 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시리즈로 나오는 영화들은 중간부터 들어가기가 꺼려지기도 하고, 그렇다고 처음부터 보자니 부담스러워서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 즐거움을 넘어선 의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상하게 최근 개봉하는 영화들은 예년과는 다르게 이거다! 싶은 영화가 없었다. 볼거리만 잔뜩 나열되어 있고 알맹이가 없이 숭숭 구멍이 뚫려 있거나, 그게 아니면 서사의 흐름은 인상적이나 심장을 쿡 찌르는 듯한 한 방이 없어서 보고 나면 맨숭맨숭한 느낌만 들었다. 2016년의 캡틴아메리카: 시빌 워, 주토피아, 데드풀, 2015년의 킹스맨, 인사이드 아웃, 스파이, 위플래쉬, 2014년의 겨울왕국, 인터스텔라, 엣지 오브 투모로우, 2013년의 그래비티, 레미제라블, 라이프 오브 파이도 있다. 벌써 상반기가 지나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올해는 이거다! 싶은 영화라면 연초에 봤던 라라랜드 정도? 인셉션, 다크나이트,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같은 영화가 왜 올해는 없었던 것인지?

 

다가오는 8월에 혹성 탈출 리부트 3부작 중 마지막 3편이 개봉한다고 한다. 앞서 두 편에 대해서는 정말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되었다. 마침 시간과 기회가 맞아떨어졌다고 할까.

 

여태까지 혹성탈출이 총 열 편 정도 나왔고, 그 중 제일 처음 나온 60년대의 작품이 벤허의 찰톤 헤스턴이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얕게(?) 봤는데 의외로 이 시리즈는 역사가 깊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인간이란 정말 한 치 앞날도 모르는 존재로구나,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전혀 상상도 못하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시저가 처음으로 말을 하는 순간은 마치 영화 아티스트에서 처음으로 소리가 나는 장면과 맞먹는 충격을 주었다. 무성 영화에서 처음 유성 영화를 봤을 때의 충격이라고 할까. 알츠하이머에 걸린 주인공의 아버지가 바꿔 쥐고 있는 포크를 살짝 반대로 잡아주는 장면은 또 어떻고. 만물의 영장이라고 까불어대는 인간이 뭐 그리 대단하고 잘난 존재일까하고 영화 보는 내내 생각하게 된다. 인간은 끝까지 영장류를 오인한다. 전투에서 번번이 진 것도 영장류를 얕본 탓이며, 마지막 순간까지 윌조차도 영장류를 보호해야 할 대상 이상으로 보지 못한다. 현재로서는 한참 먼 미래처럼 느껴지는 첨단 기술의 발전을 소재로 하여 어쩌면 고전적인 주제일지 모르는 리더십과 휴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그 이질적인 소재들의 결합이 그야말로 마스터피스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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