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함에 대하여 - 악에 대한 성찰 철학자의 돌 2
애덤 모턴 지음, 변진경 옮김 / 돌베개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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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책의 원제는 '악에 대하여'라고 한다.

책의 제목을 살짝 바꾼 것은 워낙 비슷비슷한 이름의 책들이 많아서였다고 한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잔혹함과 악은 분명히 구분되는 개념이기에 잘못 붙였다고 볼 수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 책의 제목이 '악에 대하여'였다면 확 끌리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잔혹함, 이라고 하면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러 가지 이미지가 있다. 연쇄살인마, 사이코패스, 훼손된 시신. 주로 '그것이 알고 싶다'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자주 보았던 이미지들이다.

 

그런데 악, 이라고 하면 쉽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 잔혹함 만큼이나 구체화를 띄고 있는 개념이 아니라서 이 단어를 접하고 나면 손에 잡히지 않는 실체만 어둑어둑 먹구름이 눈앞에 쳐져 있는 느낌이다. 그 단어가 주는 무게감 때문에 선뜻 이 책을 손에 집어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 책은 책의 외적인 형태도, 내용도 훌륭하다. 책의 표지는 이 책의 목차이다. 빨간색으로 쓰어진 목차를 아이보리색 표지와 배치하고, 거기서 '악'이라는 단어는 음각으로 처리한 것은 섬뜩하면서도 아름답다는 느낌을 준다. 책 안으로 들어가보면, 저자가 예로 든 책, 영화, 역사전 사건에 대한 사진 자료들이 과하지 않게, 하지만 부족하지도 않게 배치되어 있고, 달려 있는 설명과 주석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아서 좋다. 또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별도의 설명과 함께 참고자료가 덧붙여져 있다.

 

어쩌면 여기 나오는 내용들은 한번씩은 들어봤을 내용인지도 모른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한나 아렌트의 주장, 연쇄살인마에 대한 프로파일러의 해석,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전세계 테러에 대한 수많은 입장들. 그러나 이 책만큼 공정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텍스트는 보지 못한 것 같다.

 

결정적으로 이 책을 구매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이 책에서 들고 있는 수많은 자료들이다. 소설, 영화,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신문 기사나 논문, 학술서 등등. 이 책을 바탕으로 수많은 독서가 깊이 있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의지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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