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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 ㅣ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M.T. 키케로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6월
평점 :
사는 게 조금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고..
아등바등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반대로 생각하면 아등바등해야 겨우 이나마 사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지쳐있을 때 이 책을 만났다.
요즘 응팔이 화제라기에 주말에 잠깐 봤다. 다 본 것은 아니고 하이라이트 영상만.
보면서 재미있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우울했다.
나에게도 고등학교 시절, 대학교 시절이 있었고
사건도 추억도 많았는데
그게 완전히 과거가 되어버렸다.
마지막화 제목이
안녕 나의 청춘 굿바이 쌍문동 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도 이제 나의 청춘에 안녕을 고할 때가 온 것 같아서였다.
어릴때 그렇게 꿈많고 밝았는데
이제는 사회인이 되어서 먹고 살 궁리를 하고 있다니.
참 아이러니한게
돌고 돌았지만 그래도 원하는 분야에 발을 디뎠고
내 능력이 이거 밖에 안 되는 구나 좌절하면서도 꾸역꾸역 하고 있기는 한데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던, 앞날을 종잡을 수 없던 순간은 이미 벗어났는데
내가 힘든 것은 목표가 상실된 까닭인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느껴서인지 종잡기 힘들었다.
그럴 때 지인의 추천으로 이 책을 만났다.
노년이 비참해 보이는 네 가지 이유
첫째, 노년은 우리를 활동할 수 없게 만들고, 둘째, 노년은 우리의 몸을 허약하게 하며, 셋째, 노년은 우리에게서 거의 모두 쾌락을 앗아가며, 넷째, 노년은 죽음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 얼마나 이런 이유들이 타당한가?
인생의 주로는 정해져 있고 그 길은 한 번만 가게 되어 있고 각 단계마다고유한 특징이 있다. 허약한 소년 저돌적인 청년 위엄있는 장년 원숙한 노년
노년에 대하여 요약하면 이 정도? 솔직히 와닿지는 않았다. 미숙해도 청춘이 좋았다.
이런 나의 반응에 지인은 이렇게 답했다.
육체적 쾌락으로부터 해방되어 지혜로워지며 청추이 갈구하는 장수를 이미 얻었고, 굳이 다시 그 시절로 가지 않았도 되는 것이라고. 이미 다 안다고. 게다가 운좋게 이렇게 늙을 때까지 아직 죽지도 않았다고.
여기에 나는 다시 이렇게 답했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이런 느낌으로 읽혔다고.
그러자 다시 지인은 말했다.
아직 나에게는 조금 이른 책인 것 같다고. 일단 가볍게 넘기고 나중에 혹시 다시 읽어 볼 일이 있었으면 한다고.
성숙해지기 전에 맺은 우정은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 성격이 달라지면 취향도 달라지고, 취향이 달라지면 우정은 소멸한다. 선한 사람들과 악한 사람들이 친구가 될 수 없는 까닭은 그들 사이에는 성격과 취향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정에 관하여는 노년에 관하여 보다는 좀 와닿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도 많이 와닿지는 않았다. 아직 내 인생에서는 일이나 가족이나 사랑보다 우정이 중요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였을까. 하필 이 책을 읽을 무렵 심리테스트를 했는데, 자존심, 일, 가족, 사랑, 우정 중 내가 힘들때 가장 먼저 버리는 것이 우정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맞는 것 같았다. 친구 때문에 일을 포기할 수는 없고, 친구에게 사랑을 양보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가족에 소홀히 하거나, 내 자존심을 굽혀가면서까지 우정을 지킬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이런 가정은 좀 극단적이지만.
여기까지를 다 듣고 난 지인은 또 말했다.
막 중년으로 들어가던 시절, 이십년된 친구가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던 시기에 이 책을 접했다고. 그리고 이 책이 인생의 책이 되었다고.
아직 나는 이 책의 가치를 잘 모르겠다. 아직은.
어쩌면 10년 뒤에는 나에게도 인생의 책이 될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