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 달린 셜록 홈즈 4 - 그의 마지막 인사 | 셜록 홈즈의 사건집, 셜록 홈즈 탄생 150주년 기념판 주석 달린 셜록 홈즈 4
레슬리 S. 클링거 엮음, 승영조 옮김, 아서 코난 도일 원작 / 현대문학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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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두껍다! 주석 달린 셜록 홈즈 시리즈 네 번째 권을 보고 든 생각이다. 672쪽. 앞의 세 권의 분량도 만만치 않았지만, 이 책을 보고 나니 상대적으로 여태껏 읽었던 세 권의 책이 가벼워 보일 지경. 침대에 벌렁 누워서 책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책은 함부로 들고 훌쩍 누웠다가는 좀 과장해서 내 손목이 삐끗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서 코난 도일이 《스트랜드 매거진》에 먼저 단편을 발표하고, 또 그 단편의 책 한 권의 분량이 되면 책으로 나오고, 이런 과정을 당시에 반복했을 텐데, 앞의 세 권은 각각 단편집 한 권이지만, 이 네 번째 권은 단편집 두 권을 묶었다. 하나씩 출판하기에는 양이 좀 부족했겠지. 그래도 각각 300쪽 정도는 되기에 합쳐 놓았더니 600쪽이 훨씬 넘는 두꺼운 책이 되었다.

 

첫 번째 권에서 화려하게 데뷔하였고, 두 번째 권에서 충격적으로 실종되었으며, 세 번째 권에서 영웅이 되어 귀환했다면, 네 번째 권에서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생전에 아서 코난 도일은 장편 4편과 단편 56편을 썼는데, 1~4권까지는 단편이 순서대로 실려 있으며, 5~6권에는 각각 2편씩 장편이 실려 있다. 물론 단편만 죽 쓰다가 장편을 쓴 것이 아니라, 현대문학에서 장편과 단편을 나눈 후, 다시 그 안에서 순서대로 편집한 것이다.

 

주홍색 연구(1887년)-장편-주석 달린 셜록 홈즈 5

네 사람의 서명(1890년)-장편-주석 달린 셜록 홈즈 5

셜록 홈즈의 모험(1892년)-단편집-주석 달린 셜록 홈즈 1

셜록 홈즈 회고록(1894년)-단편집-주석 달린 셜록 홈즈 2

바스커빌 씨네 사냥개(1902년)-장편-주석 달린 셜록 홈즈 6

돌아온 셜록 홈즈(1904년)-단편집-주석 달린 셜록 홈즈 3

공포의 계곡(1914년)-장편-주석 달린 셜록 홈즈 6

그의 마지막 인사(1917년)-단편집-주석 달린 셜록 홈즈 4

셜록 홈즈의 사건집(1927년)-단편집-주석 달린 셜록 홈즈 4

 

그러니까 생전에 장편 두 권을 먼저 쓰고 나서 단편 연재를 시작하여 독자들에게 작별을 고했다가, 다시 장편을 연재하였고 이어 단편집으로 귀환을 화려하게 알렸으며, 이후 마지막 장편이 나오고 단편집으로 작별을 고한 후 마지막으로 그의 사건집을 수록한 책이 나온 셈이다. 즉,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인 이 책에서 홈즈의 마지막이 들어 있는 셈이다.

 

단편 56편을 네 권으로 연이어 읽다 보니, 만약 홈즈의 이 활약을 주석없이 읽었더라면 책을 읽는 재미가 반감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어보지 않아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조금 과장해서 주석의 절반 가까이가 소설의 오류를 지적하는 부분이었다. 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이 소설이 왜 이렇게 오류가 많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 쉬지 않고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는 상태에서, 그 의문에 대한 수많은 학자들의 설명을 읽다 보면, 하나하나 읽어나가는 과정 자체 때문에 지칠 지경이었다. 평생을 셜로키언 혹은 홈지언을 자처하며 살았을 수많은 학자들의 그 노력들이 가상하다는 생각과 함께, 이렇게나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한 작품이 과연 그렇게 찬사를 받는 일이 온당키나 한 일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떠올랐다. 실망은 이게 다가 아니다. 시리즈에 실린 단편 중 절반은 이미 내가 읽어본 소설이었다. 그러나 나머지 절반 중 상당수의 소설에서 범인과 범죄 수법을 짐작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크리스티 소설 전집을 독파한 다음에 읽어서 내 눈이 밝아진 탓인지, 아니면 애초에 아서 코난 도일의 한계인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가 후대의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은 확실한다. 특히 내가 애정하는 애거서 크리스티에게는. 같은 영국 출신의 작가여서인지는 모르나 직접적으로 그녀의 소설에 홈즈가 등장하는 부분도 꽤 많으며, 홈즈에 대한 크리스티의 존경과 애정이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부분도 많다. 아마도 셜록 홈즈가 없었다면, 추리 소설의 여왕 크리스티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 결론은 절대 지나친 게 아니라고 생각된다. 홈즈와 왓슨의 관계는 푸아로와 헤이스팅스로 변주되었고, 아서 코난 도일이 제1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쓴 첩보물은 크리스티의 작품에서는 제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바뀌었다. 다만, 버터 속의 파슬리와 같이, 홈즈가 소설 속에서 이야기하는 상당수의 사건들이 그저 언급만 되고 지나버리는 데에 반해서, 크리스티는 자신이 직접 썼던 소설 속 사건들을 이후에 이어지는 소설 속에 계속해서 집어넣어서 환기시킨다. 그로 인해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을 때에는 작가가 축조해 낸 세계가 그 자체로 완벽하다는 느낌이 들고, 사소한 부분에서까지 꼼꼼함을 잃지 않기 때문에 허술한 부분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 대신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홈즈의 활약상 중 어색한 부분이 눈에 띌 때마다 열렬한 독자들은 스스로 의문을 해결한다. 아마도 왓슨의 친구인 아서 코난 도일이 개인적으로 첨가한 부분이라고 해석하거나, 의뢰인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왓슨이 의도적으로 이름과 배경에 손을 대다 보니 실수가 일어났다고 변명해 주는 부분이다. 아서 코난 도일이 머릿말에서 명확하게 밝혔듯이, 홈즈와 왓슨은 그저 작가의 상상 속 인물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그가 실존 인물일 것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은 놀라운 부분이다. 다만, 셜로키언 또는 홈지언이라 자처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은, 그들이 셜록 홈즈를 처음 알게 되었을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늘 활기찼고 즐거웠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든다. 살면서 그게 언제이든지 소설 속 인물에 푹 빠져서 인생의 상당 시간을 보냈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반짝거리는 시간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셜로키언들의 열정을, 홈지언들의 신념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그의 마지막 인사

『그의 마지막 인사』라는 제목으로 묶인 이야기 일곱 편이 영국에서 처음 단행본으로 나온 것은 1917년 10월 22일이다. 존 머리 출판사에서 나온 이 책 초판 발행 부수는 1만 684권이었다. 그와 동시에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식민지판 단행본 1만 122권이 G. 벨 앤드 선스 출판사에서 발행되었다. 미국 초판도 같은 달 조지 H. 도런 출판사에서 나왔다.


  머리말


  등나무 별장

『그의 마지막 인사』는 일곱 편의 이야기를 모아 1917년 단행본으로 나왔다. 머리말에서 왓슨이 밝힌 것처럼 홈즈가 은퇴를 했다 해도 이야기 보따리를 풀지 않은 사건이 많이 남아 있어서 독자를 기쁘게 했다. 왓슨이 「그의 마지막 인사」에 덧붙인 여섯 편의 이야기는 「소포 상자」를 제외하고 1908년부터 1917년 사이에 간간이 《스트랜드 매거진》에 발표된 것들이다. 첫 번째 이야기인 「등나무 별장」에 대해 왓슨은 사건 시점을 1892년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그의 실수로 보인다. 1891년 「마지막 문제」사건 이후 홈즈는 여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홈즈는 「금테 코안경」에서처럼 정치적 망명자를 다루는데, 이번에는 남아메리카 출신이다. 20세기 스릴러에서는 부두교가 약방의 감초 격이지만, 영국 도서관에 그 방면의 책이 가장 처음 선보인 것은 1893년이다. 따라서 이번 이야기는 부두교에 관한 선구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평소와 달리 홈즈는 이번 사건에서, 왓슨의 이야기에 잘 등장하지 않는 유능한 지역 정치가의 도움을 받는다.


  붉은 원
    비밀 메시지

소설가 마리오 푸조와 영화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가 마피아를 낭만적으로 그려내기 오래전, 「붉은 원」사건에서 홈즈가 이탈리아 비밀 조직과 너무 깊이 연루되는 바람에 왓슨은 이 조직의 이름을 감추지 않을 수 없었다. 런던의 이탈리아인 거주지는 풍경이 매우 독특했고, 이곳 사람들은 다른 주민들과도 확연히 구분되었다. 정전에서 이탈리아인이 범인으로 등장하는 것은 이 사건과 「여섯 개의 나폴레옹 석고상」뿐이다. 여기서 홈즈는 미국 최고의 사립탐정 사무소인 핑커턴 탐정 사무소의 탐정과 힘을 합쳐서 대서양을 오간 살인자를 잡고자 한다. 핑커턴 사무소는 『공포의 계곡』에도 나오지만, 거기서는 홈즈와 함께 일하지 않는다. 여기서 홈즈가 아리다운 여성에게 속아서 진짜 살인범을 놓아주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학자들도 있다.


  브루스파팅턴호 설계도
    정부의 임박한 변화
    해전
    라소의 무반주 다성 성가곡

참신한 단서와 기발한 이야기 전개로 탐정사상 최고의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브루스파팅턴호 설계도」는 셜록의 형 마이크로프트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두 번째 사건이다(첫 번째는 「그리스인 통역사」). 이번 사건에서 셜록은 「그리스인 통역사」에서 말한 것과 달리 자기 형이 영국 정부의 단순한 회계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힌다. 떄로 그의 형이 곧 영국 정부라는 것이다. 영국 정부의 '브루스파팅턴호' 잠수함 개발 계획이 이번 이야기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데, 마이크로프트는 이 계획이 성공하면 잠수함의 막강한 위력 때문에 해전이 불가능해질 거라고 예견한다. 잠수함에 매료된 코난 도일은 1914년에 「위험!」이라는 제목의 단편을 쓰기도 했다. 그 단편에서는 잠수함 전쟁의 위험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에 일찌감치 그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왜 영국 정부가 세계대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을 '브루스파팅턴호' 잠수함 개발에 실패했는가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많다.


  죽어가는 탐정

단행본 『그의 마지막 인사』에 실린 새로운 사건 일곱 가지 가운데 홈즈가 1894년 실종되기 전에 일어난 사건은 바로 「죽어가는 탐정」뿐이다. 학자들은 사건 시점을 대체로 1887년에서 1890년 사이로 잡는다. 이번 사건에서 홈즈가 가장 가까운 친구인 왓슨에게 모질게 대하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말이 많았다. 여기서 홈즈는 환자인 척하며, 즉 꾀병으로 살인자를 속인다. 그러면서 왓슨에게도 그가 죽어가고 있다고 믿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의사인 왓슨의 능력을 짐짓 깎아내리기까지 했다. 홈즈가 극적으로 범인을 체포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홈즈와 왓슨의 사이가 어긋나 보이는 모습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홈즈가 왓슨을 속인 일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1891년 「마지막 문제」때 더욱 크게(그리고 더욱 잔인하게) 속인 적이 있다. 그가 죽었다고 3년이나 믿도록 했으니 말이다. 이번 이야기가 뒤늦게 발표된 것은 왓슨이 사랑하는 친구의 성격이 한편으로 냉혹하다는 것을보여주기가 싫어서였을지도 모른다.

 
  프랜시스 카팩스 여사의 실종
    “그녀를 매장해버릴 수…….”

이번 사건에서 왓슨은 여느 때와 달리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홈즈는 "여우들의 세상에서 길을 잃은 한 마리 병아리"를 찾아 대륙으로 여행을 떠나달라고 왓슨에게 부탁한다. 이번 이야기에는 19세기 후반에 여자를 보는 사회적 관점과 홈즈의 '남성 우월주의'가 여실히 드러나 있다. "병아리"란 중년의 부유한 독신 여성을 뜻하는 말이다. 그런 여성을 홈즈는 이렇게 규정한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계층 가운데 하나......, 타인의 범죄를 자극하는 존재." 왓슨은 정열적으로 이 사건에 매달린다. 그러나 홈즈는 평소처럼 왓슨의 성과를 얕잡아 본다. 홈즈 역시 이번 사건에서 한 일이 뭐가 있느냐고 학자들은 꼬집는다.


  악마의 발

아프리카 탐험은 19세기 중반 유럽인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악마의 발」사건이 일어난 1897년 (혹은 발표된 1910년) 무렵에는 이 대륙도 더 이상 미지의 땅이 아니었다. 일찌감치 "대단한 사자 사냥꾼이자 탐험가"의 길을 걸은 이 사건의 핵심 인물, 리온 스턴데일 박사는 이례적인 존재다. 학자들은 이 사건을 샅샅이 파헤쳐서, 콘월의 위치와 '악마 같은 약'(환각제를 연상시키는 약물)의 성격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그러나 이번 이야기의 진정한 가치는 홈즈와 왓슨의 우정이 얼마나 깊은지, 그것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이야기에는 홈즈와 용의자 사이의 잊을 수 없는 재치 문답도 나온다. "뒤를 밟았습니다." "나는 아무도 못 봤소I saw no one." "내가 쫓아갈 때 상대가 볼 수 있는 게 바로 그겁니다."


  그의 마지막 인사

「그의 마지막 인사」라는 제목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홈즈가 제1차 세계대전 때 첩보 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코난 도일은 1916년 전선을 여행하는 동안 홈즈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홈즈의 근황을 알지 못한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너무 나이 들어서 군 복무를 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의 마지막 인사」는 왓슨의 1인칭 시점이 아니라 3인칭 시점으로 기록되었는데, 정전의 또 다른 3인칭 시점의 예로는 「마자랭 보석」밖에 없다. 3인칭 시점이라는 집필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지만, 대체로 학자들은 이것도 왓슨의 저술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그렇지 않다면 머리말을 단 단행본에 이번 작품을 포함시키지 않앗을 것이다. 이번 사건 때 왓슨은 잠깐만 동참을 했기 때문에, 이야기보따리를 푸는 데는 전지적 관점을 택하는 게 더 편하다고 생각했읗ㄹ 것이다. 이번 이야기에서 우리는 홈즈가 은퇴해서 그 유명한 양봉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왓슨 또한 은퇴를 했다는 암시가 나온다. 이번 이야기는 독자들이 감상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이야기로 꼽힌다. 배질 래스본과 나이절 브루스가 홈즈와 왓슨 역을 맡은 1940년 영화에도 여기 나오는 애국적인 주제가 반영되어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전해인 1917년에 발표된 이번 이야기에서 "동풍(대륙에서 잉글랜드로 부는 바람)"이 불어올 거라는 홈즈의 통찰력은 당시 평화를 갈망하는 세상 사람들의 바람을 반영하고 있다.



 

셜록 홈즈의 사건집

『셜록 홈즈의 사건집』단행본 초판은 1927년 6월 16일 존 머리 출판사에서 1만 5150부를 발행했다. 자회사인 머리스 임피리얼 라이브러리에서는 식민지판 5000부를 같은 날 발행했다. 미국에서도 같은 날 같은 제목으로 조지 H. 도런 출판사에서 초판을 발행했다.


  머리말


  유명한 의뢰인

단편 모험담들을 엮은 단행본으로는 마지막 책인 이번 『셜록 홈즈의 사건집』은 1921년부터 1927년까지 《스트랜드 매거진》에 발표된 열두 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상하게도 이 책은 아서 코난 도일이 머리말을 달았다. 이 책에서 왓슨이 화자로 나오는 이야기도 모두 왓슨이 썼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일부 이야기는 왓슨의 아내나 친척이 썼을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는 아서 코난 도일이 썼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유명한 의뢰인」은 사건 시점이 1902년으로, 원숙한 홈즈의 모습을 보여준다. 홈즈는 습격을 받지만, 「여섯 개의 나폴레옹 석고상」에서처럼 언론의 힘을 이용해서 악당을 속인다. 홈즈는 왓슨을 중국 도자기 전문가로 변장하게 했지만, 학자들은 그런 방법이 그리 현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잔뜩 멋을 낸 제임스 데이머리 경을 다루면서 홈즈가 은근히 속물을 비꼬는 또 하나의 예를 보여주며 사건이 시작된다.


  피부가 하얘진 병사
    보어 전쟁

「피부가 하얘진 병사」는 왓슨이 아니라 홈즈가 쓴 두 편의 이야기 가운데 하나다. 다른 하나인 「사자의 갈기」도 『사건집』에 실려 있다. 어느 쪽도 문학적 개가라고 볼 수는 없다. 「글로리아스콧호」나 「머스그레이브 씨네 의식문」에서 홈즈가 보여준 탁월한 이야기 솜씨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두 이야기 모두 홈즈만이 알고 있는 지식으로 해결한 사건을 선보이고 있는데, 아서 코난 도일은 그런 초기 스타일의 추리물을 공공연히 경멸한 적이 있다. 영국인들에게 보어 전쟁의 기억이 희미해진 1926년에 발표된 이번 이야기에서 홈즈는 탐정 솜씨보다 의학 지식을 과시한다. 또한 이번 이야기에서는 사건이 발생한 1903년에 일반인들이 정신병과 전염병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씁쓸하게 되돌아볼 수 있다. 이 사건에 등장하는 실제 의사 제임스 손더스 경은 셜로키언들에게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겨서, 오늘날 '제임스손더스경협회, 베이커 스트리트 이레귤러스의 피부병학적 자손'이 존재하기에 이르렀다. 이 협회 회원들은 해마다 모임을 갖고 엄격한 '자격 갱신' 시험을 치른다.


  마자랭 보석
    「마자랭 보석」의 저자

「마자랭 보석」은 「그의 마지막 인사」처럼 3인칭으로 쓰였다. 이야기가 왓슨의 감회로 시작하는데도 대다수 학자들은 이것을 왓슨이 썼다고 생각지 않는다. 일련의 모든 사건이 베이커 스트리트의 하숙집 방에서 벌어지는데, 이번 이야기가 아서 코난 도일 경의 희곡 「왕관 다이아몬드」를 본인이 각색한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코난 도일은 그 희곡을 같은 시기에 무대에 올려 꽤 성공을 거두었다). 여기서 홈즈는 전에 없이 매우 냉소적이다. 이야기의 일부는 왓슨의 「빈집」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베이커 스트리트의 거실 배치에 대한 묘사는 왓슨의 다른 이야기와 다르다. 그라나다 방송국에서 「마자랭 보석」을 텔레비전용 드라마로 제작할 때, 과거 39편의 홈즈 이야기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제러비 브렛이 너무 아파서 홈즈 역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래서 연출자는 이야기를 고쳐 홈즈의 형 마이크로프트를 탐정으로 내세웠다. 「마자랭 보석」은 실화가 아니라고 보는 이들이 있는데, 정말 그렇다면 각색을 한 것도 충분히 용서가 된다.


  세 박공 집

이번 이야기를 왓슨이 쓰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있다. 스티브 딕시에 대한 홈즈의 신랄한 냉소에는 분명 오늘날 보기에 인종주의적 편견이 짙게 배어 있어서, 「노란 얼굴」에서 명백히 보여준 타 인종에 대한 관용과는 그 태도가 사뭇 다르다. 탐정 활동을 하는 모습도 거의 볼 수 없다. 또 홈즈는 입구 홀에 있는 짐 꾸러미 단서를 포착하는 데 굼뜬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기서도 예리한 재능을 보여주긴 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가십 칼럼니스트' 랭데일 파이크와 홈즈의 관계가 끈끈한 것을 보면 홈즈에게 '조직'이 있었다는 우리의 생각이 더욱 굳어진다. 홈즈는 '사교계'와 '상류층' 정보통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베이커 스트리트 이레귤러스(거리의 소년들)도 "뚱땡이" 신웰 존슨도 그런 정보는 제공해줄 수 없었으니까. 홈즈가 이사도라 클라인과의 만남에서 보여준 고압적인 모습은 그답게 보인다. 재판정에 세우지 않고 스스로 재판하는 모습을 앞서 여러 차례 보여주었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보스콤밸리 사건」, 「푸른 석류석」, 「애비 농장 저택」에서). 개인 소장자가 지니고 있는 이번 원고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하지 않는 한, 「세 박공 집」의 저자가 누군지는 확실히 밝혀낼 수 없을 듯하다.

 

  서식스의 뱀파이어
    “그런데 뱀파이어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게 뭐지?”

「서식스의 뱀파이어」가 왓슨의 이야기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즉, 정전의 몇몇 이야기는 진짜 저자가 누군지 의심스러운데, 여기서는 다행히 한 점 의혹도 없다. 홈즈의 대단한 색인집에 관한 왓슨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학자들은 의심치 않는다. 위조범 빅터 린치, "아직 세상에 알릴 수 없는 이야기"라는 수마트라의 거대한 쥐, 반더빌트와 금고털이, 서커스단의 미녀 비토리아, 그리고 해머스미스의 명물 비거 등이 그것이다. 왓슨이 블랙히스 팀의 럭비 선수로 뛰었던 청년 시절에 대한 언급도 믿을 만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그런 이야기에 대해 왓슨의 친구인 아서 코난 도일 경은 어떻게 생각했는가에 관한 기록은 없다. 1924년 무렵 '영지주의자 요한 바울로'로 알려진 도일이 초자연적인 존재의 실재에 대한 믿음을 전파하는 데 열을 올린 것으로 볼 때, 아마 도일도 「서식스의 뱀파이어」를 특히 좋아했을 것이다. 도일과는 사뭇 대조되는 성격의 홈즈는 스스로 확고한 회의주의자임을 밝히다. 초자연적인 현상에 관한 설명이나 전설에 대해 홈즈는 이렇게 말한다. "탐정 일이란 확실한 근거에 입각해서 하는 것이고, 언제나 그래야만 해....... 유령들이 끼어들 필요는 없지." 이러한 태도는 『바스커빌 씨네 사냥개』에서 보여준 홈즈의 실용적인 태도와 일치한다.


  세 명의 개리뎁 씨

"개리뎁"이 정작 누구인가를 알아낸 학자는 아무도 없다. 이렇게 독특한 성씨는 이번 이야기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 명의 개리뎁 씨」는 분명 후기의 사건인데, 사건 시점은 아마도 1902년일 것이다. 범인은 왓슨의 독자였을 가능성이 높다. 범죄 수법이 「빨강머리연맹」과 「증권회사 직원」의 수법과 아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는 홈즈와 왓슨의 관계에 대한 언급이 자못 주목할 만하다. 후기의 다른 사건인 「악마의 발」에서처럼 홈즈가 왓슨의 안전을 염려하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어느새 홈즈의 나이(48)도 지긋해졌다는 표시로, 아니면 1903년의 은퇴를 눈앞에 두었다는 표시로, 홈즈와 왓슨의 관계가 1881년의 단순한 룸메이트 관계에서 더없이 가까운 친구 사이로 원숙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토르교 사건
    전편 이야기 줄거리
    「토르교 사건」 원작

왓슨이 「토르교 사건」의 저자인 것은 분명한데, 여기서 그는 "인도 육군"에 복무했다는 뜬금없는 주장을 한다. 이번 이야기가 발표된 1922년에 고희를 맞은 홧슨의 기억이 어느덧 침침해지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번 이야기에서 왓슨은 돈과 힘을 지닌 "황금왕" 닐 깁슨이라는 익명의 인물과 맞선 홈즈의 활약상을 기록한다. 미국인 백만장자의 정체가 무엇인가는 많은 추리를 불러일으켰지만, 아무튼 이 부자에게는 '도금시대' 미국인에 대한 영국인의 생각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듯하다. 미국인은 터무니없이 돈이 많으며 거칠고, 완고하고, 냉혹하고, 폭력적이라는 생각 말이다. 또한 아름다운 여성 가정교사, 검은 머리의 남아메리카 미녀 등 홈즈의 세계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인물도 나온다. 그러나 여기서 겉으로 드러난 것이 전부는 아니다. 홈즈는 돌난간이 떨어져 나갔다는 단서를 가지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게 된다.


  기어다니는 남자
    “무엇보다도 큰 수수께끼는 자네가 말한 그 날짜야.”

「기어다니는 남자」는 추리 이야기라기보다는 SF에 더 가깝다. 그러나 여기 나오는 과학은 황당한 것이 아니라 당시의 의학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이번 이야기에서 홈즈는 존경할 만한 프레스베리 교수가 딸 또래의 여성과 결혼하려고 하면서 발생한 사건을 다룬다. 홈즈는 『주홍색 연구』에서 자신의 추리가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냉혹하게(잔인하지는 않아도) 개를 독살한 적이 있는데, 여기서는 개에 대한 태도가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 홈즈는 개를 집안의 거울로 보고, 심지어는 개에 관한 논문을 쓸 생각까지 한다. 약물을 이용한 '젊음의 샘'이라는 색다른 소재를 보여주는 이번 사건이 오늘날 보기에는 우스꽝스러운 데가 없지 않지만, 프레스베리 교수와 당시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의 젊어지고자 한 강박 관념은 오늘날의 의료계 뉴스에서 엿볼 수 있는 강박관념과 다를 게 없다.


  사자의 갈기

「사자의 갈기」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주된 의문점은 홈즈가 이것을 왜 썼는가 하는 것이다. 사건이 범죄의 모습을 띠고는 있지만, 홈즈는 책에서 읽은 내용을 기억해내는 것만으로 수수께끼를 푼다. 사실상 범행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이야기는 주목할 가치가 있다. 정전에서 홈즈의 은퇴 이야기를 다룬 유일한 글이기 때문이다. 1907년 7월에 홈즈는 서식스 주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이번 이야기에는 알려진 홈즈의 집 가운데 가장 나중에 살았던 집(홈즈가 지금도 거기서 살고 있다고 독자들이 믿고 싶어하는 집)의 위치에 관한 단서가 많이 나온다. 이번 사건 희생자인 약혼녀인 모드 벨라미는 매우 매력적인 여성인데, 홈즈가 그녀에게 '정feelings'을 느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한 언급이 설득력은 있지만, 결국은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마지막 인사」에서 그녀가 언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베일을 쓴 하숙인
    홈즈의 이력

「베일을 쓴 하숙인」은 왓슨의 이야기 가운데 가장 짧고, 사실상 수사하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는다. 「붉은 원」에서처럼, 고민이 있는 집주인 여자가 홈즈에게 하숙인을 조사해달라고 의뢰한다. 하숙인은 살해 음모가 잘못되어 크게 낙담한 여성이다. 주저 없이 사회규범을 무시하곤 하던 홈즈도 여성이 자살하려는 것은 막고자 한다. 이번 이야기를 정말 왓슨이 썼는가에 대해서는 다소 미심쩍은 데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높은 정의에 대해 발언을 하고 있는 홈즈의 태도는 「푸른 석류석」과 「보스콤밸리 사건」에서 보여준 태도와 일치한다. 또한 "정치인과 등대, 길들인 가마우지와 관련되 이야기"를 운운하는 화자의 어투가 왓슨의 것이라는 데 어깃장을 놓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쇼스콤 고택

「쇼스콤 고택」은 왓슨이 홈즈에 대해 마지막으로 쓴 이야기다. 그러나 본문에는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언급이 전혀 없다. 이 이야기가 발표된 1927년에는 왓슨의 나이가 어언 76세였다. 아마 왓슨은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노쇠로 더는 글을 쓸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아내의 성화 때문에, 또는 아내의 죽음 때문에 펜을 놓았을 수도 있다. 아무튼 은폐된 죽음과 지하 납골당의 비밀을 조사하는 이번 사건은 최후의 이야기로 손색이 없다. 이번 이야기에 나옷듯, 홈즈는 여전히 최첨단의 탐정 기법을 보여준다. 그가 수사 도구로 현미경을 사용한 것은 매우 선구적이다. 왓슨은 경마에 심취한 모습을 보인다(이 사건이 일어난 시점으로 짐작되는 1902년에는 아무튼 그랬다). 「기어다니는 남자」에서처럼 홈즈는 개를 관찰함으로써 새롭게 발견한 사실을 수수께끼를 푸는 데 이용한다. 그리고 부도덕한 로버트 노버턴 경과 대면했을 때 또다시 상류층을 경멸하는 모습을 보인다. 홈즈는 그에게 싸늘하게 대꾸한다. "당신이 한 일의 도덕성이나 품격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말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은퇴한 물감 제조업자
    카리나의 정체

「은퇴한 물감 제조업자」는 홈즈의 이야기 마지막 권에 있는 마지막 단편이다. 왓슨이 75세 생일을 맞은 1926년 말경에 쓴 이번 이야기는 홈즈가 1903년 은퇴하기 여러 해 전에 일어난 사건을 다룬 것이다. 왓슨은 이제 자기 인생에서 사라진 72세의 홈즈를 회상하며 이번 사건에 적극 참여한 것을 즐거워하고 있는 듯하다. 처음에 홈즈는 이 사건이 단지 "케케묵은 이야기"일 뿐이라고 판단한다. 바람난 아내와 배신한 친구 이야기 말이다. 그는 왓슨에게 조사해보라며 사건을 넘겨주는데, 홈즈의 말에 따르면 왓슨은 중요한 것을 모두 놓치고 만다. 그러다가 "서리 해안의 언짢은 라이벌"(전에 우리가 들어보지 못한 인물)이 등장하자, 홈즈는 냉혹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이야기에 허술한 구석이좀 있고, 왓슨의 설명에도 흠이 없지 않지만, 진짜 셜로키언이라면 이번 이야기가 꾸며낸 것이라는 어느 학자의 논문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에 관한 책을 이제 덮어야만 하는 마지막 이야기가 가짜라니! 이번 이야기가 맨 끝에 실린 이유에 대해서는 그저 추측만 해볼 수 있을 뿐이다. 존 왓슨이 아니라, 머리말을 쓴 아서 코난 도일이 『사건집』을 편집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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