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브라이슨의 아프리카 다이어리 - 케냐에서 발견한 아프리카의 맨얼굴, 그리고 몹쓸 웃음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김소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121쪽의 얇은 책이다. 중간 중간 케냐 사진이 등장하기 떄문에, 본문은 더 짧다. 일단 집어들면 쉬지 않고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다. 

 

국제적인 빈민구호 단체 CARE. 처음 들어보는 단체였는데 한국 지부는 없다고 한다. 여기에서 일하는 한 젊은이의 부탁으로 빌 브라이슨은 케냐를 방문하게 된다. 현존하는 작가 중 가장 여행기를 재미있게 쓰는 작가일 것이다. CARE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가장 재미있게 여행기를 쓰는 생존 작가' 혹은 '세상에서 가장 해박한 관광 가이드'라는 칭송을 받고 있는 빌 브라이슨이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을 홍보해 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빌 브라이슨 역시 자신의 아들뻘되는 젊은이들의 기특한 마음에 보탬이 되고자 했을 것이다.

 

이 책은 빌 브라이슨의 다른 여행기와는 상당히 느낌이 다르다.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 산책>이나 <나를 부르는 숲>처럼 읽다가 숨 넘어갈 정도로 웃을 수는 없다. 그의 전매 특허인, 유머 감각은 여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기는 하지만, 그 부분은 열 손가락도 아닌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이 책은 어느 정도 목적을 띄고 있으며, 그 목적이란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이 도전이며 유일한 과제인 사람들의 실상을 보여주고, 그들을 도와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난민, 에이즈, 기근, 가난, 환경 파괴 등 아프리카 대륙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빌 브라이슨은 8일간의 케냐 방문을 통해 담담히 보여준다. 그들의 삶은 참담하지만, 빌 브라이슨은 신파에 빠지거나 목소리를 높여 부르짖지 않는다. 다만, 해답이 보이지 않는 구렁텅이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케냐 사람들과, 구호단체를 통해 그들이 어떤 도움을 받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냉정한 독자의 마음까지 녹인다.

 

여행기, 과학 교양서, 어린 시절 이야기 등 다양한 소재마다 매번 빛을 발했던 그의 글솜씨는 여기에서도 빛난다. 날카로운 유머를 구사하는 그의 전작들을 떠올려보면 동일 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 책에서의 그의 태도는 진지하고 시선은 따뜻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종류의 책 중 가장 내 마음을 움직였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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