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에는 먹을 것이 넘쳐나서 사람들이 비만을 걱정하고 한쪽에서는 음식 쓰레기도 마구 버리는데, 아프리카나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의 많은 나라들에서는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는 것은 왜 그런 것일까?

 

한번쯤은 궁금해했을 문제이다. 또 이런 생각도 해 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음식이 남아돌아서 문제가 되는데, 이 음식을 후진국에 값싸게 팔거나, 아니면 아예 무상으로 원조하면 서로 좋은 일이 아닐까?

 

이 책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이다. 아니, 답이라기보다는 질문을 제시한다고 해도 맞을 것이다.

 

내가 어렸을 적, '사랑의 빵'이라는 것이 있었다. 빵 모양의 저금통으로, 가정집에서 저금통에 동전을 모아 기아에 시달리는 소말리아 아이들을 원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독실한 크리스찬이었던 친구네 식탁 위에 올려져 있던, 꼭 진짜 빵 처럼 생겨서 먹음직스럽게 보이던 그 저금통이 아직도 기억난다.

 

중학교 때, '기아체험 24시간'이라는 것도 있었다. 실제로 단식을 하면서 간접적으로 굶주림에 시달리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국민들의 고통을 느껴보자는 취지로 매년 하는 행사였는데, 아마도 봉사활동이 몇 시간 인정되었기에, 상당히 많은 청소년들이 참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과연 세계의 기아 문제는 얼마나 해결이 되었는지가 의문이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먹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들은 수두룩하다.

 

이 책이 1판 1쇄 발행은 2007년이다. 2010년에 26쇄가 발행되었다. 지금은 2015년이다. 이 책은 1999년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1999년에 저자가 제기한 이 책의 문제들은, 2015년인 지금까지도 현재진행중이다.  어린 시절, 소말리아에 보내기 위한 사랑의 빵 운동과 기아체험 24시간이 아직도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사실 이 책의 내용은, 내 나이 정도의 어른이라면 아주 생소한 내용은 아니다. 왜 선진국의 남아도는 음식들을 후진국에 지원하는 게 힘든 것인지, 실제로 우리가 지원을 하게 되면 그게 그 나라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는 있는 것인지에 대한 내용들은, 이미 이전에 어떤 형태로든 약간의 지식은 쌓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책에 나오는 나라들이 책 본문 앞에 지도로 표시되는데, 그 나라는 칠레, 브라질, 세르비아, 부르키나파소, 세네갈,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앙골라, 콩고민주공화국, 사헬지방, 그루지야, 이라크, 수단, 에리트레아,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르완다, 러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그리고 북한이다. 이런 나라들의 공통점은, 군부에 의한 독재가 지속되거나, 계속되는 내전으로 대다수 민중들의 삶이 소수의 몇몇을 위해 희생하고 있으며, 인프라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국제적인 원조를 받을 경우 상당수의 구호물자가 그 나라 국민이 아닌 지배층으로 흘러간다는 여러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또, 국민들이 기아 상태에 놓인 그 상황이 그 나라 지배층에게는 통치 수단으로, 다른 나라 입장에서는 그 나라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작용할 때도 있으며, 때때로 지배층의 자존심이나, 명분이 앞서면서 다른 나라가 자국민에 대해 원조하는 것조차 막는 경우도 있다. 여러 나라들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도출되는 점들이면서, 또 역으로 이 결론들이 어떤 나라에 대입해도 상당 부분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적어도 우리 세대는, 북한에 대해 교육 과정에서 상당 부분 학습하였다. 따라서 다른 나라는 몰라도 북한에 대한 원조의 바람직한 방향, 그리고 현재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이미 학습이 되어 있으며, 그런 지식의 연장선 상에 이 책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좀 더 어린 친구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인 아이들이 읽으면 더 좋을 책이고, 대학생 정도만 되더라도 이 책 보다 더 깊이 있는 책을 보아야 할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문답 형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해가 어렵지 않으며, 저자가 사회학자이자 스위스 사회당 의원이었고,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일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이론과 실재가 잘 쓰여져 있는 좋은 책이다. 따라서 입문서로는 아주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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