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평전
안도현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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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백석이라는 이름을 들은 것은 고등학교 문학 시간이었을 것이다. 한 때 재북 작가라는 이유로 언급조차 되지 않던 시인이 90년대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널리 읽히면서 연구가 시작되었고, 2000년대에는 수능에 출제되면서 이제 김소월이나 윤동주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의 반열에 올랐다.

 

아마도 내 세대는 고등학교 때 이 시를 접했기 때문에,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이 시를 접할 수 있어서 어떤 의미에서는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능을 위해 시에 밑줄을 그어가며 공부하던 그 시기에도, 이상하게 백석의 시는 설명할 수 없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처음 읽었을 때 마지막에 '응앙응앙' 이라는 단어에 시선을 뗼 수 없었던 기억이 있고, '고향'은 마치 한 편의 전설이나 동화를 읽은 것처럼 아릿하면서도 신비스러운 느낌에 설렜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백석이라는 시인의 삶을 신화처럼 만든 것은 그의 삶일 것이다. 자야와의 사랑, 대원각이었던 절 길상사,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전재산을 내놓으며 이 모든 것이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는, 다시 태어나면 나도 시를 쓰겠다는 말, 이 모든 것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 아닌게 아니라, 나는 한 때 왜 백석의 삶이 아직 영화화가 되지 않았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다. 미국이나 영국, 유럽에서는 유명한 작가의 작품 뿐만 아니라 삶도 영화화가 되는 경우가 많다. <비커밍 제인>이나 <셰익스피어 인 러브>, <실비아>, <토탈 이클립스>, <일 포스티노>는 유명 작가의 사생활을 다룬 이야기이다. 예술가들은 그 삶 또한 평범하지 않아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경우가 많은데, 백석의 삶이야말로 그의 시 만큼이나 모든 사람들의 선망과, 연민을 동시에 자극하니까.

 

한 때는 평생에 저런 사랑을 하고 백년이 지나도록 내 이름이 남을 작품을 쓸 수 있는 삶을 산다면,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그 삶이 내게 주어졌으면 하고 바랬을 때가 있었다. 지금은 비록 격정적이지 않아도, 평범한 지금의 내 삶이 얼마나 감사한 지 새삼 깨달을 때가 많다. 후배인 안도현 시인의 노작이며, 한정된 자료에서 최대치를 뽑아낸 역작이다. 아마 나보다 좀 더 어린 친구가 읽거나, 혹은 나보다 연배가 훨씬 높은 분이 읽는다면 더 감동이 배가 될 것이다. 지금 내 나이는 과거를 되돌아보기에는 너무 젊고, 예술가적 삶을 막연히 동경하기에는 나이가 들었다. 머리로 책을 판단하는 시기가 있고, 가슴으로 느끼는 때가 있는데, 지금은 나라는 사람의 인생에서 감정에 푹 빠지는 시기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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