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5 (완전판) - 장례식을 마치고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원은주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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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잘 알겠네. 자네는 자네 친구인 리처드 애버네티가 살해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고 있는 게지? 그 의심, 또는 추정은 단 한가지, 리처드 애버네티의 장례식에서 코라 랑스크네가 한 말에 근거를 두고 있고 말이야. 그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근거고 없지....... 그 다음 날 코라 랑스크네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은 순전히 우연일 수도 있네. 리처드 애버네티가 갑자기 죽은 건 사실이지만, 그를 돌보던 명망 높은 주치의는 사인에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으니까. 시신은 매장했나, 아니면 화장했나?"

"화장했네....... 본인의 요청에 따라."

"그래, 법률상 그렇지. 그렇다면 두 번째 의사가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했다는 뜻인데....... 뭐 그것 또한 이상 없이 절차 그대로였겠지. 따라서 본질적인 점, 즉 코라 랑스크네가 한 말을 살펴봐야 해. 자네는 그곳에서 그녀가 하는 말을 들었지. '하지만 오빠는 살해된 거잖아요, 안 그래요?'라고 말했다고?"

 

1953년에 쓰인 이 소설은 크리스티의 후기 소설이다. 푸아로는 여전히 건재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영국이라는 나라는 큰 변화를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변화의 흐름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노인들이 등장하고, 크리스티의 초기 소설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발랄하고 솔직하지만 개인적이고 거침없는 젊은이들이 대거 등장한다. 끝까지 누가 범인인지 예측하기 힘들었던 소설이었고, 읽는 내내 몰입해서 읽었기에 크리스티의 소설 중 열 손 가락 안에 꼽히기는 충분한 것 같다.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이지만 <푸아로의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게 하는 부분이 많았다. 크고 고풍스러운 대저택, 노쇠하지만 카리스마로 일가 친척을 지휘하는 거부, 그에게 순종하거나, 혹은 반발하는 친지들. 멀리 있다가 몇십년만에 만나게 되는 친지, 그리고 오랫동안 그 집안에서 봉사해온 늙은 집사. 거기에 타인과 가족을 구별해내지 못했다는 가장 큰 트릭까지. 그러나 소설을 다 읽고 나서야 <푸아로의 크리스마스>가 떠올랐을 정도로 읽는 내내 다른 생각을 하지 않도록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오히려 결말 부분에서는 <누명>과 살짝 닮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누명>이나 <푸아로의 크리스마스>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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