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4 (완전판) - 백주의 악마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윤정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그래요, 이 섬은 낭만적인 곳입니다. 태양은 평화롭게 빛나죠. 바다는 푸르고....... 하지만 브루스터 양, 명심하셔야 할 것은 태양 아래 모든 곳엔 악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푸아로가 말했다.

 

<백주의 악마>라는 제목이 시선을 확 끄는데, 원제는 Evil Under the Sun, 즉, '태양 아래 악마'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대체 백주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찾아봤더니 '환하게 밝은 낮'이라는 뜻이라고. 우리 나라에서는 분명히 잘 안 쓰는 단어라서 생경한데, 보통 이런 단어는 70년대 쯤, 외국 소설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종종 등장하는 단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번역되는 책들의 경우는 실생활에서 잘 쓰는 단어를 사용하지, 이런 낯선 단어를 잘 쓰지 않는 것 같다. 백주대낮이라고 쓰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여러모로 크리스티의 전형적인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상당 부분이 기시감이 있었다는 말이다. 아름다운 여인 때문에 일어난 치정 사건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사건의 핵심에서 비껴져 있다는 점에서는 <뮤스가의 살인>에 수록되었던 <로도스 섬의 삼각형>이 떠올랐고, 푸아로가 해변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던 도중에 사건이 생겼다는 데에서는 <엔드하우스의 비극>이 연상되었다. <열세 가지 수수께끼>의 <동행>은 이 소설과 똑같은 트릭이 쓰였으며, 트릭의 핵심이 수영복이라는 점, 그리고 서로 사랑하는 것 같았던 남녀가 알고 보면 남자의 속임수였으며, 그 남자는 공범이자 애인인 다른 여자가 주변에 어떤 형태로든 존재했다는 점이 완전히 동일하다. 아마도 핵심 아이디어를 이 단편에서 가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고보니 그러고보니 <나일 강의 죽음>과도 꽤 비슷한 부분이 있다. 피해자에게 남자를 뺐겼다는 이유로 가장 의심을 받지만,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는 여자. 크리스티의 팬이라면 익숙한 요소를 한번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