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탐정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나중길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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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무슨 책들이에요?"

터펜스는 책을 한 권 집어 들며 물었다.

"『바스커빌 가문이 개』....... 아, 이 책은 다음에 한번 더 읽어봐야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어?"

토미가 조심스럽게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말했다.

"매일 30분간 이 분야의 대가들을 만난다고나 해야 할까. 터펜스, 아무래도 우리는 이 방면에서 아직 아마추어야. 하지만 아마추어 수준에서라도 소위 말하는 '기술'을 배워둬서 나쁠 건 없겠지. 이 책들은 모두 이 분야의 거장들이 쓴 추리 소설이야. 나는 여러 방식을 시험해보고 그 결과를 서로 비교해 볼 생각이야."

"흠....... 저는 이 탐정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사건을 해결할지 종종 궁금했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또 다른 책을 집어 들었다.

"당신이 손다이크 박사(영국의 추리작가 오스틴 프리먼이 만들어낸 법의학자 탐정-옮긴이) 흉내를 내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의학적 지식도 없는데다 법률 지식도 그저 그렇고, 과학에 강한 것 같지도 않으니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주 멋진 카메라를 하나 장만했으니까 그것으로 발자국 같을 걸 찍어 사진으로 확대해 볼 생각이야. 이제 몬 아미(친구), 자네의 작은 회색 뇌세포를 사용해 보라고. 저걸 보고 뭐 떠오르는 거 없어?"

그는 책장의 맨 아래쪽 선반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거기에는 최신형 실내복과 터키제 슬리퍼, 그리고 바이올린이 놓여 있었다.

"정말 대단하네요."

"그럼! 셜록 홈즈 흉내를 내봤지."

토미는 바이올린을 손에 들고 활로 아무렇게나 줄을 켜대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듣고 터펜스는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냈다.

 

<비밀 결사>의 토미와 터펜스가 부부의 연을 맺은지 6년이 지났다. 첩보기관의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는 토미와, 집안일에만 열중하는 터펜스는 행복하지만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정보부의 옛 '대장' 카터의 제안으로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는 한편 비밀 작전을 돕게 된다. 위에 인용한 부분처럼, 젊은 부부는 수많은 소설 속 탐정들을 모방하는데, 거의 장마다 새로운 탐정들이 계속 등장한다. 그 부분이 코믹하면서도, 한편으로 당대의 모든 추리 소설을 크리스티가 전부 섭렵했기 때문에 이런 묘사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새삼 작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애 80여편의 소설을 써냈다는 것은 엄청난 양인데, 그 수많은 아이디어가 어디에서 왔을지 짐작이 되었다.

 

아파트의 요정

카터의 방문. 테오도르 블런트라는 이름으로 국제 탐정 사무소 운영 계획을 세우다. 카터의 지시는 러시아 우표가 붙은 파란색 편지를 찾으라는 것. 몇 해 전 이 나라로 망명한 아내를 찾으려는 어떤 육류 도매상의 편지로 우표에다 물기를 적시면 16이라는 숫자가 보인다고. 또 누군가 사무소를 찾아와 16이라는 숫자를 말하면 곧바로 알리라는 것.


차 한 잔

우유부단한 청년 세인트 빈센트. 사무소의 홍보와 함께 두 남녀를 이어주는 터펜스의 재치.


사라진 분홍 진주

여러 집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도벽을 의심받는 여사. 그리고 하녀. 비누를 반으로 잘라 안을 도려내고 보석을 넣은 다음 뜨거운 물로 접합하여 꺠끗이 봉하는 고전적인 수법.


불길한 고객

러시아 우표가 붙은 파란색 편지 봉투의 발견. 그 직후 등장한 수상한 고객.
 

킹을 조심할 것

'나는 하트 3에 걸겠다. 12점을 딴다. 스페이드 에이스. 킹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신문지 옷을 입은 신사

신문지로 만든 옷으로 피살자는 자신을 찌른 사람을 오해하고 잘못된 다잉 메시지를 남긴 것.
 

사라진 여자

살을 빼기 위해 잠적까지 해버린 여자.
 

장님 놀이

아내를 잃어버린 육류 도매상의 등장. 물론 이 모든 것은 암호화된 내용이다. 제 분을 못 이겨 감전사한 가짜 공작.
 

안개 속의 남자

순경도 똑같은 인간. 사랑도 증오도 결혼도 하는.
 

지폐 위조단을 검거하라

출처를 알지 못하는 돈을 쓰고 다니는 레이들로 부부. 아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위조지폐인 것은 확인하였으나 공급처를 알지 못한다. 아내의 추종자인 행크 라이더는 단순하지만 굉장한 미국 부자.
 

서닝데일 사건

마치 크리스티의 다른 소설 <골프장 살인 사건>이 연상되는 소설. 그 골프장에 가본 적이 있던 토미의 머릿속 시뮬레이션으로 점심 식사 도중에 바로 해결.
 

죽음이 깃든 집

의뢰인이 사망해버린다. 젊고 미인이며 최근 엄청난 재산을 물려 받은 상속인으로 독살 위험을 가까스로 넘겼지만 의뢰한 날 티타임에 샌드위치를 먹은 모든 사람이 사망한다. 단 한 명만 빼고. 그녀의 팔에는 주사 자국이 있다.
 

완벽한 알리바이

매력적인 여성과의 내기로 찾아온 청년. 그녀가 제시한 완벽한 알리바이를 뒤집으면 청년의 청혼을 받아들이기로 한 여성. 결론은? 쌍둥이!
 

목사의 딸

엄청난 재산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숙모로부터 집과 재산을 상속받은 젊은 여인. 알고보니 재산은 보잘것 없었고, 하숙을 치면서 생활비를 그럭저럭 벌어들이던 중, 집에서 폴터가이스트(이유 없이 이상한 소리나 비명이 들리는 일, 혹은 물체가 스스로 움직이거나 파괴되는 현상)가 일어나고 연달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난다.
 

레드 하우스

누가 복음 11장 9절,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암호를 풀고 발견한 금화와 진주. 이제 부자가 된 목사의 딸은 알고 보니 터펜스 아버지의 목사보로 일하던 사람의 딸이었다.
 

대사의 구두

똑같은 가방, 똑같은 이니셜. 잠깐 동안 미국 대사와 상원 의원의 가방이 바뀌었으나 정작 나중에 만난 의원은 애초에 그런 가방은 있지도 않았다고 한다. 대사의 가방을 왜 몇 시간만 손에 넣으려 했을까? 사실은 원래 가지고 있던 가방을 안전히 보관하는 것이 목적이었겠지. 외교관의 짐은 세관에서 검사를 하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부피가 크지 않은 물건을 밀수하기 위해서? 목욕 소금이 담긴 깡통에 숨어 있는 하얀 가루는 코카인이었다.


16호였던 사나이

러시아 태생으로 영어를 비롯한 6개 국어에 아주 능통한 변장술의 대가. 소련에서 보낸 특수 요원 16호. 대단히 비상한 이 남자의 체포와 함께 터펜스의 임신으로 젊은 부부의 활약의 해피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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