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민음사 모던 클래식 58
모옌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주인공인 화자는 희곡 작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이야기가 시작한다. 사실상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화자의 고모로, 1만명 정도의 아이를 출산시킨 산부인과 의사이다. 실력있는 의사로 인정받던 그녀는 70년대 이후에 추진된 국가 정책인 '계획생육'을 전방에서 주도하며 2000여명의 아이를 낙태시킨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는 강한 신념으로 수십년간 그 일을 해 온 고모는 말년에 와서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이 소설의 형식은 작가인 화자가, 일본의 작가에게 편지를 띄우는, 일종의 서간체적인 소설이다. 작가가 첫머리에도 밝혔듯이, 실제로 작가의 고모는 산부인과 의사였으며, 일본의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작가 모옌의 고모의 이야기를 듣고 글로 쓸 것을 권했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이 소설은 자서전적인 소설이면서도, 어떤 의미에서는 증언 문학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계획생육'이라는 것은 일종의 한가정 한자녀 정책.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 정책은 폭발하는 인구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인구의 수를 조절하는 정책이다. 여기까지는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정도. 그러나 이 책에서 나온 현실은 생각보다 냉정하며 잔인하다. 도시의 경우는 무조건 한 자녀, 농촌의 경우는 첫 아이가 딸인 경우에 한해서 8년 경과 후 둘째가 허용된다는 것. 만약 이를 지키지 못하면 어마어마한 세금을 내야 하는데, 사실상 가난한 농민들에게는 꿈도 꾸지 못할 금액이므로 결국 강제로 낙태를 하게 된다. 당시 중국, 특히 농민들은 자녀의 수를 인위적으로 제한한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정관 수술을 비롯한 그 어떤 피임법도 거부하며 몰래 몰래 아이를 가지고 나으려고 하며, 화자의 고모는 악착같이 임산부들을 추적하고 찾아내어 기필코 수술대에 올리고야 만다.

 

이 책은 수많은 비극과 비극이 겹쳐 있는 느낌이다. '계획생육'의 내용 자체가 비극이며, 그것도 중국에서만 가능할 수 있는 비극이다. 몇 달만 있으며 자기 힘으로 숨을 쉬고 밥을 먹게 될 생명을 죽이는 행위를 하는 것이 다름 아닌 생명을 탄생시키는 산부인과 의사라는 것도 비극이다. 화자인 자신의 조카가 태어날 때 직접 받은 것이 고모이며, 그 조카의 부인의 낙태 수술을 집도하다가 태아와 산모 모두 잃게 되는 것 또한 동일한 인물인 고모라는 것도 비극이다. 그 고모의 수제자였던 조수가 조카의 후처가 되며, 평생 아이를 갖지 못해 괴로워하는 것도 비극이고, 미모와 지성 등 모든 것을 다 갖추었던 고모 또한 중국 현대사의 비극을 피하지 못했다는 것도 비극이다. 젊은 시절 사랑하던 사람은 타이완으로 넘어 갔고, 문화대혁명 시절 고초를 겪었으며, 늦게서야 결혼을 하게 되고 평생 아이가 없었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비극이다.

 

소설을 보면서 이 사람의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는 것은 사실 의미가 없다. 인간이란 원래 모순적인 존재이며, 인생은 예측 불가능한 비극에 가깝고, 그것을 가장 잘 느끼는 사람이 작가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게 이해하려고 해도 이 소설 속 중국의 모습은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사회와 너무나 이질적이라 답답하기도 하다. 어떻게든 아들을 낳아 대를 잇기 위해 공공연히 대리모를 들이는 현실이나, 사회주의 체제에서 맹목적인 신념이 말도 안 되게 굳건한 한 인간을 독자로서 보고 있는 것이 소설을 읽는 재미의 측면에서는 분명히 흥미로웠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야만적으로 보여 갑갑했다.

 

작가 모옌은 201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장이모 감독의 <붉은 수수밭>의 원작 소설의 작가라고 한다. 본명은 관모예로, 필명 모옌은 '말하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이것만 보아도 이 작가의 작품세계가 어떨지 짐작이 간다. 중국의 현실을 피하지 않고 이야기하지만, 체제 순응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이 소설의 화자는 작가의 분신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이 소설의 화자는 우유부단하면서 겁도 많고, 그러면서 실속은 챙기고 싶어하며 물욕도 있는, 나약하고 줏대없는 모습을 보여서 화가 날 때가 종종 있었는데 어떤 중국 사람들은 모옌을 보면서 비슷한 느낌을 갖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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