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4 (완전판) - 에지웨어 경의 죽음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노지양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칼로타 애덤스라는 탁월한 재능의 여배우는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제인 윌킨슨을 한 연극에서 모방하였다. 그 연극은 푸아로와 헤이스팅스, 그리고 당사자인 제인 윌킨슨도 관람했다. 연극이 끝난 후 제인 윌킨슨 일행, 푸아로와 헤이스팅스, 칼로타 애덤스는 사보이 호텔에서 각각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고 제인 윌킨슨은 이 모든 사람들을 자신의 방으로 초대한다. 이 날 제인은 푸아로에게 이혼을 원하지 않는 남편을 설득해달라고 부탁하고, 푸아로를 만난 에지웨어 경은 이미 6개월 전 아내에게 편지를 보내 이혼할 의향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푸아로를 다시 만난 제인은 그런 편지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단순히 사고로 볼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뭔가 미심쩍은 상황. 얼마 후 에지웨어 경이 자택에서 살해된다. 유력한 용의자는 별거 중이던 아내 제인. 얼굴이 알려진 이 여배우가 남편의 저택으로 사건 당일 들어가는 것이 저택에 있던 이들에 의해 목격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시간에 한 파티에 참석 중이었으며, 열 네 명의 목격자로 인해 알리바이가 입증되었다. 급하게 칼로타의 집을 찾아낸 푸아로. 그러나 그녀는 이미 사망한 상태. 

 

푸아로와 헤이스팅스가 등장하는 소설이다. 그러나 소설이 자아내는 분위기는 매우 독특하다. 인기 여배우가 등장하는 세계를 다루어서인지 다소 비밀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크리스티의 다른 소설들처럼, 이 소설에도 심리적이 요소가 매우 비중있게 등장한다.

 

앨리스 베넷은 어떤 것도 허락해 줄 성 싶었다. 대부분의 조심스럽고 의심 많은 여성들은 한번 믿기 시작하면 무조건적으로 믿게 되고 그 다음부터는 상대방 손 안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녀는 푸아로가 제안하는 것이라면 무엇이건 찬성했을 터였다.

 

이런 부분은 읽으면서 감탄이 났다. 인간의 심리 상태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가 모순되는 행동을 보일 때인데 그런 부분에 대한 설명이 절묘하다. 또 이런 부분도 있다.

 

제럴딘이 자기 아버리를 죽였을 거라고 한 제인 윌킨슨의 경솔한 말은 내게는 당치 않은 망언처럼 느껴졌다. 아마 두뇌가 텅 빈 사람이나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내가 생각한 바를 푸아로에게 전했다.

"두뇌, 두뇌라. 자네는 그 단어가 뭘 의미한다고 믿는 거지? 만약 자네 의견대로라면 제인 윌킨슨은 토끼 정도의 두뇌를 갖고 있는 사람이겠군. 멸시의 표현이지. 하지마 토끼를 한번 생각해보게. 토끼는 열심히 번식하면서 살아가고 있어, 안 그런가? 어쩌면 생존 본능은 고매한 정신보다 더 우수한 걸지도 몰라. 우리 사랑스러운 에지웨어 부인은 역사나 지리나 고전에 대해서는 완전히 까막눈이지. 상 두트(아마) 노자라고 하면 무슨 북경 강아지가 아닌가 할 테고, 몰리에르는 메종 드 쿠튀에(재단사)이름 인 줄 알거야. 하지만 옷에 관해서라든지, 또 부와 명성을 한 번에 거머쥘 수 있는 결혼이라든지, 자기 뜻을 관철시키는 방면에 있어서라면 그녀는 눈부신 성공을 거두지. 에지웨어 경의 살해범에 대한 철학자의 고견은 내게는 아무 필요도 없어. 그리고 철학자의 고나점에서 보통 살인의 동기는 절대 다수의 절대 선을 위한 것이라고 볼 테니 판단이 어려워. 사실 자기네 철학자 중에는 살인하는 사람도 별로 없으니까 그 속성을 몰라. 하지만 에지웨어 부인의 지나가는 한 마디가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어. 그녀의 관점은 철저히 유물론적인 데다 인간 본성의 사악한 측면을 알고 있는 데서 비롯된 거야."

 

이 부분은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미심쩍인 부분들이 한번에 해소되는 듯한 인상을 받기도 했다. 살인에 대해서, 고차원적으로 앞뒤 맥락을 따지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어쩌면 헛다리를 짚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좀 더 단순한 차원에서 봐야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이 부분은 이어지는 사건의 결말의 복선으로 작용한다.

 

이 소설이 기존의 크리스티 소설과 구별되는 점이 있다면, 살인자의 캐릭터일 것이다. 크리스티의 소설 중 이런 살인자는 <비뚤어진 집> 이후로 처음이었던 것 같다. 평생 동안 범죄에 대해서, 또 그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에 대해서 얼마나 깊이 크리스티는 연구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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