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3 (완전판) - 비밀 결사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수경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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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의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한번 그녀의 주인공들은 누가 있는지 죽 살펴볼 때가 있었다. 꽤 많은 탐정 목록에 부부탐정이 있었다. 부부탐정? 남편과 아내가 함께 사건을 풀어나간다는 것인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토미와 터펜스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두 명의 탐정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소설이며, 마지막에 둘의 사랑은 이루어진다. 아마도 이 소설 다음부터는 부부가 된 두 사람이 등장하는 모양이다. 전문 탐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둘의 모험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 마음 졸이게 하며, 오히려 그 부분이 재미로 느껴지기도 한다.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 때문에 이 소설은 더욱 흥미로우며, 아마도 이후의 이 부부탐정들은 좀 더 노련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빠른 시간 내에 이 이후의 부부의 이야기를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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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책을 통해 그러한 기술을 접한 적은 있지만 실제로 누군가를 직접 미행해 본 적은 없었다. 토미는 실제로 누군가를 미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갑자기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아타는 경우가 있다. 책에서는 간단하게 다른 택시를 잡아타거나 아니면 대기하고 있는 택시에 올라타면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두 번째 택시가 대기하고 있을 가능성이 극히 희박했다. 그럴 경우 토미는 택시를 쫓아 부지런히 뛰어야만 할 것이다. 런던 거리를 젊은 남자가 질주한다면 다들 어떻게 생각할까? 큰길에서라면 그저 버스를 따라 뛰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작은 길에서 뛴다면 참견하길 좋아하는 경찰관이 그를 불러 세워 꼬치꼬치 물어볼 것이다.

 

터펜스는 자신의 방에 숨어서 그녀가 마지막으로 구입한 물건의 포장을 풀었다. 5분 뒤, 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분장용 펜슬로 눈썹을 약간 다르게 그린 데다 풍성한 금발 가발을 쓰자, 휘팅턴과 직접 마주치더라도 전혀 못 알아볼 만큼 달라 보였다. 신발 안에는 키 높이 깔창을 넣을 것이고 모자와 앞치마를 두르면 완벽한 변장이 될 것이다. 터펜스는 병원에서의 경험을 통해 간호사가 간호사복만 벗어도 환자들이 잘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홀 박사는 멍하니 줄리어스를 바라보았다. 박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시선을 보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갔다.

"아니에요."

줄리어스가 그의 시선에 대해 대답했다.

"저는 미치지 않았어요. 그 일은 완벽하게 가능합니다. 미국에서는 영화를 찍기 위해 매일매일 그런 일을 하는걸요. 영화에서 기차가 부딪히는 장면을 본 적이 없나요? 기차를 사는 것과 선박을 사는 게 뭐가 다르겠어요? 물건만 구할 수 있다면 바로 시작할 수 있어요!"

홀 박사는 그제야 제 목소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그 비용이 문제입니다. 그 비용이 어마어마할 겁니다!"

그의 목소리가 커졌다.

"돈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줄리어스가 간단하게 대답했다.

홀 박사는 마치 도움을 청하듯이 제임스 경을 바라보았다.

제임스 경은 그저 미소만 짓고 있었다.

"헤릇사이서 씨는 재산이 많소. 그것도 아주 많다오."

홀 박사의 시선은 다시 줄리어스에게로 옮겨졌다. 미묘하지만 아까와는 분명히 다른 시선이었다. 앞에 앉은 사람은 더 이상 나무에서 떨어진 괴팍한 젊은이가 아니었다. 홀 박사의 시선에는 진짜 부자에 대한 부러움이 담겨 있었다.

"정말로 대단한 계획입니다. 아주 대단해요."

홀 박사는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계속 이어서 말했다.

"영화라....... 물론 가능할 겁니다! 어쩌면 촬영하는 방법에 있어서 영국이 조금은 뒤떨어졌을 수도 있겠지만, 아주 흥미로운 건 사실입니다. 그 계획을 정말로 실행에 옮길 생각입니까?"

"전 재산을 걸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

홀 박사는 그의 말을 믿었다. 왜냐하면 앞에 앉은 사람이 바로 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만일 영국인이 그런 일을 하겠다고 했다면 그의 정신 상태를 심각하게 의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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