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만 훑어보아도 흥미롭다.
머리말
서론|연애라는 말
기생과 여학생
구여성과 신여성
연애와 독서
연애 편지의 세계상
육체와 사랑
연애의 죽음과 생
결론|연애의 시대 또는 개조의 시대
보론 1 연애 이전의 연애 : 1900년대식 열정과 자유 결혼론
보론 2 연애 바깥의 연애 : 연애열의 시대와 한용운의 '님'
주
인용 소설 목록
그림 목록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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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을 6개의 주제로 나누었고, 각각의 주제 또한 흥미로워서 꼭꼭 씹어먹고 싶다는 느낌이 든다. 결론과 보론 1, 보론 2, 그리고 '주'에 해당하는 부분만 30쪽이 넘어서 전체적으로 훌륭한 논문을 읽은 느낌이다. 논문이라면 어려울텐데, 이 책의 내용의 핵심이 '연애'라서 머리를 쥐어뜯거나 중간중간 멈춰야 할 만한 주제는 아니다. 마치, 달콤한 케이크의 꼼꼼한 레시피, 혹은 초콜릿의 역사나 아이스크림 일대기 등을 보는 느낌이랄까. 물론, 케이크나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과, 그것에 대한 책 한 권을 읽는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 책의 두께는 전부 300쪽이 되지 않는 데다가 사진 자료가 많아서 글자가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마냥 쉬운 책은 아니다. 다만, 고등학교 때 선택 과목으로 근현대사를 공부했었는데, 당시에 어렴풋이 느끼기에도 근현대사 교과서는 다른 과목의 교과서와는 좀 다르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진 자료가 많고, 상대적으로 가까운 과거인데다가, 급변하는 시기라서 흥미로웠다. 이 책을 보면서 오랜만에 그 당시 생각이 많이 나기도 했고, 고등학생들이 한번쯤 읽어보면 당장 성적에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충분한 지적 유희는 되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그 당시 읽었더라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는 생각도 있었고. 연애를 다루지만, 책은 다소 건조하고 딱딱한 편인데, 교과서에 비하면 훨씬 말랑말랑하지만 이 시대를 다룬 수많은 책과 다양한 영상물들에 비하면 좀 뻑뻑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왠지 나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어떤 것에라도 눈을 돌리면 죄를 짓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고교 시절 이 책을 읽었더라면 훨씬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대학에 온 후 이 시대를 다양한 경로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책에 실린 내용들이 큰 인상을 주지는 않았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올렸던 것은 <경성스캔들>이라는 드라마. 조선의 마지막 여자라는 별명을 가진 한지민, 기생이었던 한고은, 조선 총독부 관리인 류진, 모던 보이 강지환이 등장하는 드라마로, 극단적인 윤리관이 충돌하고 극단적인 역사인식의 차이가 공존했던 시기를 항일무장투쟁의 역사와, 경쾌하고 발랄한 청춘 로맨스의 두가지로 그려냈는데 서로 다른 요소들이 붕 뜨지 않고 서로서로 잘 융합되어 유쾌하면서도 애잔한, 참 좋은 드라마였다고 기억한다. 바로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그 시대, 그리고 똑같은 주제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연애란, 일종의 수입품이다. 서양 문물이 들어오면서, 연애라는 개념도 함께 유입되었고, 이른바 '글로 익힌' 연애가 한국적 상황에 이식되어 가는 과정의 첫단계를 보여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