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를 뒤흔든 12가지 연애스캔들
박은몽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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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류의 책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역사를 거시적인 관점과 미시적인 관점의 두 가지로 나누어 바라볼 수 있을 때, 예전에 거시적인 관점이 지배했던 시절로부터 서서히 미시적인 관심으로 옮겨오다가 지금은 전세가 역전된 것 같다.

 

몇 년 전에 읽은 책 중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이 있다. 책 자체가 굉장히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전의 다른 역사서로는 접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일화들이 많아서 조선 시대의 새로운 면모를 본 것 같아서 인상깊었다. 그 책의 저자인 이수광 작가는 역사 소설을 많이 썼는데, 소설을 쓰면서 수없이 했을 자료 조사로 인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수십 년 동안 다져진 필력으로 마치 조선시대 판 <경찰청 사람들>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 외에도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 <조선을 뒤흔든 16인의 왕후들>, <조선을 뒤흔든 16인의 기생들>과 같은 시리즈가 다산 초당에서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저자의 책들의 제목을 훓어보면 <공부에 미친 16인의 조선 선비들>, <신라를 뒤흔든 16인의 화랑>, <중국을 뒤흔든 우리 선조 이야기>, <중국을 뒤흔든 27인의 지략가>, <조선을 뒤흔든 21가지 재판 사건>, <조선을 뒤흔든 21가지 비극 애사>등이다. 대략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감이 잡힐 것이다.

 

나는 그래서 이 책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겠거니 했는데, 저자는 물론이고 출판사도 다르다. 아마도 이수광 작가의 히트작들에 어느 정도 묻어가려는 의도가 보이며, 실제로 이 책이 나온 것이 드라마 <선덕여왕> 방영 3개월 후라고 하니 출판사 쪽에서 상당히 기획해서 내놓은 책이다. 상당히 기획을 했다는 것은, 노력과 시간을 많이 들였다는 것이 절대 아니고 딱맞는 타이밍에 출판하여, 책 자체보다 주변의 이런 저런 상황에 절묘하게 탑승하여 간다는 것이다. 즉, 이수광 작가의 책들의 기본적인 퀄리티를 이 책에서 기대하면 안 된다는 말도 된다.

 

물론 고대사 자료가 턱없이 부족했던 까닭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만의 특별한 미덕이 있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는 책이다. 이미 드라마를 통해, 또 이전에 출판되었던 다른 수많은 책들을 통해 한번쯤은 반복되었던 내용을 여기서는 효과적으로 편집하였을 뿐이다.

 

이 쪽 분야에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에게는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겠고, 책은 정말 읽고 싶은데 이런 저런 이유로 무거운 책에는 손이 안 가는 상황이라면 후딱 읽어볼 만한 책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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