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2009년에 나온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비밀>의 후속 시리즈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책에는 한국의 영화감독 6명을 영화 평론가 이동진이 인터뷰한 내용이 실렸는데, 홍상수, 봉준호, 류승완, 유하, 임순례, 김태용 등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는 감독들이었다. ‘부메랑 인터뷰’는 그 형식이 상당히 독특한데, 인터뷰하는 그 감독의 영화 속 대사들에서 끌어낸 질문을 던진다. 예를 들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중 “이름이 뭐예요?”라는 대사를 빌려 홍상수 감독에게 영화 속 인물들의 작명 방식을 묻는 식이다.
내가 이동진의 첫번째 인터뷰집을 본 것이 올해이다. 보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2015년에 와서야 2009년 당시의 인터뷰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히 그 사이의 5년 동안, 6명의 감독들은 어떻게 변모하였나를 따지면서 읽게 되었다는 것. 영화를 잘 보지 않는 나이지만, 그 사이에 각 감독들의 궤적을 살펴보면 여섯 명의 감독들이 모두 그 사이에 나름대로 진화를 하였다는 점. 다작으로 유명한 홍상수 감독의 경우, 그동안 내가 본 작품으로만 한정해도 <북촌방향>, <다른 나라에서>, <우리 선희>, <자유의 언덕> 등 네 작품이나 되고, 봉준호 감독은 900만 관객을 돌파한 <설국열차>를 세상에 내놓았다. 류승완 감독은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부당거래>를 선보였고, 다시 그의 필로그래피 사상 최다 관객을 동원한 <베를린>으로 700만명 고지를 밟았다. 유하 감독은 <하울링>과 <강남 1970>을 선보였고, 임순례 감독은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과 <제보자> 등 상업 영화와 독립 영화 사이를 오가며 꾸준한 작업으로 단연 여성 영화인 중 단연 최고의 활약을 보였다. 김태용 감독은 바로 그 영화, <만추>로 평단의 호평과 함께 평생의 동반자까지 얻었다.
그 사이에 모든 감독이 새롭게 영화를 찍었다. 누군가는 감독 경력 최고의 작품성을 평가받는 영화를 그 기간에 내놓기도 했고, 누군가는 감독 경력 최다관객작을 얻기도 했다. 향후 이 감독들이 또 어떻게 진화되어 있을지 생각하면 흐뭇할 일이다.
후속 시리즈인 이 책에서는 총 세 명의 한국 감독이 등장한다. 박찬욱, 최동훈, 이명세. 756쪽이었던 첫번째 책보다 100여쪽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다루는 감독의 수도 절반으로 줄었기 때문에 감독 한 명에게 해당된 페이지는 더 늘어난 셈이다. 두번째 인터뷰집인 이 책도 2년 반 전에 나온 책과 동일한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상대편에 앉아 있는 바로 그 감독이 만든 영화의 대사에서 질문을 가지고 온다. 감독들의 모든 작품을 순서대로 다시 보고 질문을 한다. 평균 10여 시간 동안 대답을 나눈다. 신작뿐만 아니라 데뷔작, 문제작 등 전작을 다루며 감독들의 삶 깊숙한 곳까지 들어간다.
인기리에 방송중인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이동진은 초대 손님으로 작가가 나올 경우, 그의 소설 속 문장을 그대로 따와서 작가에게 질문을 한다. '적문직답'이라는 코너인데, 예를 들면 소설가 은희경에게 <태연한 인생>에서 나온 문장을 약간 변형하여 최근 젊은 작가들 중 쓸 내용이 고갈되면 여행을 다녀와서 거기에 대한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느냐고 묻는 식이다. 아마도 순서상으로 이 책의 첫번째 시리즈가 나온 게 <빨간책방> 전일 테니까, 그 영향으로 만든 코너가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최동훈 감독을 좋아하고, 또 그의 모든 작품을 다 보았기 때문에 이 책이 좀 더 좋았던 이유는 있지만, 내용이 워낙 방대하여 중간에 종종 길을 잃고 멍해지곤 했다. 또한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인터뷰하고 글을 쓰는 작가 본인이 지치지 않기 위하여, 영화 대사에서 질문을 따왔다는 방식은, 독자 입장에서는 중간에 갑자기 뚝뚝 맥이 끊기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번째 인터뷰집은 정말 대단하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첫번째 책을 보면서 작가에게 느꼈던 그 경외심이, 이 책에서는 더 증폭된다고 할까. 일회적인 일로 그치지 않고, 그 지난한 과정을 다시 기획하고 실행하여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첫번째 책과 두번째 책 사이에 2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첫번째 책이 세상에 나온 것이 2009년 6월 25일. 이 책의 초판 1쇄 발행날짜가 2013년 1월 10일. 초판 1쇄 인쇄가 2013년 12월 25일. 발행과 인쇄 사이에 1년 가까이 시간이 있었다는 것도 좀 의아한데 프롤로그에 작가가 밝힌 2년 6개월이라는 시간도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어쨌든 이 추세라면 세번째 인터뷰 책은 2017년 쯤에야 나올 수 있다는 말인데, 그러기에는 다룰만한 감독의 수가 적어서 성사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나온다면 나는 당연히, 반드시 그 압도적인 양에도 불구하고 기쁘게 읽을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