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씨의 입문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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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총 아홉 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황정은의 특징이,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리듬감이 느껴지고, 다음 이야기가 자꾸 궁금해지는 매력이 있어서 읽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다만 끝나고 나서 사유하는 시간이 오히려 길었던 것 같다.

 

재미있다. 이것은 확실하다. 재미있고, 이 작가는 묘사를 잘 한다. 하지만 서사는 부족하다. 기대되는 작가다. 묘사가 관찰에서 비롯된다면, 그래서 어떻게 관찰하느냐에 따라 똑같은 대상이라도 묘사는 달라지는 것이라면, 확실한 것은 황정은은 관찰하기 위해 서 있는 자리의 위치가, 서 있는 모습이, 관찰하는 도구가, 많은 작가들과는 좀 다르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읽으면서 다소 불편하다고 느꼈다면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익숙하지 않으니까. 익숙하지 않지만, 상투적이지 않기에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다만, 소설 속에서 그리는 그 이미지라는 것들이, 여러 군데에서 중첩되는 느낌이 든다. 다른 책이기는 하지만, '낙하하다'의 몇 년째 낙하하고 있다는 것은 이상한 구멍에서 한동안 낙하하여 지구 밖으로 뚫고 나간 앨리스가 떠오르고, 자연스레 그녀의 소설 '야만적인 앨리스씨'가 떠오른다. '양산 펴기'에서의 양산은, 바로 뒤의 소설인 '디디의 우산'의 우산과 시각적인 이미지가 연결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황정은은 단편보다 장편이 더 좋은 것 같다. 여기 단편집의 이야기들 중에서도 장편으로 발전시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 몇 몇 있었다.

 

야행(夜行)
대니 드비토
낙하하다
옹기전(甕器傳)
묘씨생(猫氏生)
양산 펴기
디디의 우산
뼈 도둑
파씨의 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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