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1 (완전판) - 파커 파인 사건집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시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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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는 대표적인 두 명의 주인공으로 기억되는 작가이다. 벨기에 국적의 자신만만한 작가 에르퀼 푸아로, 영국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살아가는 미혼의 할머니인 마플 양.

 

이 책에서는 새로운 탐정이 등장한다. 파커 파인. 35년 동안 정부 기관에서 통계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일을 했던 그는 은퇴 후 리치먼드 가 17번지에 개인 사무실을 연다.  뚱뚱할 정도는 아니지만 제법 덩치가 있고, 딱 품위 있을 만큼 머리가 벗겨졌으며, 두터운 안경 너머로 자그마한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믿음직한 분위기가 절로 풍겨 오는 탐정이다. 글쎄, 이 사람을 탐정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애매할 수도 있다. 잘생긴 청년과 데이트하는 장면을 남편에게 보여주어서 젊은 여성에게 쏠린 관심을 부인에게로 돌리게 한다거나(중년 부인) 권태로 몸서리치는 소령에게 추리 소설가 올리버 부인이 만들어낸 플롯으로 모험을 선사한다거나 (불만스러운 군인) 하기 때문이다. Are you happy? If not, consult Mr. Parker Pyne, 17 Richmond Street 라는 개인 광고의 내용을 볼 수 있듯이, 그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물론, 모든 사건이 이렇게 순순히 흘러가지는 않는다. 마치 기 드 모파상의 목걸이를 연상시키는 사건에서 의뢰인의 실체를 꿰뚫어보기도 하며 (괴로워하는 여인)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져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를 붙잡기 위해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진 척 연기했던 남자가 아내가 돌아온 후, 정말로 그 여자에게 빠져버린 웃지 못할 일 (불행한 남편)이 생기기도 한다. 때때로 의뢰인을 행복하게 해 주는 방법은 위험한 경우도 있는데,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던 회사원에게 국경을 건너 소중한 물건을 온전하게 전달하는 임무를 맡기는데 (회사원), 물론 이 경우 회사원은 전달하고자 하는 물건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의뢰인의 안전을 위해서, 그리고 좀 더 짜릿한 모험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하기 위한 파커 파인의 배려이다. 위험을 무릅쓰는 것은 의뢰인 뿐만이 아니다. 파커 파인 또한 법적 대응을 각오하면서도 은행에 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미망인을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는 동안 농부 아낙네로 살게 하기도 (부유한 미망인) 한다. 사건의 해결은 사무실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이스탄불로 가는 배 안에서 압지에 남아 있는 문구로 불안해진 아내가 파인 파커에게 의뢰하고, 파인 파커는 사실상 남편이 만들어낸 소동극을 해결하며 남편에게 더 나은 해결책을 제시해 주기도 (원하는 것을 다 가졌습니까?) 한다. 사막을 가로질러 바그다드로 가던 도중, 의문의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고 (바그다드의 문) 바그다드를 떠나 페르시아로 향하는 과정에서 <푸아로의 크리스마스>나 마플 양이 해결했던 사건 중 하나인 <동행>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을 (시라즈의 집) 해결하기도 한다. 암만을 지나고 페트라에 도달하고 나서 발생한 진주 귀걸이 도난 사건 (값비싼 진주)과 나일 강을 타고 흐르는 배 위에서 벌어진 사건 (나일강 살인 사건)도 여행 중에 그가 해결한 사건이다. 유명세 때문에 휴가조차도 마음 놓고 즐기지 못하는 이 탐정, 그리스에 갈 때는 가명으로 여행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사칭하는 것을 보고 사기당할 위험에 빠진 모자 (델포이의 신탁)에게 도움을 준다.

 

중년 부인
불만스러운 군인
괴로워하는 여인
불행한 남편
회사원
부유한 미망인
원하는 것을 다 가졌습니까?
바그다드의 문
사라즈의 집
값비싼 진주
나일 강 살인 사건
델포이의 신탁

 

파커 파인이 등장하는 단편은 총 14편이라고 하는데, 그 중 12편이 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 다른 두 편이 어떤 이야기일지 참 궁금한데, 아마도 이어지는 황금가지의 다른 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러고보니 파커 파인의 절친으로 등장하는 소설가 올리버 부인은 <창백한 말>에서도 등장했다. 그 소설에서는 직접 사건을 해결하지는 않아도 큰 힌트를 주게 되는데, 어떤 캐릭터인지 설명이 없어서 궁금했다. 이 책의 설명으로는 46권이나 되는 소설들이 영국과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헝가리, 핀란드, 일본, 에티오피아 등지에서 번역되어 출간된 성공한 여류 작가이다. 그야말로 크리스티 자신의 분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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