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0 (완전판) - 푸아로의 크리스마스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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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대부호가 있다.

 

평생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지만 여자 관계는 복잡했고, 고압적이며 다소 잔인한 면도 있는 이 노인의 자식들은, 아버지에게 벗어나기 위해 평생을 노력하기도 했고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경제적인 면에 기대며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한다. 뭐가 되었든 공통점은, 자식 중 진정으로 아버지를 사랑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아버지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자식들을 모두 불러모은다. 같이 살면서 경제적인 지원은 얼마든지 받고 있지만 사생활은 없는 큰 아들 부부, 정치에 입문했지만 늘 돈이 부족한 둘째 아들 부부, 원하는 그림 공부를 하는 대신 경제적 지원이 끊긴 셋째 아들 부부, 그리고 철부지 한량인 넷째 아들과 이미 죽은 딸의 딸, 즉, 외손녀까지 합류한다.

 

숱한 여자들과의 스캔들로 부인은 물론 자녀들에게까지 상처를 주었고, 타고난 고집, 자존심, 의지력으로 평생을 버텨온 노인은, 온 가족을 불러놓고 일부러 유언장을 고치겠다고 하며 자녀들의 반응을 보고 즐긴다. 이 가운데 밀실 살인이 일어나고, 용의자는 네 아들과 세 며느리, 외손녀, 그리고 마침 집을 방문했던 오래된 노인의 친구의 아들과 하인들로 좁혀진다.

 

범인은 굉장히 의외의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인물로 범인을 설정한 것이 단순히 '반전을 위한 반전'이라고 작가를 비난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미 앞에서 충분히 복선을 깔아놨기에. 읽으면서 뭔가 뚜렷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피살자의 행동 중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 만약 범인이 그 사람이라면 설명이 완전해진다.

 

마치 살아있는 악마 같은 노인과 그로 인해 평생 상처받은 가족들. 신기하게도 결혼한 아들들의 아내들은 전부 현명하며 남편을 위한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반목하던 아들들의 갈등을 조장한 것이 오히려 아버지였으며, 죽을 떄까지 그들의 관계를 보고 즐겼고, 아버지가 죽자 다소나마 형제애가 회복되는 결말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차라리 그 노인이 죽어서 다행이라고, 살아있더라면 더 큰 비극을 보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지만 그러기에는 결말에서 밝혀진 범인과의 관계가 너무 처참하여 또 멈칫하게 만든다. 어쩌면 큰 틀에서 인과응보라는 생각도 들고, 한 편으로는 평생에 가까운 시간 동안 복수를 위해 살았고 결과적으로 자기 파괴에 도달한 삶이 아깝기도 하고.

 

책을 읽으면서 마치 드라마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드라마로 옮겨 놓으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했고. 푸아로가 등장하며, 다양한 나이와 직업, 국적의 남녀가 등장하기 떄문에 적절한 캐스팅만이루어진다면 시각적으로도 꽤 흥미롭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TV드라마로 만들어져 우리나라에서도 방영된 적이 있다고.  가장 최근에 나온 작품은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2006년 4부작 시리즈인 것 같은데 그 전에도 나왔을 수도 있고. 역시 고전은 시대를 초월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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