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7년의 밤> 다음의 정유정 소설.

<7년의 밤>보다 이 소설이 훨씬 좋았다.

 

소설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갔다.

광주 출신이며 현재도 그곳에서 거주하고 있는 그녀, 현재 40대 후반인 그녀의 나이를 감안하면 소설 속 계엄 상황의 묘사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있다. 직접 그 상황을 몸으로 겪은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감정도.

 

링고, 스타, 쿠키. 이 중 링고는 개처럼 생긴 늑대다. 여기에서는 마크 롤랜즈의 <철학자와 늑대>가 떠올랐다. 전체적인 느낌, 특히 남녀 주인공의 사랑은 강풀 만화 <당신의 모든 순간>을 떠올리게 했고. 마지막까지 존엄성을 잃지 않으며 꿋꿋이 자신이 할 일에 집중하는 몇몇 사람들, 그 중에서도 시민들이 수용되어 있는 체육관에서 아코디언을 켜던 마지막 남은 자원봉사자인 한 노인에서는 영화 <타이타닉>에서 마지막까지 연주를 계속하던 오케스트라가 생각나기도 했다. 개들이 인간을 공격하는 장면에서는 보지는 못했지만 최근에 개봉한 영화 <화이트 갓>이 생각났고. 언제 죽을지 모르며 고립되어 있다는 상황에서는 마치 홀로코스트를 다룬 <생존자>가 떠오르기도 했다. 역시 본 적은 없지만 이 소설이 발표될 당시 우연히도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개봉했던 영화 <감기>가 떠오르기도 했고.

 

작가가 다른 인터뷰에서 밝힌 것을 보면, 끝까지 독자가 집중하게 만드는 이야기에 관심이 있지 소설의 미학적 측면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정유정의 소설에서는 밑줄을 긋고 싶은 문장이나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구절등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핵심을 찌르는 부분은 많지만, 반드시 소설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표현들은 아니다.

 

간호사라는 그녀의 이력 때문에, 그녀의 소설 속에서는 등장인물의 직업 중 의료인이 빠지지 않고, 병원도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 소설을 읽다 보면 작가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엄청날 정도의 취재를 하여 생생한 세계를 그려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아무래도 등장 인물 중 일부는 스스로 잘 알고 있는 세계의 사람으로 만들어야 작가 자신의 마음이 좀 더 편하지 않았을까 싶다. 

 

정말 재미있는 소설. 다 읽고 나면 작가에게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이 소설 속 여자 캐릭터들이 매력적이었던 것도 이전의 정유정 소설보다 더 좋았던 하나의 이유이기도 했다. 다만, 굳이 흠을 잡자면, 작명 정도? 비틀즈의 링고 스타에서 이름을 따와 각각 링고, 스타로 불렀을 것 같은데, 만약 동일한 주인 밑에서 큰 개들에게 주인이 일괄적으로 이름을 붙여 주었다는 설정이면 모를까, 각기 다른 주인에게서 이름을 부여 받은 개들 치고는 좀 우연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이런 우연에 대해서 작가는 모르는척 한마디 언급도 없이 그냥 넘어가버리고. 더구나등장 인물들의 이름이 어쩌다 간혹 그러면 모르겠는데 연예인 이름이 너무 많다.

 

동해, 윤문식, 김유미, 진경, 윤미래, 문대성, 조현재은 유명인사의 이름과 똑같고, 심지어 한동안 무명이다가 최근 주목받았거나, 이런 저런 다른 일들로 갑자기 검색어에 자주 올랐던 사람도 있다. 서재형, 강혜영, 임지영, 한기준, 박은희도 한 글자만 바꾸면 연예인 이름과 똑같다. 물론 이렇게까지 의심해보는 건 좀 지나치다고는 생각이 들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