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말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영희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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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아로도 마플 양도 할리 퀸 탐정도 베틀 총경도 등장하지 않는 소설.

창백한 말이 과연 무엇일까?하고 생각하게 되는데 성경에 등장하는 한 구절에서 따온 말로 여기서는 왠지 으스스하고 주술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쓰인다.

 

살면서 겪는 가장 이상한 일 중 하나가 어떤 이야기를 한번 듣고 나서 24시간 이내에 우연히 그것을 다시 듣거나 마주치는 일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문장인데 여기서의 '어떤 이야기'가 '창백한 말'로 술집의 이름이기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화자인 마크 이스터브룩은 작가이다. 첼시에 살고 있다고 하는데 아마도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인 첼시의 연고지가 아닐까 싶다. 옥스퍼드 동문인 코리건은 과학자로 북서부 경시청에서 법의학자로 일하고 있다. 그를 통해 고먼 신부의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 이스터브룩은 자신의 대모를 비롯해서 주변의 사람들이 이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치 한국의 신내림이나 굿을 떠올리게 하는 으스스한 의식은, 결국 속임수일 뿐 확실한 살인 방법이 존재하며 아마도 그것은 약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이미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혹시나? 혹시나? 하게 만든다. 마치 이스터브룩과 진저가 처음에는 확신을 가졌지만 나중에 마음이 약해졌던 것처럼.

 

크리스티는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약사 자격증 또한 땄다고 한다. 당시에 간호사와 약사 자격증은 아마도 지금처럼 간호대학과 약학대학을 졸업한 사람에게 주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몇십 년 전이라서 아직 자격증이나 학제와 관련해 명확하게 성립된 부분이 없었을 것이고, 아마도 전시 중이었기 때문에 진입장벽도 낮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어쨌든, 크리스티의 작품 중 54편에서 독극물이 살인 수단으로 쓰였다. 이 책에서 쓰인 살인 병기는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탈륨이라고.

 

검색해보면 나오는 수많은 뉴스의 헤드라인에서 나란히 등장하는 단어는 중국. 탈륨은 무미, 무취하여 먹은 사람이 의식을 하지 못하며 소량만 먹어도 사망에 이를 정도로 독성이 강해 만약 검출될 경우, 피해자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었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 같은데, 1984년 이후 미국에서는 사용이 금지되어 일상생활에서는 접할 수도 없고, 일반인들이 구하기도 대단히 어렵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아마도 상대적으로 중국에서 탈륨 사고가 많이 일어났던 것 같고, 몇몇 사건을 보면 용의자가 유력한 집안의 자제인 경우 분명하지 못한 이유로 수사가 종결되어 버리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역대 보았던 독극물 중 가장 위험한 것 같다. 

 

어쨌든, 이 소설은 과학적인 지식과 이른바 민간 신앙의 결합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굿이나 무당과 같은 존재를 우리나라에서는 민간 신앙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아마도 유럽에서도 마녀와 같은 존재를 묶어서 지칭하는 말이 있을 것 같은데 정학히는 모르겠다. 흥미로운 것은, 동서양 문화의 민간 신앙에서 비슷한 점이 의외로 많았다는 것? 창백한 말의 세 여인이 행하는 의식도 우리나라의 굿과 비슷한 느낌이고, 소설 중간에 쌍둥이 중 둘째에게는 특별한 힘이 있다는 말도 나오는데, 그것은 왠지 몇 년전에 방송되었던 드라마 <선덕여왕>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덕만과 천명이 쌍둥이었고 그 중 덕만이 둘째였다는 것은 물론 작가의 상상력이었겠지만, 쌍음(여자 쌍둥이)은 감춰야 할 만큼 좋은 일이 아니며 그 중 둘째인 덕만이 선덕여왕이 된다는 것은 아마도 취재 중에 이런 미신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작가가 의도적으로 넣은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크리스티답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크리스티 전집을 읽어나가고 있는 도중에는 색다른 느낌으로 분위기 전환이 되었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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