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쉐프 SE (2disc) : 디지팩
오키타 슈이치 감독, 사카이 마사토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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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힐링 푸드? 암튼 그런 장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단연 일본은 세계 제일일 것이다.

존재한다면, 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적어도 일본 영화에 있어서만큼은 존재한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함부로 속단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판타지 영화나 SF 일본 영화보다는 음식에 대한 일본 영화가 더 많지 않을까?

 

이 분야의 대표 주자라고 한다면 카모메 식당일 것인데, 이 남극의 쉐프는 여러 모로 카모메 식당과 닮았다. 일본 열도가 아닌 다른 곳이 배경이며, 장소가 어디든지 등장하는 사람들은 일본식의 음식을 먹고 일본식으로 정을 나눈다.

 

참, 일본이란 나라가 여러모로 재미있는 것이, 이렇게 대중 문화를 통해 접하거나 여행을 하면서 개별적으로 접할 때는 매력적이고 좋아하게 되는데, 어쩌면 지도자들의 역사 인식이라는 것은 그 모양일까, 생각하면 이렇게 다양한 면에서 수준이 불일치인 나라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나라도 남극 기지가 있다. 세종 기지 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곳에도 마찬가지로 사람이 살고 있고, 어떻게든 그 척박함 속에서 식생활을 해결하며 살아가겠지. 이 영화를 보면서는 최근에 개봉했던 엘리제궁의 요리사를 떠올렸다. 대통령 궁의 개인 요리사였던 과거와, 남극에 와 있는 현재의 주인공을 비교하는 장면에서 의외로 남극의 시설이 좋아서 흥미롭게 봤었는데 이 영화에서의 남극 기지의 모습은 훨씬 더 단촐하다. 수십 명이 되어 보이던 프랑스 남극 기지와는 달리 인원은 총 8명. 그 8명 속에 요리사도 의사도 연구원도 포함되어 있다.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먹지 못하고, 보고 싶은 가족은 목소리만 들을 수 있으며 영하 70도에 고립된 곳에서 단 8명이 산다는 것은 한 편으로는 정겹겠지만 한 편으로는 정신적인 질환에 시달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나의 공간 속에서 두 명은 용변을 보고 두 명은 세수를 하고 두 명은 대기를 하는 아침 모습을 보면서는 경악했지만, 군대를 다녀오는 우리나라 남자들이라면 씩씩하게 해낼 수 있는 일이겠지.

 

남극하면 펭귄인데, 펭귄도 없는 곳이라기에 좀 이상했다. 알고 보니 일본의 남극 기지는 쇼와 기지라는 곳이 있고, 돔 후지 기지라는 곳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 나오는 곳은 돔 후지라는 기지로, 펭귄이 있는 쇼와 기지보다 더 추운 곳이어서 펭귄이 없다는 대사도 나온다. 아마 엘리제궁의 요리사에 나왔던 남극의 프랑스 기지나 우리나라의 세종 기지는 쇼와 기지에 가까운 곳이 아닐까.

 

연구원들이 2500m나 되는 얼음기둥을 살펴보며  30만년 전 만들어진 것이라는 말을 할 때, 남극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보여주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 참 식상한 비유지만 자연 앞에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작은지 또 한 번 알았다고나 할까. 아마도 감독의 선택과 집중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남극의 모습을 좀 더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조금 있었다. 남극이라는 공간, 여러모로 궁금한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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