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맨 - 아웃케이스 없음
톰 포드 감독, 니콜라스 홀트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1. 동명의 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

2. 콜린 퍼스가 최고의 연기를 한 작품.

3.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톰 포드의 영화 감독 데뷔작.

4. 동성의 연인 사망 후 괴로워하던 한 남자의 하루를 다룬 이야기.

5. 원작 소설의 작가도, 디자이너 출신 감독도, 영화 속 주인공도 모두 동성애자.

 

이 정도가 내가 영화를 보기 전에 가지고 있던 지식이었다.

원작 소설을 읽기 전에, 영화를 먼저 볼까, 아니면 그 반대가 좋을까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영화보다는 소설 쪽이 서사가 더 풍성할 수 있고,

영화 평들이 나쁘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장점도 많지만 원작보다는 못하다는 이야기가 많았으며, 영화를 먼저 볼 경우 소설의 세세한 면을 놓치지 않고 포착할 수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영화를 보면서 원작에 못 미치는 점에만 시선을 뺏길 것 같아서 영화를 먼저 보기로 했다.

 

콜린 퍼스는 최근에 '킹스맨'으로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 전에도 BBC 드라마 '오만과 편견'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러브 액츄얼리' 등에서 전형적인 영국 신사의 모습으로 영화팬들에게, 특히 여성들에게 꽤 인기가 있던 배우였다. '킹스맨'은 그의 '영국 신사'와 같은 이미지에서 약간의 변주만 있을 뿐 기존의 캐릭터의 연장선에 있으며, 그에게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선사한 '킹스 스피치' 역시 그가 영국 국왕으로 나온 작품이었다.

 

그러나 콜린 퍼스의 가장 훌륭한 연기는 이 작품이었다는 한 평론가의 평이 있었는데, 영화를 보다 보면 전적으로 동감하게 된다. 영화 자체는 꽤 매력적인 작품이며 장점도 많다. 그러나 단점도 눈에 띄는데, 그 단점을 촘촘하게 메꾸는 것이 콜린 퍼스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연기이다. 이 작품으로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그는 영국 런던 출신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교수 역할을 맡고 있는데, 영국 출신 지적인 신사라는 점에서는 다른 영화 배우에게는 없는 그만의 장점을 발휘하고 있으며, 기존의 영화들과는 다르게 오직 자신의 그 이미지에만 묻히지 않는다. 자칫하면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흐르거나 혹은 냉소적으로 흐를 수 있는데 그 사이에서 완벽하게 균형을 맞추고 있으며, 자살 결심 후 전혀 뒤집힐 가능성이 없을 것처럼 굳은 의지를 가진 것처럼 보이다가도 한순간에 자신의 마음이 바뀌는 과정에서의 연기는 압권이다.

 

이 영화에서는 사람의 얼굴을 가까이 잡는 장면이 많으며, 대부분 그 클로즈업은 눈이다. 소설 속에서 어떻게든 묘사가 되어 있을 텐데 그 묘사가 궁금해진다. 또 보통 클로즈업과 함께 화면이 갑자기 밝아지면서 선명해질 때가 있는데, 이 부분은 아마도 감독만의 아이디어 같으며, 활자와 비교해 영상만이 줄 수 있는 기교일 것 같다. 확실한 것은 소설을 읽어보아야 알겠지만.

 

누군가가 묻는다면 나는 추천해 줄 것 같다. 워낙에 원작이 탄탄하기 때문에 이만한 영화가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영화는 소설보다 영화로 감상하는 것이 분명히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장면이 몇 개 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출신의 감독이기 때문에 아마도 시대적 배경인 1960년대의 의상은 확인할 필요도 없이 고증이 철저할 것이며, 콜린 퍼스 뿐만 아니라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다. 몇몇 사람들은 지나치게 화면이 아름다우며, 집이며, 차며, 배우들의 의상까지 과하게 섹시하고 사치스럽다고 한다. 하지만 그 호사스러움이 오히려 나에게는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했다. 1960년대의 이야기이지만 50여년이 흐른 지금도 동성애자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며 영화에 펼쳐지는 남자들만의 애정어린 관계를 묘사한 화면은 누군가에게는 보기 힘들 가능성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낙 시각적으로 우아한 영화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에서 시선을 떼기가 힘들며, 동성애자들의 사랑을 묘사한 몇 몇 장면조차 전혀 거북하지 않기 때문이다. 

 

DVD에서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패션은 일시적이지만 영화는 영원하다는 말을 한다. 아마도 그가 이 영화를 만들게 된 하나의 동기가 아닐까 싶다. 20대에 이 소설을 보고 감동을 받았으며, 영화 속에 자신의 동성 애인과 작가의 동성 애인을 동시에 등장시킴으로써 젊은 시절부터 감명 깊게 읽었던 이 원작에 대해 예의를 표시한다. 톰 포드가 이 이후에 메가폰을 잡은 영화가 이 정도로 인정을 받을지, 아니 다시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조차도 확실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서만큼은 절대로 기존 감독에게 밀리지 않았다고 생각되며, 다른 감독들이 이 원작을 영화화했다고 가정하더라고 이만큼의 영화는 나오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짐과 조지가 함께 있는 장면이나 또 다른 몇 가지의 장면과 대사 등은 감독이 직접 만들어낸, 원작에는 없는 부분이라고 하는데 동성애자인 감독의 개인적인 인생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자연스럽게 원작에 동화될 장면들이 아니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분명히 이성애자인 감독이 연출했더라면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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