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 (완전판)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열 꼬마 병정이 밥을 먹으러 나갔네.

하나가 사레들었네. 그리고 아홉이 남았네.

아홉 꼬마 병정이 밤이 늦도록 안 잤네.

하나가 늦잠을 잤네. 그리고 여덟이 남았네.

여덟 꼬마 병정이 데번에 여행 갔네.

하나가 거기 남았네. 그리고 일곱이 남았네.

일곱 꼬마 병정이 도기로 장작 팼네.

하나가 두 동강 났네. 그리고 여섯이 남았네.

여섯 꼬마 병정이 벌통 갖고 놀았네.

하나가 벌에 쏘였네. 그리고 다섯이 남았네.

다섯 꼬마 병정이 법률 공부 했다네.

하나가 법원에 갔네. 그리고 네 명이 남았네.

네 꼬마 병정이 바다 향해 나갔네.

훈제 청어가 잡아먹었네. 그리고 세 명이 남았네.

세 꼬마 병정이 동물원 산책 했네.

큰 곰이 잡아갔네. 그리고 두 명이 남았네.

두 꼬마 병정이 볕을 쬐고 있엇네.

하나가 홀랑 탔네. 그리고 하나가 남았네.

한 꼬마 병정이 외롭게 남았다네.

그가 가서 목을 맸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네.

 

「여러분은 다음과 같은 죄목으로 기속된 죄인들입니다.

에드워드 조지 암스트롱, 당신은 1925년 3월 14일, 루이자 메어리 클리스의 죽음에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에밀리 캐롤라인 브렌트, 당신은 1931년 11월 5일에 일어난 베아트리스 테일러의 죽음에 책임이 있습니다.

윌리엄 헨리 블로어, 당신은 1928년 10월 10일, 제임스 스티븐 란더를 죽에 했습니다.

베라 엘리자베스 클레이슨, 1935년 8월 11일, 당신은 시릴 오길비 해밀턴을 죽게 했습니다.

필립 롬바드, 당신은 1932년 2월 어느 날 동아프리카의 원주민 스물한 병을 죽음으로 몰고 갔습니다.

존 고든 맥아더, 당신은 1917년 1월 1일, 아내의 정부인 아서 리치먼드를 죽게 했습니다.

앤터니 제임스 매스턴, 당신은 작년 11월 14일, 존 콤스와 루시 콤스를 죽게 했습니다.

토머스 로저스와 에딜 로저스, 1929년 5뤟 6일 당신들은 제니퍼 브래디를 죽게 했습니다.

로렌스 존 워그레이브, 당신은 1930년 6월 10일에 에드워드 시튼을 죽게 했습니다.

법정에 선 피고 여러분,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할 말이 있습니까?」

 

아마도 이 작품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어디까지나 내 주관이기는 한데, 애거서 크리스티도 생전에 스스로 선정한 'best 10'에 이 작품을 포함했다고 한다.

 

아마도 이 작품이 나올 때만 하더라도 이러한 구성은 아주 독특하면서도 창의적이었을 것 같다. 후대에 많은 작가들이 이 작품에 대한 오마주 혹은 패러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중학교 시절 보았던 만화 '소년 탐정 김전일'에도 참석자 수만큼 준비된 인형, 그리고 그 참석자 중에 살인자가 있다는 설정을 차용한 에피소드가 있었던 기억이 나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에서도 당당히 하나의 규칙으로 등장한다. '김전일'에서는 당연히 오마주였을 것이고, 게이고의 소설에서는 극복해야 할 식상한 법칙 중 하나로 등장한다. 1939년에 발표된 이 소설이 후대 작가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그 후 수많은 탐정 소설에서 이 규칙이 등장하면서 이 기막히게 고안된 장치는 그저 그런 클리셰가 되고 말았을 것이니 이른바 장르 문학의 대표주자인 게이고가 자기 성찰과 반성을 하면서 쓴 '명탐정의 규칙'에 당연히 상투적인 대상으로 올라와 있는 것이다.

 

만약 이 소설이 식상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이전에 읽었던 다른 장르 문학에서 본 듯한 느낌 때문일 것이며, 그 이유는 단연코 이 작품이 그만큼 유명하고 뛰어나기 때문인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소설이 얼마나 짜임새가 있는지 알 수 있다. 형식미라고 할까. 정확히 열 명의 등장 인물. 그리고 각각의 운명이 일치하는 노래 내용. 외부와의 소통이 완전히 끊긴 소설 속 무대. 그야말로 완전 범죄. 형식에 얽매인다는 것이 아니라 형식을 정확히 준수하여 넘치거나 모자라지도 않기 때문에 그로 인한 쾌감과 만족감이 있으며, 등장하는 모든 인물에 각각의 스토리를 부여하면서 과거를 대하는 태도는 인물마다 극과 극으로 설정함으로써 만약 나라면 이 열 명 중 누구에게 제일 가까울까?라는 하고 싶지 않은 가정을 자꾸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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