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사랑할때 (When A Man Loves A Woman)
브에나비스타 / 2000년 7월
평점 :
품절


지금은 세상을 떠난 한 여배우가 생전에 한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언급했던 기억이 있다.

 

'남자가 사랑할 때'의 알콜 중독자를 연기하던 멕 라이언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고. 그러고 보니 그 여배우도 한국의 멕 라이언이라고 할 수 있는 여배우였다.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생전에 그 깜찍하던 모습, 그리고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것도 멕 라이언과 흡사하다. 최근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의 리메이크 작을 보았는데 그녀가 출연했던 20년 전 보다 훨씬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나 보다. 그 영화의 네티즌 평점을 보면 그녀가 그리웠다는 평이 많았으니까.

 

그래서 궁금했다. 그녀가 이 영화의 어떤 점에 끌렸을까, 하고.

 

멕 라이언과 앤디 가르시아. 선남 선녀이자 한 때 미국의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을 배우들이다. 두 사람이 부부로 나오고, 알콜 중독으로 고생하던 아내가 큰딸에게 손찌검을 하자, 결국 부부는 치료원에 가서 치료하기로 결정한다. 문제는 그 다음, 치료 기간이 끝나고 돌아온 아내가 집과 남편에 적응하지 못하며 부부는 별거에 들어간다.

 

영화 중반까지는 멕 라이언의 모습이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인 것 같아서 참고 보기가 힘들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인간형을 너무나 싫어하는데, 혼자 온갖 상처를 받았다고 징징대며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는 캐릭터가 견디기 어렵다. 치료가 끝나고 돌아온 후 영화는 약간 방향을 달리한다. 일방적인 남편의 행동, 매사 아내를 존중하기보다는 자기 방식대로 밀어붙이는 남편의 모습, 그리고 자신이 필요 없다고 느껴지면서 외로워하는 아내의 모습이 보여지며 대체 이 영화의 제목이 왜 '남자가 사랑할 때'인지가 의심스러웠다. 대체 이 남자는 사랑을 하고 있는 게 맞기나 한지, 사랑이 뭔지 알기나 하는지. 내가 만약 그런 취급을 받았다면 집을 뛰쳐나가지 않았을까, 부부가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한쪽이 베풀기만 하는 관계라면, 대체 그 관계는 뭐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여기서 또 한 번 이야기의 흐름이 바뀐다. 아내는 집으로 돌아온 후 성공적으로 금주를 이어가고 별거 기간 동안 자신이 없이도 잘 살아가고 있는 아내를 보며 남편은 내가 아내에게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며 괴로워한다. 알콜 중독자의 가족 모임을 비웃던 남편은 몇 달 만에 모임에 나가 괴로움을 토로한다. 그 장면을 보면서, 아, 영화는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구나, 하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내의 외로움을 남편이 비슷하게 느끼면서 아마 둘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지 않았을까. 결국 가장 좋은 부부 관계의 해법은 솔직한 대화, 상호 존중, 그리고 쓸데 없는 자존심 버리기, 라는 결론을 내리며 영화는 끝난다.

 

영화를 보다 보면 아내가 한심하게 느껴지다가, 다시 아내에게 감정 이입을 하며 남편이 미워졌다가, 다시 남편이 불쌍하게 느껴지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아내를 사랑하면서도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남편, 알콜 중독인 아내와 아내의 전남편 사이의 딸까지 돌보면서 감정적인 소모가 어마어마했을 텐데, 거기까지 생각해보니 남편 또한 안쓰러웠다. 가장 가까운 이에게 이해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던 아내는 말할 것도 없고. 결국 부부는 서로 가장 아픈 모습을 보이며, 서로를 불쌍히 여기며, 감싸주며, 그렇게 살아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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