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4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정수 미생 4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해,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야.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게 되면 승부 따윈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충분한 고민을 버텨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이란 외피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 돼.

 

인상으로만 파악하고 있었다.

인상적으로만 난 함께 일한다고 생각했고,

인상적으로만 난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고,

인상적으로만 난 일원이 됐다고 생각했다.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은 뒤로 미룬 채, 작은 연민을 들고, 팀과 함께하고 있다며 만족했다.

 

정말 안타깝고 아쉽게도, 반집으로 바둑을 지게 되면,

이 많은 수들이 다 뭐였나 싶었다.

작은 사활 다툼에서 이겨봤자,

기어이 패싸움을 이겨봤자,

결국 지게 된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하지만 반집으로라도 이겨보면, 다른 세상이 보인다.

이 반집의 승부가 가능하게 상대의 집에 대항해 살아준 돌들이 고맙고,

조금씩이라도 삭감해 들어간 한 수 한 수가 귀하기만 하다.

순간순간의 성실한 최선이, 반집의 승리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바둑 한 판 이기고 지는 거... 그래봤자 세상에 아무 영향 없는 바둑.

그래도 바둑. 세상과 상관없이 그래도 나에겐 전부인 바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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