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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당신에게 - 흔들리는 청춘에게 보내는 강금실의 인생성찰
강금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어려움에 부딪히면 그 어려움을 이기려고 하거나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여 답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몰두하는 그 무엇의 긍정적인 힘으로 상황을 극복하여 가는 편이 더 현명한 생활방법인 것 같다.
고등법원에 있던 시절, 남편의 구속과 어머니의 죽음, 돈 문제로 마음 고생을 하던 시절을 회상하며 쓴 부분이다. 나는 이 정도로 똑똑한 사람은 뭔가 문제에 부딪혔을 때, 합리적인 방법으로 상황에 딱 맞는 해결책을 찾고 실행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막연히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인과관계와 이치를 따지는 판사도 업무가 아닌 다른 일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에 생각하여 답을 찾기보다 직접적인 답이 아닌 다른 것에 몰두하는 긍정적인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약간 생소했다.
세례를 받던 날, 나는 내가 무척 사랑받는 사람인 것이 느껴진다, 십자가를 짊어진 삶을 기꺼이 따르겠다고 말했는데, 사실 지키기에 참 힘든 약속을 하였다. 세속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자신의 십자가가 너무 무거워서 한탄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십자가를 내려놓고 제일 가벼워 보이는 것으로 골라가라고 했더니, 결국 자기 십자가를 다시 다 매고 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십자가의 고통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고, 어떻게 가벼이 너끈하게 짊어지고 갈 것인가, 그 길에 대한 가르침이야말로 성경 말씀이 의미하는 것일 텐데, 받아들이고 실천 속에서 견뎌내는 힘을 키워가는 것이 삶의 성숙한 과정이라 하겠다.
세례를 받던 날, 무척 사랑받는 사람인 것이 느껴진다는 저 말은 세례를 받은 사람이면 누구나 동감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있는 십자가의 고통, 어떻게 짊어질 것인가, 평생을 생각해야 할 화두이다.
민주주의, 법치주의, 인권, 개혁과 같은 추상어들은 우리의 삶 속에서 동떨어져 자기들끼리 어느 골방(바깥 풍경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창문을 닫아걸고 외면하는) 외진 곳에 따로 모여 사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 숨쉬며 서로 만나서 일을 하고 살아가는 이 일상의 모든 순간에, 모든 공간에 스며들어 체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말은 민주주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독재정권 시절에야,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타는 목마름으로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만세!"하는 노랙 유행하였던 것이나, 우리나라가 민주국가임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요즘에 우리의 일상이 민주적이고,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약속을 잘 지키며 예의를 잊지 않는 것인지는, 각자가 계속 점검해 보고 고쳐 보아야 할 일이다.
문화를 우리가 걸쳐 입는 옷에 견준다면 수용시설에 클래식 음악이란 안 어울리고 사치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재소자들에게 굳이 맞는 음악인지는 좀 더 꼼꼼히 따져볼 필요도 있겠으나, 문화는 덧입는 옷이 아니라 나를 드러내는 삶의 바식이다. 여유가 있어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있는 수준에서 어떻게 아름답게 나를 표현하는가 하는 양식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