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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코 씨의 명랑 생활 일기
쓰카구치 히로코 지음, 민성원 옮김 / 마호 / 2010년 3월
평점 :
지금, 희망과 용기를 꿈꾸고 있나요?
작년 한 해, 나는 내 인생에서 1년을 건 나만의 도전을 했다. 결과는 실패다.
아무리 괜찮다고, 수많은 책에서 이야기하는 나는 그래도 변함없는 나 자신이며, 존재 자체로 귀한 사람이라고 수없이 이야기해도 아직은 힘들다.
나라는 사람이 따로 존재하고, 내가 그 사람의 친구였다고 하더라도, 인생에서의 이번 일은 별 게 아니라고 위로할 수 있을 것 같고, 또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머리와 가슴이 따로 노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음이 허하고 답답해 미치듯이 책을 읽고 있는 무렵이다. 역경을 딛고 성공한 사람들의 자기계발서를 훑어 보면 결과적으로 이 모양 이 꼴인 내 자신이 너무나 초라해보이고, 역으로 '괜찮아요, 수고했어요' 류의 책들, 영감을 주는 그림, 휴식을 주는 사진, 위안을 주는 글귀로 이루어진 책들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시점이다.
그 때 이 책을 만났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우연한 만남이 지나고 나면 필연이 되는 것처럼, 책과 사람의 만남 또한 그러하다. 처음에 이 책을 집어 든 것은 남아도는 시간을 때우기에 딱 적절한, 그러면서 글이 너무 많지는 않고, 지나치게 생각에 빠지지 않게 하며, 너무 발랄하거나 슬프지 않은, 딱 그런 책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내 눈에 띈 것이다.
고등학교 때 눈이 찔려 수술을 했고, 대학교 때 뇌염에 걸려 기억상실과 언어장애를 겪어야 했으며 여전히 실명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저자이기에, "인생이란 높은 산이 있는가 하면 저 아래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듯한 계곡이 있는 것이구나"라는 말이 가슴 찡하게 다가온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여러분에게도 분명 여러 일이 일어나겠죠. 저처럼 갑자기 병으로 쓰러질 수도 있고, 입시에 실패할 수도 있고, 원하는 직업을 갖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음에 다가올 좋은 일을 생각하며 용기를 갖고 웃으며 나아가면 어떨까요?'하는 말이 상투적인 위로로 다가오지 않는다.
언제 실명할지, 언제 뇌염이 재발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는 저자의 소개에서는, 참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좌절, 용기, 도전을 하나하나 떼어서 과하게 의미부여하지 않고 인생이라는 큰 틀 안에 넣어 생활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는, 그 자체만으로 지금의 나에게 큰 위로와 격려가 되었다.
책 표지를 들추자마자 보인 질문, 그 질문에 당당하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희망과 용기를 꿈꾸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