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 나도 이런 친구 한 명 쯤 있었으면!

현실적으로 내가 숲에서 살 수는 없을 것 같으니까.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자연에서 살고 있는 가까운 친구가 있다면,

주말마다 방문해 좋은 공기도 마시고, 맛있는 것도 먹고 돌아올 텐데.

 

30~40대 워킹우먼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마스다 미리의 작품답다.

마스다 미리하면 당연히 수짱 시리즈인데, 그 외에 작품도 많이 쓴 것 같다.

여기에는 잠깐 수짱이 등장하는데, 그 장면이 수짱 시리즈에 이미 한 번 등장했던 장면이다.

미리 계획을 했던 것인지, 아니면 나중에 끼워맞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흐뭇하다.

 

정신없이 도시에서 일하다 보면, 간절히 자연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하지만 훌쩍 떠날 용기도, 의지도, 여건도 되지 않아 아쉬울 뿐...

어쩌면 그 판타지를 채워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야카와는 문득 생각했습니다.

'그래, 시골에서 살자.'

확고한 의지로

결심했던 것이 아니라

되는 대로 해보자,

한번 해보지, 뭐!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 책의 맨 첫 장의 내용이다. 정말 좋았던 게,

요즘은 마치 힐링하는 것도 의무로 되어 있는 게 아닐까 느껴질 정도로

온갖 마음의 평안, 힐링... 이런 키워드들이 넘쳐나고

모든 것을 탁 놓아두고 홀가분해져야 하는데

그 과정이 오히려 더 이것 저것 준비를 수반해야 하는 일들이 많은 것 같아

번거로울 때가 있었다.

뒤에 나오지만, 하야카와가 시골에 살기로 마음 먹은 것도 좀 황당하다면 황당할 수 있다.

잡지 독자 응모에 당첨되어 하이브리드 카가 생겼는데 도쿄의 주차장이 너무 비싸

과감하게 시골로 이사를 했던 것.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차를 팔고 그 돈을 가졌을 텐데.

무모한 것일까, 아니면 대단한 것일까.

 

저 장에서의 그림은 주인공 하야카와가 해먹을 쳐서 눕는 장면인데

열심히 치고 나서는 그다지 편하지는 않구나, 하고 느끼는 장면이다.

이런 것도 마음에 들었다.

 

숲에서 살고 있으니 당연히 밭을 일굴 것이라고 친구들은 생각하지만,

주인공은 그저 이사만 왔을 뿐, 택배를 통해 훗카이도의 감자와 가네자와의 고등어 초밥을 주문한다.

 

숲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을 방문할 때마다

친구들은 그녀에게 도쿄에서만 먹을 수 있는 주전부리를 선물한다.

'스바메 그릴'의 햄버거 도시락

'사이공'의 짜조

'센비키야'의 과일샌드위치

'오가와켄'의 레이즌위치

'데멜'의 초콜릿(오스트리아 황실 전용 베이커리가 도쿄에 지점이 있다니!)

'치모토'의 야쿠모모찌

니혼바시 '히야마'의 소고기

'우사기야'의 도라야키

 

숲에서 살면 도시와는 아예 담을 쌓고 시골의 삶을 추구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고

아직 도시를 그리워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는대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편안하다.

 

주말엔 숲으로가 숲에서의 주말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의 진짜 매력은 숲에서 주말을 보내고 난 친구들이 됴쿄로 돌아가고 난 후이다.

 

나무의 싹이 돋는 모습을 바라보며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보기 좋다는 하야카와의 말을 떠올리며 신입에게 친절하게 한 번 더 가르쳐주는 마유미.

또, 여행사에서 일하는 세스코는 진상 손님 때문에 일을 그만둘까 하다가도

너도밤나무는 건축재로 사용하지 못할 만큼 부드러운 나무지만, 눈이 쌓여도 휘어질 뿐 부러지지 않아 추위에 강하다고, 어두울 때는 발밑보다 조금 더 멀리 헤드라이트를 비춰서 보며 가는 거라고 하는 하야카와의 말을 떠올리고 다시 기운을 낸다.

똑바로 나갈 것인지 작게 회전하며 빠져나갈 것인지 상황에 맞는 것을 선택한다는 카약은

마유미가 직장에서 떠올릴 때, 회사는 커다란 바다가 아닌 좁고 작은 곳이며, 바위도 굴곡도 있는, 똑바로 나갈 수 없는 곳이니 작게 회전하며 빠져나가자, 하는 생각으로 전환된다.

 

마지막 장의 눈토끼 사진. 싹이 돋는 계절로 시작해 책이 다 끝날 무렵 신년회 이야기로 마무리 되는데, 어김없이 주말을 이용하여 숲을 찾은 하야카와의 친구들은 하야카와와 함께 눈토끼를 만든다. 마지막 장에 눈밭을 배경으로 등장한 눈토끼 세마리. 눈토끼는 우리나라의 눈사람 같은 것일까? 이 책에만 등장한 것은 아니고 나츠메 우인장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도 주인공이 눈토끼를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큰 눈덩이 위로 작은 눈덩이 올리는 정형화된 눈사람처럼, 이런 방식의 눈토끼가 일본에서는 관습인듯?

 

한 번 읽으면 싱그럽고, 두 번 세 번 읽으면 마치 점점 짙어지는 것 같은 느낌. 꼭 숲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