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 - 웃기는 의사 히르슈하우젠의 도파민처럼 짜릿한 행복 처방전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지음, 박규호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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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알라딘 평점도 이렇게나 높고, 박경철과 김제동 등 명사들이 추천한 책인데 내가 읽으면서 내내 명성만큼은 아니라고 느꼈던 것은 어쩌면 책이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인가, 하고 생각했을 정도다. 워낙에 유명한 책이었고,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볼 때마다 표지부터 나를 잡아끌었고, 제목도 마음에 들었고 한번 집어들어 죽 넘겨 보았을 때 책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사진들도 인상깊었었다. 하지만 막상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엄청난 책인지는 잘 모르겠다, 라는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은 참 훌륭하고 좋은 책인데, 받아들이는 나와 좀 안 맞는 책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만약 책을 읽는 행위가 저자와 독자의 능동적인 대화라고 정의한다면,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의 자기 주관적인 이야기를 힘들게 몇 시간 동안 들었다는 생각이다.

 

일단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아,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다른 행복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고개 끄덕끄덕하고 감탄하고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행복했을 때와는 너무나 달랐다. 그리고 이건 편집이나 번역의 문제 이전의 문제 같은데, 글쓴이 자체의 스타일이 종잡을 수가 없다. 즉, 첫문장, 첫단락을 읽고 그 장의 대강의 느낌이 보통 오기 마련인데 처음 시작과 끝이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라 반전의 묘미를 넘어서 읽고 나면 머리에 뚜렷하게 남는 게 없다. 또 과학의 한 분야인 의학을 전공한 의사의 글로는 참으로 특이하게도, 행복에 대한 설문조사, 연구 결과, 수치 보다는 주관적인 생각, 주변 사례의 이야기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읽는 내내 과연 그럴까? 나는 아닌데? 이건 독일, 그것도 지식인들에 국한된 이야기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나는 잘 모르겠다. 이 책에서 '행복한 순간'이라고 이야기한 그 순간이 나에게는 진짜 행복하게 느껴지지도 않을 뿐더러, 군데군데 기존 상식을 뒤엎는 발언-예를 들어 남녀 사이에 대화가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꼭 그렇지 않다. 침묵이 금이라는 것은 남녀 사이에도 유효하다-는 이야기는 나는 전혀 동의할 수가 없다. 뭐, 아직 내가 살아온 시간이 짧아서, 라고 이야기한다면 할 말 없지만.

 

다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딱 한 부분만은 건질 게 있어서, 그 부분만 기록하기로 했다.

 

우리가 자주 반복하는 일들은 우리의 뇌에 각인됩니다. 자주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신경가소성을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우리는 자신의 부정적 감정들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물론 부정적 감정들도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습니다. 이런 감정들이 주는 메시지는 우리가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도록 경고하고 과부하를 예방해줍니다. 하지만 일단 메시지를 이해하고 난 다음에는 더 이상 그런 감정 자체를 키울 필요가 없습니다. 자주 화를 내면, 화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더 쉽게 내부에서 끓어오르게 됩니다. 왜냐하면 반복적인 화풀이는 뇌 안에 '화가 다니는 길'을 매끈하게 잘 닦아놓는 역할도 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그 '길이 곧게 뻗은 8차선 고속도로가 되어 우리는 더욱 쉽게 그 위로 미끄러지면서 파괴적인 행동을 하게 됩니다.... 현대의 스트레스 심리학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화를 내지 않으면 화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끓어 넘치기 전에 불을 줄이거나 냄비를 불에서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쿨'하게 가만히 기다리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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