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가지 행동 - 김형경 심리훈습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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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미 세 편의 심리 에세이를 낸 소설가이다. 나는 세 편 중 첫번째에 해당하는 '사람 풍경'을 읽고 추천서의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의 '문학적 향기가 나는 정신분석서'라는 말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정신분석이라는 것은 그 유명한 프로이트가 창시한 것으로 환자의 어린시적의 정신적 상처가 억압되어 생긴 무의식적 갈등으로 발생한 문제를 역동적으로 추구하여 무의식 체험을 의식화하는 것이다. 치료 단계에서 먼저 성공적인 치료과정을 위하여 참여하는 환자 및 치료자의 현실적인 협력이 필요한데 이것을 치료적 동맹이라고 하고, 실질적인 진정한 변화를 수반하기까지 환자가 해석을 반복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뒤따라야 하는데 이것을 훈습과정이라고 한다.

 

저자의 네 번째 심리 에세이의 이 책은 심리 '훈습' 에세이라고 규정되고 있다. 만, 이라는 숫자를 들었을 때 느껴지는 아득함, 어쩌면 그만큼의 반복과 거기에 수반하는 길고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하리라.

 

카우치에 누워서 치료자와 얼굴을 대면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가 완벽히 고립된 환경에서의 정통 정신분석이 무겁게 느껴질 수 있겠다. 분석적 정신치료라는 것은 정신분석 이론에 기초하되 정통 정신분석보다 유아적 갈등이나 무의식은 덜 다루면서 현재 갈등과 정신역동을 다룬다. 증상 완화가 치료 목표로 이것은 다시 표현형과 지지형으로 나뉘는데 정신분석→표현형→지지형으로 갈수록 보다 덜 격식을 차리고 적용 범위가 넓어진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참여하는 독서모임과 그 모임 일원들의 이야기가 익명으로 나온다. 이 책은 정통과는 좀 거리가 많이 멀고 분석적 정신치료, 그 중에서도 지지형에 많이 가깝다고 보여진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거리감을 느꼈던 것이.

 

지지형 정신치료는 분석가와 환자관계가 완벽한 중립을 지켜야 할 것이 요구되지 않으며, 치료자가 환자를 안심을 시키고 격려하며 긴장이 풀리도록 지도하여 강하고 긍정적인 치료자에게 의존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책에서의 저자는 어디까지나 내 주관적인 견해지만, 지나치게 냉정하게 느껴진다. 저자 또한 모임의 한 일원일 뿐이며 다른 멤버들과의 관계가 평등하다고 이야기한다면 또 이해될 수 있겠지만, 어쨌거나 이 모임은 저자의 존재가 절대적이며 모임의 경영 자체가 상당부분 저자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하면, 저자와 다른 멤버들과의 관계는 절대로 평등할 수 없고, 따라서 저자는 일정정도 다른 멤버들과는 다른 포지션에서 좀 더 다른 입장을 취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글을 읽다보면 저자의 냉담함 때문에 혹은 거리두기 때문에 저자에게 상처를 받았고, 모임을 나갔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거나 돌아오더라도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등의 멤버들의 행동은, 지나치게 칭찬과 감정 이입을 억제한 저자의 책임이 일정부분 있다고 생각된다.

 

어쨌거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이니까, 치료이든 아니면 친교이든, 바탕에 애정과 관심이 기본으로 깔려 있어야 하며, 일단 상대의 말에 긍정하고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이 순서상 먼저가 되어야 하고 또 견고하게 자리를 잡아야 할 것 같은데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저자가 '정신분석은 ~야 해, 이 사람은 지금~하니까 ~야 해'라고 지나치게 틀 안으로만 바라본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 나도 잘 모르는 게 많은 분야라서 정확히 정의를 내리기는 힘들었고, 시간이 좀 흐른 후에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으면서 찬찬히 살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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