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허 (2disc)
윌리엄 와일러 감독, 찰톤 헤스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역시 명작이구나. 긴 러닝타임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왠만한 영화는 40분 정도만 지나면 습관적으로 한번 시계를 들여다보는 나인데... 누구나 첫손가락을 드는 전차 경주 장면은 말할 나위 없이 멋있었지만 기억에 더 강하게 남은 것은 바다 전투 장면이었다. 컴퓨터그래픽 없이 일일히 촬영했을 이 장면은 그래서 더 실감이 났고 투박한 액션신은 요즘처럼 세련되지 않았기에 오히려 진짜 같았다. 요즘 액션장면들은 너무 매끈해서 실제로 저렇게 싸울까 하고 보는 내내 의심하게 되느라 집중하지 못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적군과 맞붙는 장면들이 더 진짜 같아서 긴장하며 보게 되었다.

 

주인공인 찰턴 헤스톤은 처음 등장할 때는 특별히 잘생기지도 눈에 띄는 개성도 없어 보여 의아했는데 누구랑 붙느냐에 따라서 순간순간 달라지는 눈빛과 목소리로 빠져들게 했다. 옛 친구와 있을 때 다소 헐렁해보이고 편안한 느낌이지만 귀공자다운 당당함이 묻어났고 어머니와 누이동생과 있을 때는 자상한 오빠이자 듬직한 아들의 모습이었다. 또 집안 대대로 일하던 집사의 딸을 몇 년 만에 보았을 때 사랑에 빠진 남자의 눈빛과 절제하려는 표정, 감옥에 갇히고 노예선에 끌려갔을 때 모든 것을 잃은 절망어린 눈빛. 무엇보다 압권은 노예선에서 배를 저을 때의 모습이었다. 초반의 당당했던 귀공자의 모습은 없어지고 독기 어리고 복수심에 불타는 남자로 완전히 변해 있었다. 어떤 평론가가 전지현을 두고 몸으로 연기를 할 줄 아는 배우라고, 타고난 몸을 어떻게 써야 할 지 잘 아는 배우라고 했는데 그 말에 백번 공감하면서, 그 평은 찰턴 헤스톤에게도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얼굴 근육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라 눈빛, 목소리, 몸 전체를 사용해서 배역의 느낌을 발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는 한가지 생각이 마치 돌림노래처럼 후렴구처럼 계속해서 반복된다. 모든 것이 신의 뜻이다. 복수는 또 다른 피를 부른다. 용서하라... 내 모든 시련과 고난은 크게는 신의 계획안에 있는 것이고 끝까지 가기 전까지는 우리는 그 뜻을 모른다. 나도 그렇겠지. 초조해할 필요도 억울해할 필요도 울분에 가득찰 필요도 없이 그저 순간순간을 견디며 그렇게 끝까지 가다보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