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아멜리에 - 10주년 기념반
장 피에르 주네 감독, 마티유 카소비츠 외 출연 / 노바미디어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아멜리에는 몽마르뜨 근처에 사는, 예쁘지만 엉뚱한 아가씨이다. 

무뚝뚝한 아버지, 히스테릭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그녀는, 

스킨십이 없었던 아버지가 의사로서 딸을 진찰할 때마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아버지의 손길로 인해 심장이 심하게 뛰어 

심장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한 아버지가 학교에 보내지 않아서 

교사였던 어머니에게 집에서 배웠다. 또래 친구와 어울리지 못했고, 

그나마 어머니도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그녀는 어릴 때부터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곤 했다. 

 

훌쩍 자란 그녀는 한 카페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한다. 

어느 날 우연히 집에서 발견한 오래된 상자를 발견하고, 

그 상자의 주인을 찾아 50년대에 소년이었던, 그리고 그 당시 그 아파트에 살았던 

누군가를 찾아다니게 된다. 

결국 그에게 몰래 어린 시절의 보물 상자를 전하게 되고, 

분명히 수호천사가 보낸 것이라고 감격하는 이제는 노년에 접어든 그 소년을 보고, 

아멜리에는 다른 이에게도 행복을 전해주는 '행복 전도사'가 되기로 마음 먹는다. 

 

카페를 배경으로 한 쌍의 남녀를 이어주기도 하고, 

뼈가 잘 부서지는 병 때문에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화가에게 바깥 세상과의 통로가 되어 주며, 

야멸차고 잔인한 가게 주인에게 종업원을 대신해서 귀여운 복수를 해 주기도 한다.  

 

그러다 우연히 마주친 한 청년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아멜리에 못지 않을 만큼 엉뚱한 청년의 앨범을 주으면서  

그 청년의 뒤를 따라다니고 숨으며 짝사랑을 시작한다. 

 

이 프랑스 영화는 심각하지도 우울하지도 않다. 

색감이 예쁘고 등장인물들은 모두가 헛점이 있지만 다들 사랑스럽다. 

우리 주변에서 늘 볼 수 있는, 평범하지만 똑같지는 않은 사람들. 

 

늘 다른 이들의 행복을 바라던 전반부의 그녀와 

짝사랑하는 남자 때문에 어쩔 줄을 몰라하는 후반부의 그녀의 연결고리는 

집에서만 생활하는 화가 아저씨의 충고였다.  

"물잔 든 소녀는 다른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을지 몰라요. 딴 곳에서 우연히 만나서 마음이 끌린 어떤 남자요." 

"그러니까 주변 사람들하고 친해지려 노력하기보다는 멀리 있는 그 누군가를 상상하고 있다?" 

"네. 그녀는 남들의 불행에도 관심이 많죠." 

"그럼 자기 자신의 불행은 어떡하고? 그건 누가 해결하지?"

"넌 나와 달라. 네 뼈는 유리처럼 약하지 않아. 넌 너의 삶의 험한 파도를 헤쳐나갈수 있어. 지금 이 기회를 놓쳐버리면 결국 네 심장은 내 몰골처럼 앙상하게 말라 비틀어져 버릴꺼야. 그러니까, 당장 가서 그를 붙잡아." 

 

마냥 순수하기만 할 것 같았던 그녀가 그를 놓칠까봐 울먹이는 장면, 

짝사랑하는 그 앞에서 물처럼 녹아내리는 장면, 

그가 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리저리 상상하다가 될대로 되버려~! 하는 장면, 

어떻게든 자기를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그의 앞에서 서성이지만 

정작 알아보자 도망쳐버리는 모습. 

 

짝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장면이다. 

 

뒤늦게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Portable Groove 09의 Amelie라는 노래 때문이었다. 

상큼한 노래처럼 이 영화도 산뜻하고 예쁘다.  

호기심 가득한 큰 눈의 오드리 토투, 

순수한 눈빛의 마티유 카소비츠. 

(마티유 카소비츠는 짝사랑 상대로 참 어울린다. 감성적이면서도 열정적인 모습이라서. 

알고 보니 '뮌헨'에 출연한 실력파 배우에,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유명 감독이라고. 

최근 모습을 보니 멋지게 나이가 들었더라. 젊은 시절의 감성, 열정을 간직한 채로 

관록이 더한 느낌?)  

 

용기 내어 세상으로 나가라고, 그리고 용기 낸 아멜리에게는 해피 엔딩이 주어진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건 내가 나이가 들어버렸기 때문인지. 

주저주저하다가 막상 용기를 냈을 때는 씁쓸한 결과가 많이 왔던 기억 때문인지. 

이런 영화를 보고도 '그래, 나도 용기를 내야지!'가 아니라 

한순간 위안에 그쳐버리고 마는 것은 지나친 자기 비하인지. 

 

아무튼 상큼한 오드리 토투와 보고 있으면 설레게 하는 마티유 카소비츠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참 좋았다. 비록 내 현실과는 조금 달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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