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7 - 일본 1 : 일본인 편 먼나라 이웃나라 7
이원복 지음 / 김영사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연초에 일본 여행을 다녀온 직후에 이 책을 읽었다. 가기 전에 일본과 관련된 책을 읽으려고 몇 권 빌렸는데 읽지도 않고 그냥 반납하고 말았다. 사실은 패키지 여행 중 하루를 빼서 자유 여행을 다니려는 계획을 세우고 일본 관광지에 대한 책을 두 권이나 빌려서 가지고 간 건데 그냥 가이드가 따라다니는 옵션 여행을 했고 책은 다 읽지도 못한채 캐리어만 무겁게 만들고 나서 일본에서 다녀온 직후 반납하고 말았다.

 

이 책은 일본에서 돌아온 후 일주일 쯤 지난 후에 빌린 책이다. 사실 내가 빌린 것은 아니고, 막내가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를 워낙 좋아해서 빌려온 것을 내가 보게 되었다.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있었던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를 현재 초등학생인 내 동생이 보고 있다니 이 시리즈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실제로 언제 보아도 어떤 개정판을 보아도 이 책은 한번 손에 들면 끝까지 읽어나가게 한다. 만화로 그려서인지 글을 읽을 때보다 내용이 더 생생하게 머릿속에 남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림으로 연상되니까. 흔히 학습 만화가 어린이들 수준에서 그리고 있어서 어른들은 읽지 않지만, 이 책은 오히려 어른들이 더 많이 찾는 것 같다. 그만큼 내용이 충실하고 오히려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라고 생각되는 전문적인 내용도 많다.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우리와 비슷한 점이 너무 많지만, 그래서 다른 점이 더욱 더 두드러지고 신기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장점을 7개로 집어내었고, 다시 그 7개를 뒤집어 약점으로 연결시켰다는 점이었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을 수밖에 없고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는 게 당연하기에,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인 일본이 지금의 일본이 될 수 있었던 7개의 장점이 21세기에 들어서는 도리어 일본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으로 연결시킨 것이 흥미로웠다. 단순히 일본의 이것은 좋고, 이것은 부럽고, 이것은 나쁘고, 이것은 배워야 하고, 이렇게 나열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엄청난 저축열이 세계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데에 밑거름이 되었으나 쓰지 않고 저축하는 국민들의 습관이 현재의 국가 경제에는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매사에 완벽함을 추구하는 습성이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었으나 그로 인한 인건비 상승으로 경쟁력에서 되레 뒤처지고 말았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사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겠지. 한국인, 하면 생각나는 빨리빨리 문화는 새치기, 참을성 부족 등 부정적인 영향을 낳았으나 한편으로는 스마트폰, 초고속 인터넷 등의 좋은 점도 낳았을 테니까. 사람도 마찬가지겠지. 장점이 단점으로, 단점이 장점으로 전환되는 것도 한순간일 듯.

 

정관경 유착, 대기업 중심의 경제는 우리나라와도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흥미로웠고 일본 특유의 친절함, 오타쿠 문화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었다. ‘와’로 설명되는 일본의 모든 것, 특히 그것이 오타쿠로까지 연결되는 것은 정말 기발하고 꼼꼼한 설명이었다고 생각된다. ‘메이와쿠’를 끼치지 않으려는 ‘기쿠바리’에서 나온 ‘야사시’에서 비롯된 친절이 타인에 대한 배려, 준법, 자율 정신, 에티켓 아는 국민, 질서 존중이라는 선진국의 조건을 충족시켰다는 결론이 뭔가 모호했던 일본과 일본인들의 특성을 설명해주는 거 같아 시원했다. 아마도 일본 영화 전차남에서 에르메스 그릇 세트로 고마움을 표현한 여주인공도, 이번 일본 여행에서 디지털 카메라의 기기 결함으로 당황했던 동생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어주고 로비 컴퓨터를 독자적으로 쓰게 해주는 등의 노력으로 결국 사진을 전부 복원할 수 있게 도와주었던 호텔 지배인도 이해가 갔다. 일본 국민의 친절함이 어디에서 왔는가, 이것을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 믿음이 어떻든지 한번 왔다 가는 관광객 입장에서는 기분 좋을 수밖에 없는 현실일 것이다.

 

당연하지만 요새 젊은 세대는 다르겠지. 이런 말은 책에도 나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래도 바탕에 깔려있는 본질은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아무리 서양화되었다 해도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가족이나 부모님의 존재가 예전만큼 절대적이지는 않아도 여전히 큰 산 같은 존재인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일본 드라마나 영화, 만화에서는 매우 다른 인간형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대중문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렇듯 그것은 절대다수를 반영한다기보다는 일종의 판타지가 투영된 측면이 더 클 것이다. 드라마 커피프린스의 한유주처럼, 남녀를 불문하고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냈지만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그렇게 사는 사람은 ‘적어도 내가 아는 한에서는’ 없는 것처럼.

 

어떤 이유로 설명하든, 동양의 작은 나라, 패전국가가 이만큼이나 대단한 나라가 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실제로 책만 읽었더라면, 생각보다는 별 거 아니네~ 할 수도 있었겠지만 직접 여행을 다녀온 직후, 감흥이 식지 않은 상태에서 이 책을 접했기에 감탄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바라보는 시각보다, 직접 가서 겪으면 더 감탄할 수밖에 없는 나라인 것 같다. 중학교 때 일본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놀랐을 정도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우리나라가 10여년 돈안 엄청난 성장을 했다는 뜻이겠지.

 

일본 여행을 다녀오면서 엄마는 일본도 대단하지만, 이 일본을 이만큼이나 따라잡은 우리나라도 대단하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해서 유학은 디자인 학부로, 국내에 돌아와서는 당시만 해도 천대받던 만화에 뛰어들어 학습만화, 교양만화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였고 현재도 해외 일러스트계에서는 인정을 받고 계시다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외국만화를 베끼는 아르바이트를 하셨다는데 취미를 특기로 살리고 그것을 본인의 전공과 결합하고 직업적인 발전을 삼은 분이구나, 하는 생각에 롤모델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감히 해보았다. 나도 어릴 때부터 틈틈이 그림 그리는 재주라도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또 한편으로는 이분이 고등학교 때 만화 아르바이트를 하실 때만 하더라도 지금의 이런 모습을 상상하셨겠나, 하는 생각이 드니까 지금 내가 하는 일들 중 ‘뻘짓’처럼 보이는 일들 중에서도 미래의 나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한편으로는 힘도 나고 안심도 된다.

 

오랜만에 다른 먼나라 이웃나라 책들도 읽어볼까. 개정판이 나왔다는데. 어릴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시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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