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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2disc) - 할인행사
허진호 감독, 유지태 외 출연 / 스타맥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나도 라면 먹고 싶다.
벌써 이 영화가 나온 지 10년이나 됐구나. 아마 처음 나왔을 때, 그러니까 내가 아직 10대였을 때 이 영화를 봤으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해진다. 그때 봤으면 좋았을 걸. 물론 이해 못했겠지만, 10년이 흐른 후인 지금과 비교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또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에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꼭 한 번 봐야지.
블로그에 넘쳐나는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 중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처음 이 영화가 나왔을 때랑, 이제 와서 봤을 때랑 영화는 그대로인데 보는 나의 느낌이 다르더라고. 스무 살 때는 이영애가 그렇게 미웠는데 서른 살인 지금은 유지태가 답답해지더라. 그때는 이영애가 미웠고, 지금도 밉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이해는 되더라, 그때나 지금이나 이영애가 밉지만 다시 보니까 유지태는 정말 숨이 막히더라 등등.
잘 모르겠다. 나는. 음... 중학교 때 일본 영화 러브레터를 봤을 때, 그 먹먹했던 기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그때는 그냥 눈물 찔끔 나고 아~ 참 아름답구나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누가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를 물으면 그 영화를 댔고, 예쁜 주인공들과 아기자기한 이야기들, 이국적인 풍경에 가슴 뛰었던 것 같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후에는 그 영화가 그렇게 보기 싫었고, 지금 그 영화를 떠올려보니 이제는 다시 보고는 싶은데 이번에는 좀 마음이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변하기까지 10년 정도 흘렀으니, 이 영화도 비슷하지 않을까.
이 영화를 찍을 당시 이영애는 우리나이로 서른 한 살 이었고, 유지태는 우리나이로 스물여섯 살이었다. 그래서 나는 은수보다 상우에 더 공감하게 되는 것 같다. 또 모르지. 나이가 들면 은수에게 공감할지. 그런데 블로그 글들을 보니 마음이 많이 아프다면 상우가 아니라 은수일 거라고 한다. 상우라면 마음이 많이 아프지는 않을 거라고. 어른이 된다는 건 참 이래저래 힘들다.
이영애가 연기파 배우는 아니지만 이 영화에는 딱 들어맞는다. 이영애 외에는 다른 배우를 생각하기가 힘들었다. DVD부록을 보니 똑같은 장면을 여러 번 찍었는데 그때마다 대사가 조금씩 달랐다. 아마도 상당부분 애드리브일 것이라고 생각하니 완전히 은수가 되어버려 자연스럽게 느껴졌나 보다. 유지태도 마찬가지이다. 사랑의 열병을 앓는 20대 청년의 모습은 꼭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더라. 술 먹고 우는 장면도, 보는 내가 다 오그라들 정도로 찌질 해지는 장면도, 전부 다.
여자이니까, 사랑 앞에서 조심스러워지고 똑같이 아픔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은수의 마음은 알 것 같다. 그런데 이건 이래저래 생각해보니 이해가 간다는 뜻이고 와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상우의 모습은 설명이 필요 없이 가슴을 친다. 자기가 먼저 차버리고, 차인 상대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뻔히 알면서 다시 돌아오는 은수가 정확히 어떤 마음일지 그 부분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만, 조심스레 은수에게 다가갔다가, 사랑에 푹 빠졌다가, 미친 듯 아팠다가, 한때 자신을 뒤흔들었던 여자가 다시 자기한테 오자 이번에는 냉정하게 물러나는 상우의 모습은 전부, 온전히, 이해가 갔다.
상우는 확실히 사랑을 했지만, 은수는 그냥 연애만 한 걸까?
둘의 시작인 라면, 지금도 회자되는 명대사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첫 만남에서 이영애의 빨간 목도리, 그리고 헤어질 때 흐드러지는 벚꽃.
이 영화를 보니까 라면이 그렇게 맛있어 보이더라. 내일 아침에라도 라면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