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에게 '고슴도치'라는 별명을 붙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  

"고슴도치도 살 동무가 있다"  

"고슴도치한테 혼난 범이 밤송이 보고도 놀란다" 

고슴도치와 관련된 속담은 대략 이 정도. 

그런데 우리 중 실제로 고슴도치를 본 이는 몇이나 될까? 난 본 적 없다. 

그래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나 소, 닭처럼 관련된 속담도 많이 없나 보다. 

범도 고슴도치에게 혼날 정도이니 함부로 주변인이 못 건드릴 정도의 까칠함, 

고슴도치도~, 즉 고슴도치 마저도~라는 말에서 느낄 수 있듯이 왠지 변변한 친구도 없을 것 같고, 생김새도 비호감인 사람. 이정도? 

그러고보면 헌제는 엄밀히 말해 고슴도치는 아니지 않나? 세상이 보기에 '혹이 딸린 이혼남'이어도 너무나 괜찮은 여자들이 다가오고, 결국 결실도 맺는다. 절대 비호감은 아니란 소리다. 헌제 주변의 사람들은 그를 너무나 만만하게 대한다. 그리고, 헌제의 딸 유진은 깜찍하게 예쁘다. 즉, 헌제는 고슴도치가 아니라 고슴도치이고 싶은 사람, 혹은 고슴도치이기를 가장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디 내 옆에 오기만 와보라고, 가시로 찔러줄 거라고. 그러나 헌제는 그 누구에게도 상처입히지 못하고 오히려 본인이 상처입는 쪽을 택한다. 아니 반대인가? 아내도 연화도 그로 인해 상처받았을 테니까. 피해자인것처럼 굴지만 결과적으로 남에게 더 큰 상처를 입혀서? 그래서 연화를 보내고 그렇게 힘들어했던 자기가 알고 보니 자기 연민에 허우적대던 것이라고 생각되어서 연화의 결혼 상대에 대해 듣고 힘들었던 건가? 

읽다 보면 헌제의 소심함과 피해 의식에 답답해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매사는 아니어도 특정 순간에 한번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사람은 또 어디 있으며 나 또한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되자 짠해지기도 한다.  

헌제에게 명신이 다가온 것처럼,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와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책 읽는 내내 했지만, 마지막 까지 다 읽고 나자 조금 바뀌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명신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지나치게 사람의 의도를 내 나름대로 헤아리거나 지레 의심하지 말고, 조금 손해보더라도 조금 상처받더라도 털털하게 털어버릴 수 있었으면. 정말 좋으면 쓸데없는 자존심 세우지 말고 당당하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그러면서도 상대를 배려할 수 있었으면. 누구와도 편안하게 부담주지 않고 대화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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