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 틱낫한 스님 대표 컬렉션 3
틱낫한 지음, 최수민 옮김 / 명진출판사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최하점을 준 이유는 하나이다. 실효성이 없다. 

책을 읽는 것, 독서라는 행위에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동, 재미, 지식, 휴식, 사교...  

이 책의 목적은 '화 다스리기'이다. 그러나 이 책만으로는 '화가 다스려지지' 않는다. 

틱 낫한 스님은 프랑스의 플럼 빌리지에 살고 계신다. 가보지 않아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아마 우리 나라에도 최근에 등장한 몇몇 '슬로우 시티'와 같은 지역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곳에서 살면, 화를 낼 일도 없지 않을까? 우리는 누구나 우리 자신이 속한 곳을 훌쩍 떠나 먼 곳으로 여행을 갈 때, 해방감을 느낀다. 그 때는 평소보다 더 느긋해지고, 낯선 이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 만큼 더 관대해진다. 하지만 늘 그렇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불행히도 우리는 '속세'에 사는 '중생'이다. 

화가 날 때마다 다른 이의 고통을 생각하라고? 정작 나의 화를 돋운 그 사람은 별 생각도 하지 않고 배려 없이 나의 상처를 툭 건드린 것이고 그것 때문에 화가 났을 수도 있는데 어떻게 상대의 고통까지 생각하는 오지랖을 발휘하란 말인가? 물론 '한쪽 뺨을 맞고 나서 다른 쪽 뺨을 또 내미는' 성인이라면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는 성인이 아니다. 

며칠 전 기사가 떴다. 욱하는 대한민국, 한국인이 화내는 이유를 직접 시민들에게 물어 본 내용을 바탕으로 한 기사였다. 나이, 성별, 지위, 상황에 따라 화내는 이유는 매우 다양했다. 하지만 공통적인 점은, 화가 나는 상황은 쉽게 이 상황이 극복되지 않을 때이며, 다른 이로 인해 그 좌절감이 증폭될 때였다. 예를 들면, 취직이 잘 안 되는 젊은이가 친구들의 무시하는 듯한 말을 듣는 경우이다. 이 경우, 스님의 말대로하면 정말 화가 없어질까? 이 젊은이가 취직이 안 되는 이상 화는 계속되는 것 아닌가? 

감히 말하자면, 결혼도 안 하고 처자식도 없는 스님이시니 부양해야 할 가족들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도 없으실 것이고(대다수의 우리나라 가장들은 '화'가 나는 상황을 견뎌내는 수밖에 없다.), 플럼빌리지에서 농사를 지으시며 평화롭게 사시니 속세의 그 어떤 고통이라도 그것으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킴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얻으실 수도 있을 것이다. 수많은 직장인들처럼 상사에게 시달릴 이유도 없고 고객들로부터 항의를 들을 일도 없으며 동료들과의 경쟁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으실 테니 말이다.  

책에 담긴 내용이 고차원적이라는 것은 안다. 궁극적으로 인간이 지향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도. 하지만 독자들이 모두 스님처럼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책의 내용이 신선하지도 않다. 누구나 아는 내용인데, 실천을 못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가? 

오히려 현대인에게는 '화'가 나는 상황을 분석하여, 그 이유는 어떠어떠한 콤플렉스가 있다, 혹은 충족되지 않은 어떠어떠한 욕망이 있다, 라고 진단을 내리고 그 상황 또는 사람을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피하거나, 멀리하거나, 혹은 그 '화'를 승화시킬 수 있는 다른 대상을 찾아 거기에 몰입하라고 충고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평소에 내성적인 사람이 과격한 록음악을 좋아하거나, 주변인에게 싫은 말 한마디 못하는 순한 사람이 복싱같은 거친 운동을 하는 등 우리 주변에서도 그런 예는 종종 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또 화가 난다. 이 책으로 인해 오히려 '화'가 나는 셈이다. 제발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그만 보았으면 한다.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원효 스님이 의상 스님을 넘어선 이유는 공부를 많이해서, 지식을 쌓아서, 중생에게 말을 잘 해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주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얻는 '파계' 후 중생 속으로 직접 뛰어들고 나서야 대스님이 된 것 아닌가? 최소한 이 분이 현대인의 '화'에 대해 논하시려면 프랑스의 경치 좋은 곳에서 한가로이 사회에 대해 논하실 것이 아니라, 복잡한 현대인의 삶을 직접 느끼기 위해 '노동자', '근로자'로서의 삶을 몇 년이라도 보내신 후에 글을 쓰시는 것이 맞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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