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 나는 많이 다운되어 있다. 그게 이 수필 때문만은 아니다. 다운되어 있는 직접적인 원인은 다른 데에 있으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하철 안에서 집에 도착하고 나서까지 내내 읽었던, 그리고 다 읽어버린 이 수필로 인해 마음결이 잔잔하게 골라진 상태에서 그 원인을 접했을 때, 다소 심란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고 해서 지금껏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잠이라도 잘까? 자고 나면 나아질까? 하지만 몇 시간 후 아침의 일정이 있어서 마음껏 자지도 열정을 소비하지도 못한다. 자고 일어나도 마음의 상태가 변화가 없을 까봐. 차라리 평일이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그러면 이 번잡한 내 감정에서 해방되어 일상으로 돌아가, 일상을 살 수 있으니까. 여기 지금으로부터 확실히 벗어날 수 있으니까. 

그래도 나는 지금 꼭 이 수필에 대한 리뷰를 써야 한다.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라는 제목을 보면 대강 이 수필이 무엇을 이야기할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작가 노희경, 열렬한 매니아층을 확보한, 결코 쉽지 않은, 하지만 여운을 남기는 드라마를 쓰는 작가. 이야기한다. 연인이든, 부모든, 친구든, 자식이든, 누구든, 사랑하라고. 계산하지 말고, 예측하지 말고, 예단하지 말고, 사랑하라고. 마지막까지 나를 다 주어버려라. 나를 완전히 다 지키려고 머뭇대거나 물러서거나 망설이지 마라. 하, 읽으면서는 당연하다고 고개 끄덕였는데 내 손으로 써놓고 나니 쉽지 않다. 절로 숨이 턱 나온다. 절대 쉬운 게 아니다. 누가 자기 자신을 온전히 포기하면서까지 사랑할 수 있겠나. 물론 한번쯤은 꿈꾸는 사랑이겠지만. 

이 책을 읽기 전, 사실 한 공간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있는 사람들 중 몇 명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들었다. 이야기를 들을 때는 다소 섬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자라서 더 안 되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다. 차라리, 매번 드라마를 영화를 보면서 나는 왜 저렇게 살지 못하나 푸념하고 저것들이 지속되는 짧은 시간 동안 환상에 빠지는 내가 낫다고. 그러다 다시 읽다만 이 책을 읽게 되었고, 또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뭔가를 놓치고 사는 건 아닌지. 어차피 획 지나갈 인생인데. 

하지만 그래도, 결국, 나는 그렇게는 못하겠다. 노희경은 자기 자신을 끝까지 옹졸하게 지켜내어 후회한다고 했지만, 아마 나도 후회할 것 같지만, 그래도 나는 알면서 후회하는 쪽을 택할 것 같다. 나는, 나는, 자신이 없다. 그 끝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나는 유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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