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맥 매카시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코엔 형제가 동명의 영화를 만들었다. 책을 읽고 나서 영화를 찾아보았다. 2분짜리의 예고편만 보아도 영화가 짐작이 간다. 황량한 분위기, 건조한 문체, 냉정할 정도의 결말. 책 이상으로 영화화해낸 것을 보고 감탄이 나왔다. 캐틀 건이라는 것은 책으로 읽을 때는 실감이 잘 안 났는데 영화 예고편에서 하비에르 바르뎀이 들고 다니는 것을 보니 온몸이 오싹하다. 역시 난 영상 세대이구나 라고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노인은 누구일까. 아마도 코맥 맥카시 자신이 아닐까? 33년생인 그는 정말 노인이다. 베트남전, 걸프전, 911, 이라크전, 수많은 유명 인사들에 대한 공개 저격 사건들, 고등학생들의 총격전, 대학생들의 총격전, 시시때때로 터지는 크고 작은 테러, 범죄... 간혹 미국 범죄 드라마를 보다 보면 우리나라도 끔찍한 사건이 많이 일어나지만 저 나라는 대체 어떤 뇌 구조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까, 하는 황당한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총기 규제에 대한 정책이 지지부진하며 범죄는 날이 갈수록 극악해진다. (미국이 수사물이 발전한 이유가 범죄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란다.) 나라는 어지럽고, 젊은 시절 희망을 가졌을 그도 이제는 나아질 가능성이 없어보이는 모국을 바라보며 될 대로 되어버리라는 심정을 갖지 않았을까.  

마지막 순간까지 과연 모스의 운명은, 시거의 말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며 읽어나가다가 결국 맥이 탁 풀렸다. 내가 이 결말 때문에 여기까지 왔던가. 하지만 그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미국에서 과학수사가 발전한 이유가 미결된 사건, 잡지 못한 범인이 유독 많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처음부터 코맥 매카시가 이러지는 않았을 텐데. 그가 10년만 젊었어도 이 소설은 이렇게 결말을 맺지는 않았을 것 같다. 정말 미국은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닌 것 같다.  

그의 또 다른 소설이자 역시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진 '더 로드'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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