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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바
도미니크 아벨 감독, 도미니크 아벨 외 출연 / 플래니스 엔터테인먼트 / 2009년 11월
평점 :
이 짧은 프랑스 영화는 사실 예고편이 다다. 영화 소개 줄거리만 읽어도 크게 지장이 없다. 극히 최소한의 대사로만 이루어진 이 영화는 그래서 마임뿐이라는 비판도 받고 작위적인 프랑스 감성으로 아작난 황당하고 어이없는 영화라는 평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영화라는 장르의 특성을 참 예쁘고 사랑스럽게, 가장 영화답게 그려낸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로베르토 베니니 식의 수준 높은 코미디는 아니지만, 눈과 귀가 충분히 즐거운 영화이다. 이런 걸 미장센이라고 하나? 아무튼 복고풍 패션이지만 절대로 촌스럽지 않고 발랄한 주인공들의 복장과, 총천연색의 배경, 구성진 라틴 음악, 그림자로만 처리한 그들의 춤사위, 그리고 정말 이 이상 최악일 수 없는 불행 앞에 너무도 담담한 그들의 표정이 함께 어우러져 따뜻한 화면을 만들어낸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다양하게 촬영한 장면들의 편집으로 표현한 영상미가 몽타주 (Montage) 방식이라면, 그와 대비되는 의미로서 미장센은 단일 화면에서 담아내는 영상미를 가리킨다고 한다. 제한된 장면 안에서 대사가 아닌, 화면 구도, 인물이나 사물 배치 등으로 표현하는 연출자의 메시지, 미학 등을 말한다고 하니 이 영화는 미장센으로 시작해서 미장센으로 끝난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아마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미장센의 예로써 훌륭한 학습 자료가 되지 않을까.)
엔딩 타이틀이 올라가는 동안 내내 지루할 정도로 꿈쩍도 하지 않고 바다만 바라보던 커플이 영화 끝나기 직전 서로 마주보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하긴 구구절절 무슨 말이 필요할까. 기억이 없어도 사랑하는 이에 대한 마음은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서로의 몸짓과 입맞춤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