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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멋진 날 - 할인행사
마이클 호프만 감독, 조지 클루니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오늘 하루를 이 남자가 망쳐버렸다. 너무도 근사하게...”
이 영화가 나온 지는 10년이 더 넘었다. 1997년 우리나라에서 개봉했을 때 당시의 반응은 아마도 뉴욕이라는 도시의 아름다움과 이혼하고 아이까지 있는 두 남녀의 사랑이 놀랍고도 선망의 대상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2009년의 한국의 모습이라면 자연스러울 것이다. 우리나라 중년 배우를 캐스팅하고 비슷한 스토리의 서울에서의 하루를 찍었다면 꽤 인상 깊은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항상 느끼는 거지만 아직 남녀의 로맨스를 그리는 것에서는 우리나라가 할리우드의 수준을 따라가지는 못하는 것 같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거기서 거기인 사랑물에 길들여진 나에게 10년이 넘은 미국 영화의 로맨스가 이렇게 깔끔하고 여운 있게 다가올 수 있다니 말이다. 물론 보이는 것이 진실만은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어쩌면 뉴욕이라는 도시의 특징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있고 외부의 문화가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뉴요커들은 개방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찾아오는 사랑, 평소와는 다르게 돌아가는 하루를 그냥 받아들이고 넘어갈 수 있다 보다. 미국인들조차도 뉴욕은 전통적인 의미에서 미국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할리우드 로맨스의 주 무대가 뉴욕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뉴욕이라는 도시는 일단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설렘이 들게 한다.
이혼한 아내의 '재혼여행'때문에 급작스레 딸아이를 맡게 되는 남자(조지 클루니)와 자신의 음악세계에 심취한 나머지 아내와 이혼을 한 전남편이 하나뿐인 아들의 축구경기에 꼭 와주기를 바라는 여자(미셸 파이퍼)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매개가 되어 서로에게 호감을 같게 되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간혹 떠오르는 정서적인 이질감을 제외한다면 무척이나 재미있고 기분 좋은 영화이다.
관객의 기대를 배반하는 마지막 장면.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너무나 아름다운 영화이다. 수많은 영화를 봤지만 이렇게 남녀주인공의 뒷이야기가 궁금했던 적은 없다. 그리고 흐르는 영화의 원제와 동명의 노래 “One fine day” 영화의 원제와, 번역한 우리말 제목과 OST, 영화 내내 펼쳐지는 뉴욕의 가을과 정신없이 바쁜 두 가족, 그리고 매력적이지만 조심스러워 하는 두 남녀, 영화 포스터로도 사용된 물웅덩이 앞에서의 모습, 그리고 마지막 장면. 모든 것이 하나로 압축되는 느낌이다.
조지 클루니와 미셸 파이퍼는 정말 다른 배우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역에 딱 맞는다. 나이가 들어도 이렇게 멋지고 예쁠 수가 있다니. 실제 조지 클루니의 이상형이 미셸 파이퍼였고 나중에 인터뷰에서는 영화 찍는 내내 진짜 사랑에 빠진 것 같아 수시로 흥분(?)해서 대본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럼 연기를 한 게 아니라 실제로 사랑에 빠졌다는 건가?ㅋ
성격이 까칠하고 덜렁대지만 기자로서의 사명과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자신감 넘치는 잭 테일러(조지 클루니)와 홀로 개구쟁이 아들을 키우면서도 그 누구의 도움도 구하지 않고 당당하게 직장생활과 양육을 병행해나가는 멜라니 파커(미셸 파이퍼)의 모습을 보면서 자녀를 키우는 편부(편모)의 고초에 함께 마음 아파하고, 그들에게 갑작스레 찾아 온 '어느 멋진 날'이 그들에게 정말 멋질 선물이 되기를 열렬히 응원하였다. 그들은 다시 행복해질 자격이 충분히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