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이야기 (올컬러 양장) - 너무너무 흥미진진한 메르헨의 여정
미카엘 엔데 지음, 김양순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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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는 없어. 모두가 그렇게 말하는걸.”

그렇다면 그것에 관한 이야기가 어째서 그렇게 많은 것일까?

도깨비 따위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한결같이 도깨비가 겁이 나 그러는지도 모른다.




“아우린은 환상 세계의 모든 존재를 지배하는 힘이 있어. 그 존재가 빛의 피조물이든 암흑의 피조물이든 간에 마찬가지로. 그것은 또 너와 나를 지배하는 힘도 갖고 있어. 그런데도 어린 여왕은 결코 힘을 행사하지 않거든. 여왕은 마치 없는 것 같아. 그러면서도 모든 것 안에 있어. 여왕도 우리와 같아?”

“아니,”

푸쿠르는 말했다.

“여왕은 우리와 달라. 여왕은 환상 세계의 피조물이 아니야. 우리 모두는 여왕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거야. 그렇지만 여왕은 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해.”




“왜 여왕님은 새 이름을 얻어야만 건강해지실 수 있나요?”

“올바른 이름만이 모든 존재와 사물에 그 실재를 부여하는 거란다. 옳지 않은 이름은 모든 것을 비현실적으로 되게 하지. 그것이 바로 거짓말이 하는 일이란다.”




“그가 존재한다면 나는 그를 발견할 거다.”

“그리고 내가 그를 발견한다면 그는 존재하게 될 것이다.”




“한 이야기는 새로운 것임에도 동시에 태초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겁니다. 과거란 그 이야기와 더불어 생겨나는 것이지요.”




“환상 세계의 길은 오로지 주인님의 소망을 통해서만 열립니다. 그리고 주인님은 언제라도 소망을 가질 수 있지요. 주인님이 원치 않는 것은 주인님께 닿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여기서는 ‘가깝고 먼’이라는 말의 뜻입니다. 이 장소에서 떠나려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다른 장소를 향한 노력을 기울어야 하죠. 주인님의 소망이 주인님을 안내하도록 해야 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간단히 소망할 수 없다니 이상해. 우리 마음속의 소망이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그리고 도대체 소망이라는 것이 뭘까?”




“이게 무슨 뜻일까? 네가 뜻하는 바를 행하라는 건 내가 행할 기분이 나는 것은 뭐든지 해도 좋다는 걸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주인님이 자신의 참된 의지를 행해야만 한다는 뜻이지요. 그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답니다.”

“그게 대체 뭐지?”

“그것은 주인님도 모르는 주인님 자신의 가장 깊은 비밀이지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하나의 소망에서 또 다른 소망으로, 그렇게 마지막 소망까지 소망의 길을 가는 과정에서 알게 될 것입니다. 그 길이 주인님을 주인님의 참된 의지로 안내할 겁니다.”




바스티안은 한 개인이고 싶었다. 다른 모든 자들과 똑같은 한 명이 아니라 어느 누구가 되고 싶었다. 바스티안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로서 사랑받고 싶었다. 바스티안은 가장 위대한 사람, 가장 힘센 사람, 또는 가장 재치 있는 사람이 될 뜻은 없었다. 바스티안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로서 사랑받기를 갈망했다. 좋든 나쁘든, 아름답든 추하든, 현명하든 어리석든, 자기의 결함까지도 포함해서-아니, 어쩌면 바로 그런 결함 때문에-사랑받기를 갈망했다.

그럼 대체 있는 그대로의 나는 어떠한가?

이제 바스티안은 그것을 알 길이 없었다. 환상 세계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받았고, 이 모든 선물과 힘에 눌려 더는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없었다.




“우리의 어린 여왕이 죽을 병에 걸렸었단다. 여왕에게는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는데 그 이름은 오직 사람의 아들만이 지어 줄 수가 있었지....... 어느 날 밤에 한 사람이 여기로 왔어........ 그 아이가 어린 여왕에게 어린 달님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단다. 여왕은 건강이 회복되었어.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어린 여왕은 소년에게, 소년의 모든 소망이 환상 세계에서는 이루어지게 해 주겠다는 약속을 했어. 소년이 참된 뜻을 발견하기까지 말이지....... 그 가운데에는 좋은 소망뿐 아니라 나쁜 소망들도 있었지. 하지만 어린 여왕은 어느 것에도 차별을 두지 않거든. 여왕에게는 그녀 왕국 안의 모든 것이 똑같았고, 똑같이 중요하니까....... 하지만 소망이 이루어질 때마다 어린 소년은 자기가 있었던 인간 세계의 기억을 한 조각씩 잊어 갔단다. 그것조차 소년은 별로 개의치 않았지. 애당초 그리로 돌아갈 뜻이 없었으니까. 소년은 계속해서 소망을 했지만, 이제는 그 애의 기억이 거의 바닥나 버렸어. 기억이 없으면 더는 소망할 수도 없는 법이야....... 그런데 아직도 자기의 참된 의지가 무엇인지를 알아내지 못한 채, 자기의 마지막 기억을 다 써 버릴 위험에 처하게 되었어. 그건 말하자면 소년이 다시는 자기의 세계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뜻이거든. 그러다가 이윽고 소년은 변화의 집으로 안내되어 온 거야. 여기에 머물면서 자기의 참된 뜻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이 변화의 집은 집 자체가 변화할 뿐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까지도 변화시키기 때문에 그렇게 불린단다. 이 변화야말로 어린 소년에게는 아주 중요했어. 지금껏 소년은 늘 자기가 아닌 다른 어떤 존재가 되려고 했을 뿐 자기 자신을 바꾸려 하지는 않았거든.”




“너는 너의 소망의 길을 걸어온 거야. 다만 그 길이 똑바르지 못했던 것뿐이지. 너는 멀리 돌아서 갔지만 그것이 너의 길이었어. 왜 그런지 아니? 너는 생명의 물이 솟는 샘을 발견하고 나서야 되돌아갈 수 있는 사람들에 속해 있기 때문이야. 물론 거기로 가는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지만 그곳으로 인도하는 길은 어떤 것이든 결국엔 올바른 길이란다.”




“아무것도 잃는 것은 없단다. 모든 것은 그저 변하는 거야. 걱정하지 마라. 결국 시간은 걸릴 만큼 걸리는 거야.”




온갖 가능성을 다 늘어놓고 그중 한 가지를 골라내라 하더라도 다른 것을 선택하지 않았으리라. 이제 소년은 알고 있었다. 세상에는 수천수만 가지의 기쁨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그 모두가 단 하나의 기쁨, 곧 사랑할 수 있다는 기쁨이라는 것을. 모든 것은 그 기쁨으로 돌아오는 것임을.

그리고 먼 훗날, 바스티안이 자기의 세계로 되돌아와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되었을 때에도 그는 이 기쁨을 완전히 떠나 본 적이 없었다. 그의 일생 중 가장 어려운 시기에서도 바스티안은 마음 밑바닥에서 솟아오르는 기쁨이 남아 있어 미소를 짓고, 다른 이들을 위로할 수 있었다.




“모든 이야기는 저마다 하나의 끝없는 이야기란다........어린 달님에게 너는 분명 두 번 다시 갈 수 없단다. 그녀가 어린 달님인 한에서는 말이다. 그렇지만 네가 그녀에게 새로운 이름을 줄 수 있으면, 또다시 만날 수 있는 거야. 그리고 네가 그렇게 다시 만날 때마다, 그것은 처음이자 단 한 번의 만남이 되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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